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기 위해 8시쯤 일어났는데 하마터면 도로 잠들 뻔 했다. 아니 밖이 왜 이렇게 어둡냐;; 어슴푸레하게 밝아지고 있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깜깜하다. 9시 넘어서야 조금 아침 같아졌는데 15일에 도착했을 때 오후 5시였음에도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으니 이 동네는 겨울에 해가 엄청 짧은 모양이군. 여름에는 그렇게 길더니만.

숙소에서 제공되는 아침. 오마이갓...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orz 어떻게 6유로 씩이나 받으면서 크로와상, 바게트, 팽 오 쇼콜라 이거 세 개만 나오냐-┏ 그나마 작년에 묵었던 곳은 부페식이라 더 갖다 먹을 수라도 있었지 여긴 딱 종류별로 하나씩 작은 접시에 갖다주고 끝.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다음에 올 때는 절대로 조식 추가 안 할테다.(다음에 또 언제;) 거리에서 파는 푸짐한 샌드위치도 4유로인데 내가 이걸 먹으면서 6유로를 내야 하다니. 억울하니까 핫 코코아나 많이 마셔야지. 다행히 커피와 핫 코코아는 갖다 먹을 수 있었음.

아침 먹고 방에서 다시 작업-_-하다가 나가기로 했다. 스노우캣이 책에서 말한 곳은 다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무리고, 그중에서 카페만 한군데 들러보기로 했음. Cafe Martini의 티라미수가 맛나다길래+_+ 파리 시청사와 퐁피두 센터를 거쳐 보주 광장까지 갔는데... 아무리 뒤져도 안 보이는 거다. 비는 내리지 바람은 몰아치지 발은 점점 아파오고-_- 그렇게 헤매다 보주 광장에 세번째로 돌아왔을 때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자세히 안 살핀 내 잘못도 있지만 이렇게 눈에 안 뜨일 줄은.; 하여간 냉큼 들어가서 점심 대신 티라미수와 쇼콜라 쇼를 시켰다.
티라미수가 엄청 달았다.orz 쇼콜라 쇼를 먼저 마셨어야 했는데 티라미수를 먼저 먹었더니 쇼콜라 쇼에서 별 맛을 못 느꼈다. 그래도 진해서 좋았다. 어느 정도냐면 그냥 마시기가 힘들어서 숟가락으로 떠 마셨음.

카페에서 좀 노닥노닥 하다가 비가 그친 것 같아서 나왔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가이드북에 보니 그 근처에 추천된 집이 있길래 찾아갔는데 문을 안 열었고orz 오페라 극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시 돌아왔음. 이미 어두워진 때라 야경 사진 좀 몇장 찍어주고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갔다.
갤러리 라파예트. 오페라 극장 뒤쪽에 있는데 건물 두 채로 되어있고 그 사잇길이 바로 Rue de Mogador, 모가도르 극장이 있는 길이다. 그 길을 따라서 조금만 올라가면 샌드위치 가게들이 있고 조금 더 가면 모가도르 극장, 더 가면 트리니테 성당, 더 가면 사이버 카페, 더 가면 숙소였음. 파리에 있는 동안 이 노선만 왔다갔다 했다.-_-

아까 숙소에서 나올 때의 길을 못 찾아서 헤매다가 우연히 사이버 카페를 발견해서 잠깐 들렸음. 알고보니 이 사이버 카페가 있는 길이 지름길이라 익숙해진 다음에는 이쪽으로 다녔다. 카페에서 나와 숙소로 가는데 또 헤매주고orz 간신히 찾아서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때가 이미 저녁 7시. 30분 뒤에 제이슨 공연이 있는데 실감은 전혀 안 나고-_- 이상하게 침착했음.
이 훌륭한 바게트 샌드위치가 4.3 유로였단 말임... 빵 세쪼가리에 6유로 받는 건 대체 어느 나라 법칙이냐고-_-



(아주아주 깁니다;;)
16일 밤공 제이슨-펜링턴
샌드위치를 대충 우겨넣고 숙소를 나섰다. 길이 익숙하지 않아 또 헤맸다간 늦을 것 같아서 뛰었는데 살짝 기분이 업 되어서 길 가는 사람들을 보고 "여러분 저 지금 제이슨 보러 가요!>_<" 라고 외쳤-_-을 리는 없고. 하여간 나 조차도 믿을 수 없는 심정이 되어 모가도르에 도착. 작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극장이었는데 입구 들어서면 표를 살 수 있는 창구가 오른쪽에 있고 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예매한 표를 찾는 곳, 양쪽에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오른쪽 계단 아래에 상품 파는 곳, 그 뒤로 양쪽에 옷 맡기는 곳과 마실것 등을 파는 곳, 그리고 1층 출입문이 있었음. 이 모든 게 작은 공간 안에 다 들어가 있었다. 물론 엘지에 비해 작다는 얘기지만...

