이 날은 관광은 고사하고 끼니조차 아침만 먹고 점심 저녁 다 건너 뛰었음. 고로 일기 끝.


17일 낮공 제이슨-웨이크필드
이 날 낮공은 3시 시작. 왕자가 바뀐다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너무 연달아 보려니까 좀 그렇네-_- 뭐 이런 사치스러운 심정으로 모가도르에 도착했다. 표를 찾으면서 내가 내일 표도 예매했는데 혹시 지금 찾을 수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역시나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금발에 갈라진 턱에 링 귀걸이의 좀 느끼하게 생긴 남자였는데 내일 표도 샀습니까? 라면서 상당히 놀라워 했음. 그래요 샀수. 사실 나 있다가 저녁에도 또 올거고 내일도 낮, 밤 공연 죄다 볼 거란 말이오. 졸라 민망하오 당신 얼굴 앞으로 세번이나 더 봐야 하는데 서로 편하게 표 좀 한번에 주면 안 되시겄소-_-? 라고, 말하고 싶었다. 마음은. 제길.

1층 입구로 가면서 기둥에 붙어있는 캐스팅 종이를 슬쩍 쳐다봤다가 그만 딱 얼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뭬야 왕자가 바뀌었네!! 오 이거 또 새로운 경험+_+ 오오오 좋은데! 잘 하면 네 팀의 공연을 볼 수 있겠구나. 게다가 지휘자도 다른 사람! 해서 캐스팅은

백조/ 낯선 남자: Jason Piper
왕자: Simon Wakefield
여자친구: Agnes Vandrepote
여왕: Heather Regis Duncan
비서: Alan Mosley
지휘자: Melanie Thiebaut

다른 건 분명히 적었는데 이 공연은 깜빡하고 안 적어놔서 비서가 알란인지 피터인지 헷갈리지만 밤에 피터씨가 나왔으니 아마도 알란 모슬리씨. 지휘자는 여자 지휘자랄까 아줌마 지휘자.; 매우 격정적이고 예술적-_-으로 부풀린 파마 머리를 하고 계셨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아줌마 지휘자의 음악이 훨씬 듣기 편했다. CD 악보에 충실했다고나 할까. 아저씨 지휘자는 속도가 빠른데다 해석이 너무 개성적이라 무용수들이 박자 맞추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이 아주머니는 속도도 안정적이고 변박도 거의 쓰지 않았음. 대신 너무 느리다-_-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자리는 R 5. 열 위치야 똑같고 대신 좀 더 가운데에 가까운 좌석. 코트를 벗고 앉으려는데 같은 열에 동양 여자가 한 명 보인다. 감이 온다. 저 사람도 인터넷 예매해서 온 사람이로군.(아마 그 사람도 나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을 듯) 한국인이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았음.

오케스트라 연습 소리를 들으면서 앉아있는데... 아니 여보세요, 왜 이제와서 떨리고 그러니 너.-┏;; 정작 어제는 담담하게 와서 숨 못 쉬고 나름 침착하게(..) 봤는데 오늘은 조짐이 이상타. 심장이 미친듯이 질주하는구나.

1막.
이러고 있다가 시작. 오늘이야 캐스팅 다 아니까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제이슨의 강력한 날갯짓을 감상해주고(아무리 그래도 당신인 거 다 알아-_- 뭐 이런 마음?) 시종들 등장. 앗싸 코디다+_+ 계단 시종은 아니지만 아무튼 오늘은 나오는구나. 도미닉은 없군.

이런 거 저런 거 다 지나가고 웨이크필드 왕자님 등장. 아니, 이런... 이거 좀 뜨악하네.(-┏) 보통 무용수들은 사진보다 실물이 나은데 이 왕자님은... 그거 다 사진발이었냐.OTL 프로필 사진 보면서 미청년과까지는 아니라도 좀 호리호리한 청년일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내심 알란 백조와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기대했는데.(원래 중년+청년 조합에 약함 -_) 정작 실제로 보니 이 왕자님, 체격이 매우매우 건장하심. 그런데 키는 제이슨보다 작으니 전체적인 실루엣이 고 굵다. 허허.

그러나. 벗뜨.
이 체격 건장한 왕자님이 연기하는 왕자는 그야말로 어린아이였다.-_- 정말 딱 '몸만 큰 어린애'란 말이 떠올랐음. 귀엽다거나 철이 없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무런 힘도 없는, 자신의 의지가 어떻든 주변 환경에 끌려 다녀야만 하는, 그런 어린애. 이 왕자의 '나를 봐주세요' 외침은 너무나 작아서 거의 들리지가 않는다. 얼굴은 항상 난처해 하거나 곤란해 하는 표정이고 결정적으로 손을 입에 가져다 대는 버릇이 있다. 연약한 왕자님. 툭 건드리면 부서져 내릴 것 같은 유리 왕자.

그래서 첫인상이 뜨악했음에도 내가 펜 왕자보다 웨이크 왕자가 더 마음에 든다고 했던 것이다. 일단 이렇게 약한 왕자는 처음이라 신선했고(..) 펜 왕자님은 때때로 에너지가 넘쳐 백조가 없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이 왕자님은 백조님이 없으면 절대로 안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나방 발레 끝나고 여왕과 왕자의 대치 부분에서도, 사실 이제까지 본 모든 왕자님들과 여왕님들의 대치 장면은 약간 좀... 저거 덮치려는 거냐-_-싶은 기분이 눈꼽만큼은 들었는데 이 왕자님과 여왕님의 대치는 정말 순수하게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리는' 것으로 보였다.(뼈 아저씨 의도대로라면 전자에 더 가까워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왕자가 여왕에게 갈구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것이므로)

펜 왕자님은 소호 씬에서 술 마시고 약도 하고 취기에 즐거워라도 하는데 웨이크 왕자는 취해서도 계속 불안한 표정. 아 그리고 이 날 여자친구는 어제의 여자친구보다는 약간 더 오버 연기를 했다. 특히 박스석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눈이 휘둥그레 가지고 손은 돈 표시-_-;를 해서는 좋아라 하는데 웃지 않을 수 없었음.