한가지 놀랐던 것은 그날 공연 표를 그 시간에 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거였다. 그렇다는 건 매진이 아니라는 소리인데=_= 아니 이런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 창구에 줄을 섰다가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찾는다고 했더니 창구 청년이 안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가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표를 찾았는데, 음... 예상했던 대로;; 그날 표만 준다. 그럼 볼때마다 매번 찾아야 한다는 건데...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겠군.-┏ 어쩔거냐 난 이거 보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표를 찾고 기웃거리다가 상품 파는 곳으로 갔는데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포스터다...!!!! 그것도 제이슨 나온 포스터다!!!! 으갸아아아 신이시여! 질렐루야!! 그야말로 모가도르 예매 시스템에 대한 울분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순간이었음.(사람의 마음이란-_-) 표정 수습하고 프로그램과 포스터를 샀는데 이 프로그램이 또 진국이었던 것이, 사진이 그렇게 훌륭할 수가 없었다.
표지야 당연히 좋았고
이 페이지에서 진짜 환장하는 줄 알았다. 내가 이 사진을 이렇게 크게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뜨허허허허허 어떡해 좋아 죽겠네orz 내가 제이슨의 옆 얼굴, 두상이 동그래서 얼마나 이뻐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아시고! 게다가 크리스! 보고 싶었소;ㅁ;(그런데 왜 저 사진에서는 크리스가 저렇게 시까맣게-_- 나온 건지 참;;)
그리고 이 사진도. 일명 제이슨의 갈라진 복근. 아주 초기에 찍은 사진인 듯 싶은 게, 머리가 매우 짧다. 예전 사진 보니까 원래는 전체가 웜 헤어-_-였다가 백조 해야 하니까 쳐내고 다시 기르고 있는 것 같은데 짧게 치려면 다 치지 왜 벼슬-_-은 남겨설랑. 뭐 나야 그 벼슬이 좋은 거지만...( '')

자리는 R 15. 맨 앞줄이 A가 아니고 C부터 시작하는데 그마저도 오케스트라 때문에 두 줄은 생략된 듯 했다. 오케스트라... 쌩음악으로 백조를 보게 될 줄은 또 몰랐네. 들어가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습하는 소리가 간간히 섞여 들렸다. 와 이거 긴장되는데. 입장할 때는 정장 차림의 이쁜이들이 내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니-_- 공연장 내부에서는 표 들고 있으면 여자 안내원들이 무조건 쫓아와서 역시 알아듣거나 말거나 자리를 알려준다.
사실 안내가 필요하긴 했다. 좌석에 다 써있기는 했지만 숫자가 순서대로 1, 2, 3, 4... 이렇게 안 나가고 반을 갈라서 왼쪽은 짝수 번호, 오른쪽은 홀수 번호, 중앙부터 시작되는 희한한 배치였음. 그래서 R 15인 이날은 오른쪽 가장자리 좌석에 앉았다.(흑조가 테이블에 앉아 건들거리는 것 보려고 일부러 저기 골랐다고는 말 안하겠다-_-) 예매하면서 R열이 뭐냐고 승질냈던 것이 무색하게, 무대가 꽤 잘 보였다. 거의 내가 제이슨 서울 첫공 봤던 그 정도? 좌석 자체가 작고 열 간격이 매우 좁기 때문이었음. 키 큰 사람들은 앞 좌석에 무릎이 닿겠더라. 뭐 그거야 내 알바 아니고-_- 일단 잘 보인다는 사실에 감격. 한 사람이 들어갈라 치면 사람들이 다 일어나 줄줄이 빠져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야 했다는 건 무시하고.

이날 캐스팅은

백조/ 낯선 남자: Jason Piper
왕자: Neil Penlington
여자친구: Leigh Daniels
여왕: Isabel Mortimer
비서: Alan Mosley

지휘자는 Cyril Diederich. 남자 지휘자...랄지 아저씨 지휘자. 인터미션 때 나와서 확인했다. 엘지처럼 캐스팅이 써 있는 종이를 가져갈 수 있게 해놓지도 않고 몇군데에 붙여놓기만 한데다 전 캐스팅이 다 있지도 않았다. 사실 지휘자가 가장 위에 써있었음. 속 좁은 거 아는데 왠지 싫어서:p 커튼 콜 때도 왜 백조 다음에 박수를 받는 거람. 원래 주인공이 제일 마지막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게다가 왕자하고 백조 사이에 껴서는(분노의 주 원인)