2막.
아하하...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조낸 좋습니다. :D:D:D:D:D:D

제이슨, 인간으로서 몸이 어찌 그리도 이쁠 수가 있소. 아니 인간이라서 가능한 거냐? 근육은 완벽하지 동작은 유연하지 춤은 막힘이 없고 아주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저 흐르는 침이나 닦으면서 볼 수 밖에. 게다가 그 근육에 땀까지 흐르기 시작하면 도대체 눈이 부셔서 제대로 뜰 수가 있나.(그래도 볼 건 다 본다) 광채가 나요 광채가. 크리스탈 백조가 따로 없어. 아니 크리스탈 백조에 유리 왕자라 이 또한 좋지 않은가!!
(-> 실제로 혼자 이 GR 하면서 보고 있었심)

보통 4막 진료 씬에서부터 속으로 '왕자님, 포기하지 말라구요;ㅁ;' 라고 응원(?)하게 되는데 웨이크 왕자는 2막에서부터도 절로 '힘내요 왕자님! 지면 안 된다니까!!' 라고 외치게 되더라. 하여간 새로운 경험이었음.-_-; 내내 우울한 얼굴이 백조를 만나고 미약하게나마 희망을 찾은 듯 웃고 있는 걸 보니 그렇다.

리니님의 덧글로 2005년 서울 공연에서도 왕자가 백조 가슴이 아니라 이마를 잡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잊기 전에 최대한 파리 공연의 기억을 되살려야겠다. 아담 버전 디비디를 돌려 보면서 기억과 비교해본 결과
DVD는 왕자가 백조 뒷목 잡고 -> 백조가 몸을 왕자쪽으로 돌리는 동시에 왕자의 손이 백조 정수리를 스쳐 -> 이마를 잡고 막은 상태에서 -> 백조가 양팔을 교차시켜 왕자의 팔쪽으로 넣고(?) -> 이때 왕자의 손은 백조의 이마에서 내려와 턱선을 타고 흐른다.
파리 공연에서는 왕자가 백조 뒷목을 잡는 것 까지는 같은데 -> 백조가 몸을 왕자쪽으로 돌릴 때 왕자의 손이 뒷목에서 목 앞을 거쳐 가슴으로 내려온다.OTL -> 이렇게 가슴을 잡고 막은 상태에서 한동안 마주보고 -> 백조가 몸을 좀 더 숙여서 양팔을 교차시켜 왕자의 팔을 살짝 들어올리고 -> 이때 왕자의 손은 백조의 양턱선(볼?)을 번갈아 쓰다듬는다. 왕자의 동작이 더 능동적이 되었다고 할까. 아마도 이마를 잡으면 둘이 마주보는 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무를 바꾼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쓸데없이 집요하군 나도.-_-;

또 하나, 저번 잡상에 깜빡한 것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도 안무가 바뀌었다. 파리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동작이 잠깐이라도 멈출 때마다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데 저 왼쪽 캡쳐 부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백조님이 날아와 대열을 갖춘 순간 엄청난 박수가 쏟아진다. 문제는... 박수 때문에 그 다음 음악이 시작하는 게 안 들린다는 것.orz 내가 '동작을 언제 시작해야 하는 거야;;' 라고 시키지도 않은 걱정을 하며 불안하게 보고 있었는데 멈춰있던 제이슨이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박수는 잦아들었고. 그런데 왕자 뒷쪽으로 다가오다가 중간에 한번 멈추더니 몸을 일으켜서 날갯짓 한번 해주고 양 옆의 백조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다시 몸을 숙여 왕자 뒷쪽으로. 난 이게 처음봤을 때 제이슨의 애드립인줄 알았다. 역시 박수 때문에 타이밍 맞추기 힘들었나 보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공연에서는 물론 알란 백조도 이렇게 하는 것을 보니 안무를 바꾼 거였다. 그러고보니 음악이 무대 쪽에서는 들릴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바꾸기 전이 더 좋은데 아쉽다. 바뀐 버전은 긴장감이 도중에 끊기는 느낌이라서...

어쨌든 이 날은 거의 중앙 좌석이라 백조님이 앞으로 다가오는 게 제대로 보였다. 에라 아무려면 어떠냐./////

참 작은 백조 4마리의 춤 직전에도 박수 소리에 묻혀서 백조들의 준비 발소리가 안 들렸다.orz 궁시렁.

위에 지휘자 아줌마가 좀 느린 부분이 있다고 썼는데 결정적으로 여기 2막, 백조들이 한 줄로 줄줄이 뛰어나와 ㄹ자 패턴으로 뛰는 장면에서 음악이 느려버려서는-_- 힘찬 느낌이 덜 했다.

2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이 되었는데 이로써 볼 수 있는 백조 2막 군무가 세번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아까워했음. 아껴뒀다 먹고(..) 싶은 딱 그 심정인데 그럴수가 없군. 아우 아까워...-_ㅜ

3막.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하 생략.

제이슨의 흑조,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그 치명적인 미소(와 빛나는 레쟈 바지). 장난치는 아이와도 같은 사악함과 상대를 위축시키는 냉랭한 비웃음.

...이라고 뭔가 그럴듯하게 써 봤지만 역시 제일 좋은 건 그 특유의 섹시함이죠.(그리고 레쟈 바지...퍽)
편지에는 차마 못 썼지만 내가 정말로 제이슨에게 묻고 싶은 것은
뭘 먹고 크면 그렇게 섹시하게 됩니까?
(비법 좀 압시다 나중에 아들이라도 키우면 벤치마킹 해보게.)
였음. 아니지 이건 Mr & Mrs 파이퍼께 여쭤봐야 했나.=""=

백조의 얼굴을 하고서 가차없이 왕자를 망가뜨리는 제이슨의 흑조가 좋다. 그런 주제에 또 왕자에게 내미는 손은 얼마나 강한지... 눈 앞의 손을 믿고 발을 딛으면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구요, 왕자님.

흑조, 정확하게는 낯선 남자와 왕자가 각자 다른 파트너 끼고 춤 추면서 신경전 벌이는 장면에서 제이슨이 찡긋 윙크하고 모른 척 얼굴을 홱 돌리는 것 목격했음. 하여간-_- 세상 남자 다 후려라.

제이슨 골반 돌아가는 건 언제봐도 정말 예술임.

그러고보니 여왕 앞에서 채찍 돌리는 것 속도가 느려졌다. 서울 공연에서는 박자에 맞춰서 빠르게 돌렸는데 파리 공연에서는 박자 상관없이 느긋하게 돌림. 이게 더 낫다.

4막.
아아.. 웨이크 왕자님. OTL orz
다른 왕자님들은 고통스러워하거나 슬퍼하거나 괴로워하거나 아무튼 그래도 진료 씬 부분에서 다시 일어서고 싶어하는 의지를 약간은 보이는 반면. 이 왕자님은 4막 첫 등장부터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느낌이었다. 아이고.

왜 이렇게 약한 거예요 도대체;ㅅ; 덩치는 커 가지고
아악 정말.
그렇게 순순히 가지 말란 말이에욧! 당신이 가면 백조님도 가버린다고!! 가지 말지 말입니다!!!
......으으.ㅠㅠ

뭐, 가지 마!!!! 는 내가 항상 4막 내내 외치는 구호 같은 것이지만 이때만큼 심하게 되뇐 적도 없다...
(가지 말란다고 안 갈 사람(백조)도 아니지만 -_- 제길슨.)

여튼 언제나 결론은 진정한 악의 축은 뼈 아저씨, 그리고 돌아와요 부산항호수에.



쓸 거리가 떨어지니 별 소리를 다 썼습니다. 하여간 공연 잡상에서 나올 소리는 이게 거의 끝입니다.
이 다음 공연부터는 정말 짧은 잡상이 나오겠습니다. 꾸벅.(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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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파슨질 후기
낮공 끝나고 나오니까 5시 30분. 이미 깜깜해질 대로 깜깜해진 상태. 이 때도 옆문의 존재를 몰랐으니 정문에서 기다렸음. 사실 조금 초조한 상태였다. 제이슨 공연은 한번 남았는데 이러다가는 기껏 삽질한 편지를 다른 사람 통해서 줘야 하나... 오늘도 완성 못 했지만orz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놔야 내일이라도 줄텐데.
기다리면서 찍은 것. 입구 앞의 기둥에 이런 식으로 기사와 포스터를 전시해놨다

입구에 웅성웅성 모여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빠지고, 어라?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팬입니다'라고 써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구나. 어떻게 아느냐면 일단 동양인, 여자, 손에는 선물. 삼박자 오케이. 솔직히 손에 선물 없어도 사람들 다 갔는데 남아서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면 뻔하지.(나도 그중 한 명)

두 사람은 친구인 것 같았고 다른 두 사람은 따로 있다가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중 한명이 아까 나와 같은 열에 앉았던 사람이었는데, 역시, 일본인이었다. 아 외롭구나. 영어도 일어도 못 하는 사람은 그저 조용히... 아니 그런데 정말 한국 사람은 없는 건가. 설마했는데 정말로-_-;

이렇게 한 40분쯤 기다렸나, 일본 팬들이 포기했는지 가버린다. 보아하니 이 사람들도 내일 공연까지 볼 모양이다. 날은 춥고 배는 고프고 조금 있다 알란 백조 공연도 봐야하니 나도 그냥 갈까 싶어서 트리니테 성당이 있는 쪽, 숙소 가는 길로 향했다. 그런데 예감이 왔다. 일본 팬들이 그냥 가지는 않을 거라는 예감이.=_= 이거 혹시... 옆문이 따로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코너에서 길을 건너기 전에 왼쪽을 바라봤더니 빙고. 다들 거기에 계셨구먼요. 정문 앞에 있었던 사람들뿐 아니라 몇 명 더 있었다. 세 명은 서양 여인들이고 나머지는 물론 다 일본인.-_- 좋겠다. 아 뻘쭘하다. 난 줄 것도 없는데 그냥 가 말어?-┏ 제이슨 얼굴 보긴 봐야 되는데-┏ 이러고 고뇌하는 사이 무용수들이 줄줄 나오고, 도대체 일본 팬들은 공연을 몇 번을 보고 몇 번을 이렇게 기다렸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어지간한 무용수들 하고는 다 일일이 인사하고 반가워하더라. 졌다.OTL 그 와중에 뻘쭘하게 혼자 서 있으려니 정말 뻘쭘하구나, 라는 소리밖에 더 나오겠나. 아아 젠장... 소심한 사람이 견디기에는 너무 싫은 장소지 말입니다, 벗어나고 싶지 말입니다.ㅠㅠ

...혼자 이러고 있는데 뭔가 일본 팬들의 동태가 부산스럽다. 헉. 제이슨이 나와버렸다.-┏ 이제 갈 수도 없네 이거;;;; 이게 아니라 가긴 왜 가.;;


제이슨을 보자마자 떠오른 첫 감상은 아주 웃기게도 "와 목소리도 영상하고 똑같다!!!!"였음.-_- 파리 공연 처음 봤을때도 매우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더니 왜 또.; 하여간 똑같았다...-_ㅜ 나까지 포함해서 팬들이 한 열두어명? 있었는데, 이 옆문이란 것이 정말 길거리 가게 사이에 덜렁 있는 엄한 분위기였다. 즉 팬들과 제이슨이 그냥 길바닥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소리다. 게다가 제이슨은 빨간 마개 뚜껑이 있는 미숫가루 물통을 손에 탁 쥐고 나왔다.-_- 지금 생각해보니 일본 팬들이 스텝에게 부탁해서 불려 나온 듯 싶은데 아무튼 이 그룹 저 그룹; 불려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싸인도 하고 무려 인사하고 안아주고(!!!! 진짜 부러웠다ㅜㅜ) 얘기는 또 뭐 그렇게 길게 하는지. 하긴 나라도 영어 되면 길게 할 거다.-_ㅜ 아니 근데 난 뭐하지. 얘기하는데 그 옆에서 플래시 터뜨려가며 사진 찍을수도 없고-┏ 아 싸인을 받아야지;;

꽤 기다리다 드디어 제이슨이 내쪽으로 왔다. 일단 펜하고 프로그램부터 내밀었더니 이름을 물어본다. 오. 사람 수가 적으면 좋은 점도 있군. 아주 잠깐 본명과 단 사이에서 고민을 했는데 내 본명은 서양인들이 보기에 매우 이상한 스펠링이라서-_- 기각. D, A, N 이라고 불러줬더니 난데없이 Tan 이라고 쓰고 맞냔다. 아니 저기... D인데 D, 라고 했더니 T? 이러면서 갸우뚱. 결국 펜을 내쪽으로 주길래 받아서 고쳐 써줬더니 그제야 Dan? 단? 이름 맞냐고 묻는다. 이름은 아니지만 어쨌든 맞소. 그리고 역시 영국인이라서 댄이라고 안 읽고 단이라고 읽는구나!(댄스를 단스로 읽는 동네) 다행이다.OTL 그나저나 내 발음이 그렇게 안 좋은가... 이거 또 충격이네.orz