1막.
지휘자가 인사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공연이 시작됐다. 악몽에 시달리던 왕자가 뒤척이고 드디어 창문에 백조님이 등장!!!! 하셨는데, 아니 이런, 저거 제이슨 맞나?;;;; 제이슨 원래 저렇게 날갯짓이 강력했던가? 헉 이거 혹시 알란 백조 아니야??(캐스팅 확인 안한 상태) 내가 매우 당황해 하는 사이 백조님은 다시 팟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중에 전신상에서 특유의 뒷태를 보고 제이슨임을 확신-_-했지만 그 정도로 제이슨의 날갯짓은 아주 강했다. 특히 오른쪽 팔을 많이 사용하더라. 원래도 이랬는지는 잘 모르겠음. 아무래도 내가 반년동안 기억 속에서 너무 미화를 시킨 것 같은데;;

그리고 오케스트라. 쌩음악인 건 좋은데 지휘자 아저씨의 개성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반년동안 백조 CD를 매일 들었던 나로서는 아주아주 낯설었다는 얘기임. 전체적으로 빠르고 개인적인 해석이 많이 들어갔다는 느낌이랄까. 쌩음악이라고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로군.

왕자 시종들 중에 코디가 없었다. 조금 실망. 왠지 저번 서울 공연처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 때는 처음 본 공연만 코디가 없고 나머지 공연은 죄 나왔었다.(그리고 이번에도 결국 그렇게 되었다;)

닐 펜링턴 왕자(줄여서 펜 왕자라고 하겠음)는 일단 멀리서 봤을 때 외모가 크리스와 매우 흡사했다. 다만 팔뚝이 좀 더 건장했을 뿐. 게다가... 게다가...
왜 여자친구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왕자가 무대 앞 쪽에서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모자를 벗는 장면 있지 않습니까. 전 여기서 펜 왕자가 모자를 벗자마자 외쳤더랍니다.
이럴수가 제이슨, 당신의 새로운 왕자마저 또 대머리란 말이오????
라고.-_-;; 물론 속으로만. 정말 충격적이었쉼니다. 미안해요 크리스, 펜 왕자님.orz 하여튼 둘이 그 정도로 닮았더란 얘기. 그러나 연기는 전혀 달랐는데 날카롭고 복잡미묘한 심정의, 괴로울 때는 괴로워해도 즐거울 때는 또 잘 웃는, 여러모로 에너지가 넘치는 왕자님. 내가 본 중 가장 극단적이고 극적인 감정 표현을 한 왕자이지 싶다.

나방 발레에서는 더 성적인-_- 농담을 부각시켰...달까 그놈의 물건 그만 좀 흔들어대슈;;;; 싶었심. 그나저나 발레의 전통이 강한 나라라 그런지(편견인가) 나방 발레 시작하는 막이 올라가면서부터 관객들이 매우 웃기 시작, 굉장한 호응을 얻었다. 이게 좀, 로맨틱 발레를 아는 사람들한테는 얼마나 웃겨 보일지 무용 강의를 듣고 나서야 어렴풋이 파악되었음.;

이번 여자친구는 오버 연기를 조금 줄이고 왕자를 걱정하는 면을 좀 더 많이 보여줬다. 스왕크 바에서 왕자가 쫓겨나기 직전에(건물 벽이 내려오기 직전에) 여자친구가 비서에게 따지는 장면은 이번에야 발견했음. 도대체 이제까지 뭘 본거니 나-_-;; 게다가 건물 벽에 있는 백조 성냥-_- 광고는 왜 또 처음 보는 것 같은거야?

아, 여왕님 얘기를 빼놓을 뻔 했네. 캐스팅 모를 때 보고 '이자벨 여왕님 같은데... 맞나-_-' 했다가 확인하고 굉장히 기뻐했음. 아름답고, 관능적이고, 특히 첫 장면에서 어린 왕자가 손 뻗을 때 아주 냉정하게 딱 잘라 거절하는 여왕님이라서 좋아한다.

2막.
하여간 각설하고, 왕자 솔로 지나가고(싫은 게 당최 뭐 있겠냐만 왕자 솔로도 정말 좋아하는 부분), 호숫가에서 백조들이 날아오르고, 백조 메인 테마와 함께 드디어 제이슨 백조 등장.

젠장, 조낸, 신이시여 제가 이 순간을 위해 알바를 300시간 넘게 했나 봅니다. 어쩌면 저렇게 사진하고 똑같지!!!!(같은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좋아해 마지않는 동글동글한 두상과 벼슬과 속눈썹과 콧날... 어째서 앞에서 보면 얼굴이 길쑥한데 옆에서 보면 동그랗니.>_< 아이고 이뻐.

뭐 그 다음부터는 정말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인터미션까지 시선 고정. 눈 앞에서 백조님이 날고 계시는데 어떻게 숨을 쉽니까. 그 시간에 봐야지.(..)