하여간 제이슨이 그 특유의 싸인을 또 열심히 쓰그리고, 내가 고맙다고 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프랑스인 부부가 갑자기 껴서 당신의 백조 멋졌어요, 기타등등 말하기 시작. 그 부인이 싸인을 받으려는데 펜이 없는 듯 하길래 내 펜을 빌려줬다.
이것이 그 펜과 싸인.-_-v 그런데 싸인 해달라니까 자기 몸 전체에 걸쳐 써놓다니... 그렇게 안 해도 그게 당신인 거 알거든?orz(결국 나중에 프로그램 하나 더 샀다;) 저 펜은 내가 서울 공연 때도 가지고 다녔는데 제이슨, 크리스, 호세, 코디, 소피아의 손을 거친, 특히 제이슨 손은 최소한 다섯 번은 거친 펜. 매우 부러워 하고 있다...-_-
별 게 다 부럽다. 안다.orz

다른 팬들이 말을 걸어서 그쪽으로 가려는데 내가 급하게, 내일도 여기서 당신 볼 수 있냐고 했더니 물론이란다. 난 오늘에야 알았단 말이오. 젠장.-┏ 그리고서는 또 보자는 말 한마디와 함께 팬들에게 불려가버렸음. 천천히 트리니테 성당쪽으로 걸어가는데 마침 또 성당의 종소리는 울려주시고orz 조낸 고생한 거 다 잊고 싸인 하나에 들뜬 바보 팬은 그 길로 사이버 카페에 들어가 알란 백조 공연 보지말고 편지나 쓸까 잠시 고민했다는 뒷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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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공 알란-펜링턴
백조/ 낯선 남자: Alan Vincent
왕자: Neil Penlington
여자친구: Leigh Daniels
여왕: Isabel Mortimer
비서: Peter Furness
지휘자: Cyril Diederich

미리 고백.
밤 공연 보면서 졸았습니다.-┏

와아 백조를 보면서 졸다니 이제 왠지 베테랑 팬(뭐냐 그게)이 된 것 같은 느낌?>_<
...이라고 하면 돌을 맞겠고, 조금 변명을 해보면
뭔가를 먹은지 12시간이 지난데다 앞 자리에 매우 큰 신사분-┏이 앉으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시야의 사분의 일이 가리더라는, 그러니까 무대의 사분의 일, 구획을 1 2 3 4로 나눈다면 2번 구획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 그나마 중간 지점이 보이는 걸 다행으로 알고 봐야했다. 으... 낮춰 달라고 하기도 뭣한 게 열 간격이 너무 좁아서 그 사람은 이미 무릎이 앞 좌석에 닿았을 게 뻔했음. 이게 웬 재앙이람.

그래서 처음 본 알란 백조임에도 제대로 감상을 못 했다. 대충 적어보면, 우선 알란 백조도 사진과는 매우 다른 인상이었다.(하긴 제이슨도 분장해놓으면 원래 인상에 비해 지나치게 고와지긴 한다) 어딘지 모르게 웨이크 왕자와 닮아 보였음. 둘이 무대에 서면 백조와 왕자가 아니고 부자지간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잡생각을 잠깐. 키 크고 체격 건장하니 정말 거대하군, 압도적이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그 육중한 무게감과 존재감이란...

처음 창문 뒤에서 등장했을 때 아니 이게 웬 백조가 아니고 익룡인가-_-; 싶었음. 빠르고 강하게 날갯짓 하던 제이슨과는 달리 느리지만 육중한 무게감으로 천천히 날갯짓을 하는데 오 맙소사. 이런 게 진정한 힘이로구나. 다른 백조들의 날갯짓이 퍼득퍼득이라면 알란 백조의 날갯짓은 그야말로 펄럭, 펄럭이다. 으아. 원래 진짜 새들도 몸집이 클 수록 비행할 때의 날갯짓 횟수는 적어진다던가? 딱 그것이었음.

그렇다고 춤마저 강력하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개개의 동작은 굉장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편. 다만 워낙 크니까 강해보이기는 한다.-_-; 여러모로 제이슨과 반대된다고 할 수 있다.

알란 백조의 동작중에 특이한 게 하나 있었는데 뭐랄까 주저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이라고 해야하나? 다른 백조들은 그런 동작이 있었는지도 잘 몰랐는데 알란 백조는 다리가 길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발을 좀 더 밖으로 벌려서? 발레에서는 무릎과 발을 180도 아웃턴 해서 무릎을 바깥으로 구부리는 걸 플리에라고 한다는데 하여간 그렇게 보이는 동작이 좀 있었다.

아, 펜 왕자님은 왼손잡이였다. 웨이크 왕자님은 오른손. 크리스가 오른손이고 닐 왕자님은 왼손이었는데, 이런 거 따져가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너무 매니악한가...;사실 유서에 다들 뭐라고 쓰는지도 궁금한데

그리고 이 날 그 왕자의 방에서 왕자와 여왕이 한참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 뒤에 열린 문으로 웬 아저씨가 아주 태연히 지나가는 것을 봤음.orz 스텝이겠지만... 아니 근데 왜 거기로.-┏ 이런 건 방송 사고도 아니고 뭐냐 공연 사고냐;

내가 졸았던 부분은 2막 끝에서부터 3막 흑조 등장 직전까지. 인터미션에도 내내 졸았으니 거의 한 40분? 이런 써놓고 보니 졸았다고 하기에 너무 민망한 시간이로다.; 그렇게 깨어나려고 노력했는데도 안 되더니 흑조 등장하니까 바로 정신 드는 나도 참.orz

알란 흑조는 무서웠고 4막은 언제나 슬프다는 문장으로 이번 잡상은 끝.


제목과 내용이 전혀 일치하지 않게스리 매우 한쪽으로만 치우쳤는데 멀티 안 되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다.
(차라리 제목을 바꿀까.;)

다음 편은 거의 염장질로만 채워질 예정입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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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아니 크리스 왕자님... 백조님 버리고 가출해서 뭐 하나 했더니!!!! 기절. 이런 만만찮게 아스트랄한 사람같으니ㅜㅜ(그보다 역시 현대 무용은orz) 이러니까 백조님이 맞바람 피우지 말입니다. 누가 해변에서 수영복에 튀튀 입고 춤 추래요??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주소 복사해서 들어가 보세요...orz
http://homepage.mac.com/chrismarney/PhotoAlbum24.html
클릭해서 보십시오. 썸네일로는 모릅니다. 랄까 왜 실루엣이 옆에 여자 무용수랑 다를 게 없소?orz 아무리 사진이라지만 어째서 로맨틱 튀튀를 입었는데 위화감이 없냐. 오늘부로 크리스 공주라고 부를까 보다.-┏
아침을 먹기 위해 8시쯤 일어났는데 하마터면 도로 잠들 뻔 했다. 아니 밖이 왜 이렇게 어둡냐;; 어슴푸레하게 밝아지고 있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깜깜하다. 9시 넘어서야 조금 아침 같아졌는데 15일에 도착했을 때 오후 5시였음에도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으니 이 동네는 겨울에 해가 엄청 짧은 모양이군. 여름에는 그렇게 길더니만.

숙소에서 제공되는 아침. 오마이갓...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orz 어떻게 6유로 씩이나 받으면서 크로와상, 바게트, 팽 오 쇼콜라 이거 세 개만 나오냐-┏ 그나마 작년에 묵었던 곳은 부페식이라 더 갖다 먹을 수라도 있었지 여긴 딱 종류별로 하나씩 작은 접시에 갖다주고 끝.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다음에 올 때는 절대로 조식 추가 안 할테다.(다음에 또 언제;) 거리에서 파는 푸짐한 샌드위치도 4유로인데 내가 이걸 먹으면서 6유로를 내야 하다니. 억울하니까 핫 코코아나 많이 마셔야지. 다행히 커피와 핫 코코아는 갖다 먹을 수 있었음.

아침 먹고 방에서 다시 작업-_-하다가 나가기로 했다. 스노우캣이 책에서 말한 곳은 다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무리고, 그중에서 카페만 한군데 들러보기로 했음. Cafe Martini의 티라미수가 맛나다길래+_+ 파리 시청사와 퐁피두 센터를 거쳐 보주 광장까지 갔는데... 아무리 뒤져도 안 보이는 거다. 비는 내리지 바람은 몰아치지 발은 점점 아파오고-_- 그렇게 헤매다 보주 광장에 세번째로 돌아왔을 때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자세히 안 살핀 내 잘못도 있지만 이렇게 눈에 안 뜨일 줄은.; 하여간 냉큼 들어가서 점심 대신 티라미수와 쇼콜라 쇼를 시켰다.
티라미수가 엄청 달았다.orz 쇼콜라 쇼를 먼저 마셨어야 했는데 티라미수를 먼저 먹었더니 쇼콜라 쇼에서 별 맛을 못 느꼈다. 그래도 진해서 좋았다. 어느 정도냐면 그냥 마시기가 힘들어서 숟가락으로 떠 마셨음.

카페에서 좀 노닥노닥 하다가 비가 그친 것 같아서 나왔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가이드북에 보니 그 근처에 추천된 집이 있길래 찾아갔는데 문을 안 열었고orz 오페라 극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시 돌아왔음. 이미 어두워진 때라 야경 사진 좀 몇장 찍어주고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갔다.
갤러리 라파예트. 오페라 극장 뒤쪽에 있는데 건물 두 채로 되어있고 그 사잇길이 바로 Rue de Mogador, 모가도르 극장이 있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서 조금만 올라가면 샌드위치 가게들이 있고 조금 더 가면 모가도르 극장, 더 가면 트리니테 성당, 더 가면 사이버 카페, 더 가면 숙소였음. 파리에 있는 동안 이 노선만 왔다갔다 했다.-_-

아까 숙소에서 나올 때의 길을 못 찾아서 헤매다가 우연히 사이버 카페를 발견해서 잠깐 들렸음. 알고보니 이 사이버 카페가 있는 길이 지름길이라 익숙해진 다음에는 이쪽으로 다녔다. 카페에서 나와 숙소로 가는데 또 헤매주고orz 간신히 찾아서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때가 이미 저녁 7시. 30분 뒤에 제이슨 공연이 있는데 실감은 전혀 안 나고-_- 이상하게 침착했음.
이 훌륭한 바게트 샌드위치가 4.3 유로였단 말임... 빵 세쪼가리에 6유로 받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법칙이냐고-_-



(아주아주 깁니다;;)
16일 밤공 제이슨-펜링턴
샌드위치를 대충 우겨넣고 숙소를 나섰다. 길이 익숙하지 않아 또 헤맸다간 늦을 것 같아서 뛰었는데 살짝 기분이 업 되어서 길 가는 사람들을 보고 "여러분 저 지금 제이슨 보러 가요!>_<" 라고 외쳤-_-을 리는 없고. 하여간 나 조차도 믿을 수 없는 심정이 되어 모가도르에 도착. 작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극장이었는데 입구 들어서면 표를 살 수 있는 창구가 오른쪽에 있고 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예매한 표를 찾는 곳, 양쪽에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오른쪽 계단 아래에 상품 파는 곳, 그 뒤로 양쪽에 옷 맡기는 곳과 마실것 등을 파는 곳, 그리고 1층 출입문이 있었음. 이 모든 게 작은 공간 안에 다 들어가 있었다. 물론 엘지에 비해 작다는 얘기지만...

한가지 놀랐던 것은 그날 공연 표를 그 시간에 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거였다. 그렇다는 건 매진이 아니라는 소리인데=_= 아니 이런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 창구에 줄을 섰다가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찾는다고 했더니 창구 청년이 안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가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표를 찾았는데, 음... 예상했던 대로;; 그날 표만 준다. 그럼 볼때마다 매번 찾아야 한다는 건데...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겠군.-┏ 어쩔거냐 난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표를 찾고 기웃거리다가 상품 파는 곳으로 갔는데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포스터다...!!!! 그것도 제이슨 나온 포스터다!!!! 으갸아아아 신이시여! 질렐루야!! 그야말로 모가도르 예매 시스템에 대한 울분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순간이었음.(사람의 마음이란-_-) 표정 수습하고 프로그램과 포스터를 샀는데 이 프로그램이 또 진국이었던 것이, 사진이 그렇게 훌륭할 수가 없었다.
표지야 당연히 좋았고
이 페이지에서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다. 내가 이 사진을 이렇게 크게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뜨허허허허허 어떡해 좋아 죽겠네orz 내가 제이슨의 옆 얼굴, 두상이 동그래서 얼마나 이뻐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아시고! 게다가 크리스! 보고 싶었소;ㅁ;(그런데 왜 저 사진에서는 크리스가 저렇게 시까맣게-_- 나온 건지 참;;)
그리고 이 사진도. 일명 제이슨의 갈라진 복근. 아주 초기에 찍은 사진인 듯 싶은 게, 머리가 매우 짧다. 예전 사진 보니까 원래는 전체가 웜 헤어-_-였다가 백조 해야 하니까 쳐내고 다시 기르고 있는 것 같은데 짧게 치려면 다 치지 왜 벼슬-_-은 남겨설랑. 뭐 나야 그 벼슬이 좋은 거지만...( '')

자리는 R 15. 맨 앞줄이 A가 아니고 C부터 시작하는데 그마저도 오케스트라 때문에 두 줄은 생략된 듯 했다. 오케스트라... 쌩음악으로 백조를 보게 될 줄은 또 몰랐네. 들어가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습하는 소리가 간간히 섞여 들렸다. 와 이거 긴장되는데. 입장할 때는 정장 차림의 이쁜이들이 내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니-_- 공연장 내부에서는 표 들고 있으면 여자 안내원들이 무조건 쫓아와서 역시 알아듣거나 말거나 자리를 알려준다.
사실 안내가 필요하긴 했다. 좌석에 다 써있기는 했지만 숫자가 순서대로 1, 2, 3, 4... 이렇게 안 나가고 반을 갈라서 왼쪽은 짝수 번호, 오른쪽은 홀수 번호, 중앙부터 시작되는 희한한 배치였음. 그래서 R 15인 이날은 오른쪽 가장자리 좌석에 앉았다.(흑조가 테이블에 앉아 건들거리는 것 보려고 일부러 저기 골랐다고는 말 안하겠다-_-) 예매하면서 R열이 뭐냐고 승질냈던 것이 무색하게, 무대가 꽤 잘 보였다. 거의 내가 제이슨 서울 첫공 봤던 그 정도? 좌석 자체가 작고 열 간격이 매우 좁기 때문이었음. 키 큰 사람들은 앞 좌석에 무릎이 닿겠더라. 뭐 그거야 내 알바 아니고-_- 일단 잘 보인다는 사실에 감격. 한 사람이 들어갈라 치면 사람들이 다 일어나 줄줄이 빠져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야 했다는 건 무시하고.

이날 캐스팅은

백조/ 낯선 남자: Jason Piper
왕자: Neil Penlington
여자친구: Leigh Daniels
여왕: Isabel Mortimer
비서: Alan Mosley

지휘자는 Cyril Diederich. 남자 지휘자...랄지 아저씨 지휘자. 인터미션 때 나와서 확인했다. 엘지처럼 캐스팅이 써 있는 종이를 가져갈 수 있게 해놓지도 않고 몇군데에 붙여놓기만 한데다 전 캐스팅이 다 있지도 않았다. 사실 지휘자가 가장 위에 써있었음. 속 좁은 거 아는데 왠지 싫어서:p 커튼 콜 때도 왜 백조 다음에 박수를 받는 거람. 원래 주인공이 제일 마지막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게다가 왕자하고 백조 사이에 껴서는(분노의 주 원인)

1막.
지휘자가 인사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공연이 시작됐다. 악몽에 시달리던 왕자가 뒤척이고 드디어 창문에 백조님이 등장!!!! 하셨는데, 아니 이런, 저거 제이슨 맞나?;;;; 제이슨 원래 저렇게 날갯짓이 강력했던가? 헉 이거 혹시 알란 백조 아니야??(캐스팅 확인 안한 상태) 내가 매우 당황해 하는 사이 백조님은 다시 팟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중에 전신상에서 특유의 뒷태를 보고 제이슨임을 확신-_-했지만 그 정도로 제이슨의 날갯짓은 아주 강했다. 특히 오른쪽 팔을 많이 사용하더라. 원래도 이랬는지는 잘 모르겠음. 아무래도 내가 반년동안 기억 속에서 너무 미화를 시킨 것 같은데;;

그리고 오케스트라. 쌩음악인 건 좋은데 지휘자 아저씨의 개성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반년동안 백조 CD를 매일 들었던 나로서는 아주아주 낯설었다는 얘기임. 전체적으로 빠르고 개인적인 해석이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이랄까. 쌩음악이라고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로군.

왕자 시종들 중에 코디가 없었다. 조금 실망. 왠지 저번 서울 공연처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 때는 처음 본 공연만 코디가 없고 나머지 공연은 죄 나왔었다.(그리고 이번에도 결국 그렇게 되었다;)

닐 펜링턴 왕자(줄여서 펜 왕자라고 하겠음)는 일단 멀리서 봤을 때 외모가 크리스와 매우 흡사했다. 다만 팔뚝이 좀 더 건장했을 뿐. 게다가... 게다가...
왜 여자친구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왕자가 무대 앞 쪽에서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모자를 벗는 장면 있지 않습니까. 전 여기서 펜 왕자가 모자를 벗자마자 외쳤더랍니다.
이럴수가 제이슨, 당신의 새로운 왕자마저 또 대머리란 말이오????
라고.-_-;; 물론 속으로만. 정말 충격적이었쉼니다. 미안해요 크리스, 펜 왕자님.orz 하여튼 둘이 그 정도로 닮았더란 얘기. 그러나 연기는 전혀 달랐는데 날카롭고 복잡미묘한 심정의, 괴로울 때는 괴로워해도 즐거울 때는 또 잘 웃는, 여러모로 에너지가 넘치는 왕자님. 내가 본 중 가장 극단적이고 극적인 감정 표현을 한 왕자이지 싶다.

나방 발레에서는 더 성적인-_- 농담을 부각시켰...달까 그놈의 물건 그만 좀 흔들어대슈;;;; 싶었심. 그나저나 발레의 전통이 강한 나라라 그런지(편견인가) 나방 발레 시작하는 막이 올라가면서부터 관객들이 매우 웃기 시작, 굉장한 호응을 얻었다. 이게 좀, 로맨틱 발레를 아는 사람들한테는 얼마나 웃겨 보일지 무용 강의를 듣고 나서야 어렴풋이 파악되었음.;

이번 여자친구는 오버 연기를 조금 줄이고 왕자를 걱정하는 면을 좀 더 많이 보여줬다. 스왕크 바에서 왕자가 쫓겨나기 직전에(건물 벽이 내려오기 직전에) 여자친구가 비서에게 따지는 장면은 이번에야 발견했음. 도대체 이제까지 뭘 본거니 나-_-;; 게다가 건물 벽에 있는 백조 성냥-_- 광고는 왜 또 처음 보는 것 같은거야?

아, 여왕님 얘기를 빼놓을 뻔 했네. 캐스팅 모를 때 보고 '이자벨 여왕님 같은데... 맞나-_-' 했다가 확인하고 굉장히 기뻐했음. 아름답고, 관능적이고, 특히 첫 장면에서 어린 왕자가 손 뻗을 때 아주 냉정하게 딱 잘라 거절하는 여왕님이라서 좋아한다.

2막.
하여간 각설하고, 왕자 솔로 지나가고(싫은 게 당최 뭐 있겠냐만 왕자 솔로도 정말 좋아하는 부분), 호숫가에서 백조들이 날아오르고, 백조 메인 테마와 함께 드디어 제이슨 백조 등장.

젠장, 조낸, 신이시여 제가 이 순간을 위해 알바를 300시간 넘게 했나 봅니다. 어쩌면 저렇게 사진하고 똑같지!!!!(같은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좋아해 마지않는 동글동글한 두상과 벼슬과 속눈썹과 콧날... 어째서 앞에서 보면 얼굴이 길쑥한데 옆에서 보면 동그랗니.>_< 아이고 이뻐.

뭐 그 다음부터는 정말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인터미션까지 시선 고정. 눈 앞에서 백조님이 날고 계시는데 어떻게 숨을 쉽니까. 그 시간에 봐야지.(..)

제이슨의 하악! 하는 위협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역대 백조 중에 가장 위협 소리를 많이 내지 않았을까 싶음. 이건 3막 흑조도 마찬가지고. 결국 왕자님한테 갈 거면서 튕기기는-_-(밀고 당기는 유혹의 전법이라면 할 말 없슴) 내가 이래서 당신을 도도한 여왕 백조라고 하는 것이오. 본인은 늑대라고 주장하지만-_- 뭐 *번째 보니까 왜 늑대인지 납득은 가는데 그럼 늑대 여왕 백조라고 해둡시다.(끈질기다)

이것 말고도 아마 제이슨은 늑대가 무리 속에 있어도 고독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그걸 차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워낙에 The Swan 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백조는 백조인데 다른 백조들과 동화되지 못 하고 떨어져 보이기 때문에... 우두머리지만 이단적인 존재랄까. 일단 힘으로(미모로-_-?) 우두머리라고 인정은 받았는데 매우 아슬아슬한 느낌. 실제로도 인간하고 좀 놀았다고 바로 공격 당하지를 않나, 그 돌변하는 백조 떼;의 태도하며.
(우리의 아이돌-_-우두머리 주제에 인간에게 눈길을 돌려! 뭐 이런 건가...)

왜 또 얘기가 삼천포로.;

제이슨의 다른 특징은 음악을 '타는' 것이 유별나다는 점인데,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장면은 3막에서 공주들 한명씩 안아 올리기 직전에 뒷걸음 치는 부분이고(뒷걸음 하나 하나가 박자와 정확하게 맞는데다 유들유들 리듬까지 타는 것을 보고 즐기고 있군-_-이라 확신했었음) 2막에서는 딴, 딴, 딴, 딴에 맞춰서 왕자 어깨에 왼손 걸치고, 손바닥이 아래로 가게 뒤집고;, 손 꺾어서 떨구고, 마지막에 왕자 쪽으로 얼굴을 휙 돌리는 장면. 이런 걸 계산이 치밀하다고 해야하나 음악을 유별나게 듣고 탈 줄 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음악하고 딱딱 맞아 떨어진다. 밴드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음... 또 생각해보니 제이슨이 각 구분 동작을 강하게 끊어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듯도 싶다. 동작의 맺고 끊음이 굉장히 분명하므로. 스텝도 세게 밟는 편이고, 하다못해 흑조가 왕자에게 손 내미는 장면도 다른 흑조들은 슬쩍 내미는데 제이슨은 어디 잡아보란듯이 탁 내던지고 왕자가 머뭇거리면서 잡으면 바로 확 팽개치고.

아, 이쯤에서 서울 공연 보신 분들께 질문. 2막에서 백조님이 왕자 가슴에 얼굴 부빌 때, 그 전에 왕자가 다가오는 백조 이마 잡고(..) 막으려니까 백조님이 재주껏 빼내는 장면, 아이고 답답, 그러니까 아래 캡쳐 장면이요.
여기서 2005년 공연은 원래 왕자가 백조 가슴 잡고 막았었습니까?? -┏
(호흡곤란...)
정말 그랬다면 내 눈은 동태 눈깔인가,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없어. 이렇게 중요-_-한 장면을;;;; 볼때마다 새로워요~_~ 컨셉도 이 지경이면 곤란하잖아.제길나도만져보고싶다왕자님하조낸부럽삼! 하여간 숨을 못 쉬고 있다가 저 장면에서 거의 숨이 넘어갈 뻔 했심. 게다가 제이슨의 경우 재주껏 팔을 빼낼 뿐 아니라 왕자 손에 얼굴을 살짝 살짝 스쳐주면서 매우 느끼는-_- 표정을 짓는데 아주... 날 죽여라 죽여. 인간아.OTL

펜 왕자와의 호흡은 솔직히 뭐라고 말 하기 어렵다.
제이슨 나오면 무조건 제이슨만 죽어라고 봤는데 호흡은 무슨.( '') 딱 한가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장면, 백조와 왕자가 팔을 당겨?주면서 동시에 듀엣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펜 왕자와는 이게 잘 안 맞았다는 것. 제이슨-펜링턴 팀은 한번밖에 못 봤으니 이거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여기서 깼다. 내가 좀 서울 공연 때 이 장면에서 제이슨과 크리스가 미칠듯한 호흡으로 동시에 들어가 버리는 장면을 봐버렸더니. -_)

2막에서 제이슨의 춤은,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으랴 싶을 정도로 너무 완숙(..)해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Ultimate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도약은 도약대로, 스핀은 스핀대로, 삐끗하는 것 하나 없이 척하면 착하고-_- 그노무 근육 파도타기도 건재하고. 한 발로 서 있다가 쓰러질듯 사라지는 장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누군가 그 순간을 박제해 버린 것 같았음.(근데 이왕 박제한 거 저 주시면 안 됩니...)

3막.
우선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차가 없어졌다는 점. 소품이 망가졌나...란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아무튼 차는 그 뒤의 공연에서도 계속 안 나왔다. 각국 공주들과 파트너들은 그냥 다 걸어서 등장.

그 다음 변화는 제이슨이 덜 까분즐긴다는 점. 내가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너무 즐긴다-_-고 구박해줬던 수많은 애드립들이 거의 사라졌다.orz 민속 춤에서 구경하다가 박수 넣어주고, 올레! 하고 같이 외치면서 코트자락 날려주고, 박자에 맞춰 허벅지 때려가며 제자리서 빙글빙글 돌고, 흑조 솔로 중간에 공주들에게 손키스를 날려주는 것 등등이 다 생략되었다. 특히 빙글빙글 돌아서 테이블에 걸터 앉기 직전에 손키스 막 뿌려대는 거 좋았는데, 파리에서는 그 타이밍에 그냥 밍숭맹숭하게 움직이고 만다. 쳇.-_ㅜ 이 편이 테이블 걸터앉기와 연결하기에는 훨씬 편했겠지만 그래도 섭섭했음.

아마 이런 변화는 제이슨 나름대로 관객을 신경 썼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파리의 관객들은 우리나라의 백조 관객들처럼 절반 이상이 젊은 여성이라거나 하지 않고 성별과 연령층이 아주 다양했다. 특히 할머님과 할아버님들이 많으셨다.-_-;; 아니 정정. 절반이 할머님과 할아버님들이셨다. 이렇다 보니 3막에서 흑조가 아무리 색기를 흘려봤자 객석 분위기가 '허허 젊음이란 좋구나~(흐뭇)' 뭐 이런 식으로.-_-;; 기침 소리도 유난히 많았음.

대신 흑조와 왕자의 탱고 부분은 제이슨 흑조가 무지하게 강력해져서 거의 왕자를 잡아먹는 줄; 알았다. 저거 저렇게 사람을 막 휘두르고 팽개치고 내던져도 되나-_-;; 싶었음. 뒤에서 팔 꺾고 위협하는게 아니라 목을 물어뜯는 걸로 보였으니 뭐.; 실컷 가지고 놀고선 마지막으로 왕자의 팔을 강하게 잡아줬다가, '내가 뭘?' 이런 표정으로 두 손을 들고 사라지는 것도 좋았음. 이때 펜 왕자님이 그 손길에 안도하는 듯한 표정도.

제이슨이 이마에 검은 선을 긋고 정면을 노려보면서 썩소를 지어주는 바람에; 심장에 무리가.;;

그나저나 흑조가 이탈리아 공주와 노닥거리기 전에 테이블에서 일어나 회장 한바퀴를 빙 돌면서 온갖 공주들에게 한번씩 다 찝적대는 게 보통(..)인데 이 날은 갑자기 오른쪽 기둥 사이로 쑥 들어가버려서 당황. 나중에 발코니 쪽에서 나왔다. 다른 날은 그냥 찝적거렸던 거 보니까 아마 분장이나 옷에 뭐 문제가 있었던 듯?

남자 무용수 군무는 내가 하도 입이 마르고 닳도록 좋다고 했었으니 넘어가고.(그래도 좋...)

막 내릴 때 비서에게 총을 건네 주면서 제이슨이 웃지 않았음. 모략-_-이 성공했음을 기뻐하기 보다 여왕을 위로하는 걸 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이 날만 그런 게 아니고 세번 다 그랬으니 연기 방식을 바꾼 듯. 그리고 말입니다... 제이슨, 당신 총 돌리는 건 또 언제 배웠수-_-? 좀 점잖아졌다 했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네. 역시 즐기고 있군...-_-

4막.
진료(?) 씬을 보면서 생각했다. 펜 왕자의 왕자는 '슬퍼하는 왕자님' 이구나. 고통스럽고 괴로워하는 면보다 슬픔의 기색이 강했다.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슬픔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음.

거기에 맞춰서 제이슨의 백조도 슬픔의 감정을 더 살렸다. 그 Swan Song, 그 소리없는 통곡은-_- 윽. 젠장. 하여간 나쁜... 사실 서울 공연에서는 왕자가 공격 당할 때 제이슨이 침대에서 좀 오버한다-_- 싶기도 할 때가 있었는데 파리에서는 이 장면에서 내내 힘 없이 늘어져서 몇번 움틀거리는 게 전부. 그리고는 휘청휘청 일어나 마지막 전투 태세를 갖춘다.(아이고 하여간 이 나쁜-_ㅜ)

그러고보니 공격 받기 전에 침대에서 상처 입은 백조와 왕자가 조우하는 장면, 둘이 끌어안고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좀 있어야 애잔한 것인데 이 지휘자 아저씨는 뭐가 그렇게 급한지-_- 둘이 안자마자 바로 백조떼 공격 음악을 불러내서는. 쳇.

이 날은 왕자가 죽는 순간에 침대 앞에서 도약하는 백조가 도미닉이었다.

항상 보면 4막 잡상이 제일 짧은데;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모든 것이 끝나가기 때문에 그저 슬프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런가. 왕자도 죽어가고 백조도 죽어가고 공연은 끝나가고 제이슨의 춤도 끝나가고 내가 볼 수 있는 제이슨 공연은 이로써 또 하나 줄어버렸고!젠장 저 몸을 또 어떻게 다시 볼 수 있단 말인가

커튼콜 할 때 막이 딱 한번만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 두번이었던 것 같은데, 좀 놀랐음. 심지어 막공 때는 세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가 과한건가.; 박수도 처음에는 마구 치다가 조금 지나니까 박자를 맞춰서 친다. 기립 박수도 없었음. 서울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에 익숙한 무용수들은 재미없어 하겠는걸.(라고 생각했으나 마지막날 되니까 내가 이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사실 이 날 끝나고 모가도르 정문에서 한 삼십분정도 기다렸다. 옆문(내지는 스테이지 도어?)의 존재를 몰랐음. 사람들 다 가고 거리에 아무도 없고 게다가 제일 중요한 편지-_-는 가져오지도 않았으니 내일 보면 되지 뭐,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다만 잠을 안 자고 편지를 완성했다면 빨리 줄 수 있었을텐데 그냥 퍼잤다는 게 문제였다.




내용 길이 제한 걸려보기는 또 처음이네.orz 제목하고 맞추려고 17일 편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다음 편부터는 짧아집니다:)(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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