제이슨의 하악! 하는 위협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역대 백조 중에 가장 위협 소리를 많이 내지 않았을까 싶음. 이건 3막 흑조도 마찬가지고. 결국 왕자님한테 갈 거면서 튕기기는-_-(밀고 당기는 유혹의 전법이라면 할 말 없슴) 내가 이래서 당신을 도도한 여왕 백조라고 하는 것이오. 본인은 늑대라고 주장하지만-_- 뭐 *번째 보니까 왜 늑대인지 납득은 가는데 그럼 늑대 여왕 백조라고 해둡시다.(끈질기다)

이것 말고도 아마 제이슨은 늑대가 무리 속에 있어도 고독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그걸 차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워낙에 The Swan 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백조는 백조인데 다른 백조들과 동화되지 못 하고 떨어져 보이기 때문에... 우두머리지만 이단적인 존재랄까. 일단 힘으로(미모로-_-?) 우두머리라고 인정은 받았는데 매우 아슬아슬한 느낌. 실제로도 인간하고 좀 놀았다고 바로 공격 당하지를 않나, 그 돌변하는 백조 떼;의 태도하며.
(우리의 아이돌-_-우두머리 주제에 인간에게 눈길을 돌려! 뭐 이런 건가...)

왜 또 얘기가 삼천포로.;

제이슨의 다른 특징은 음악을 '타는' 것이 유별나다는 점인데, 제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장면은 3막에서 공주들 한명씩 안아 올리기 직전에 뒷걸음 치는 부분이고(뒷걸음 하나 하나가 박자와 정확하게 맞는데다 유들유들 리듬까지 타는 것을 보고 즐기고 있군-_-이라 확신했었음) 2막에서는 딴, 딴, 딴, 딴에 맞춰서 왕자 어깨에 왼손 걸치고, 손바닥이 아래로 가게 뒤집고;, 손 꺾어서 떨구고, 마지막에 왕자 쪽으로 얼굴을 휙 돌리는 장면. 이런 걸 계산이 치밀하다고 해야하나 음악을 유별나게 듣고 탈 줄 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음악하고 딱딱 맞아 떨어진다. 밴드 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음... 또 생각해보니 제이슨이 각 구분 동작을 강하게 끊어내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듯도 싶다. 동작의 맺고 끊음이 굉장히 분명하므로. 스텝도 세게 밟는 편이고, 하다못해 흑조가 왕자에게 손 내미는 장면도 다른 흑조들은 슬쩍 내미는데 제이슨은 어디 잡아보란듯이 탁 내던지고 왕자가 머뭇거리면서 잡으면 바로 확 팽개치고.

아, 이쯤에서 서울 공연 보신 분들께 질문. 2막에서 백조님이 왕자 가슴에 얼굴 부빌 때, 그 전에 왕자가 다가오는 백조 이마 잡고(..) 막으려니까 백조님이 재주껏 빼내는 장면, 아이고 답답, 그러니까 아래 캡쳐 장면이요.
여기서 2005년 공연은 원래 왕자가 백조 가슴 잡고 막았었습니까?? -┏
(호흡곤란...)
정말 그랬다면 내 눈은 동태 눈깔인가,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없어. 이렇게 중요-_-한 장면을;;;; 볼때마다 새로워요~_~ 컨셉도 이 지경이면 곤란하잖아.제길나도만져보고싶다왕자님하조낸부럽삼! 하여간 숨을 못 쉬고 있다가 저 장면에서 거의 숨이 넘어갈 뻔 했심. 게다가 제이슨의 경우 재주껏 팔을 빼낼 뿐 아니라 왕자 손에 얼굴을 살짝 살짝 스쳐주면서 매우 느끼는-_- 표정을 짓는데 아주... 날 죽여라 죽여. 인간아.OTL

펜 왕자와의 호흡은 솔직히 뭐라고 말 하기 어렵다.
제이슨 나오면 무조건 제이슨만 죽어라고 봤는데 호흡은 무슨.( '') 딱 한가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장면, 백조와 왕자가 팔을 당겨?주면서 동시에 듀엣으로 들어가는 타이밍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펜 왕자와는 이게 잘 안 맞았다는 것. 제이슨-펜링턴 팀은 한번밖에 못 봤으니 이거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여기서 깼다. 내가 좀 서울 공연 때 이 장면에서 제이슨과 크리스가 미칠듯한 호흡으로 동시에 들어가 버리는 장면을 봐버렸더니. -_)

2막에서 제이슨의 춤은, 어떻게 더 좋아질 수 있으랴 싶을 정도로 너무 완숙(..)해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Ultimate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도약은 도약대로, 스핀은 스핀대로, 삐끗하는 것 하나 없이 척하면 착하고-_- 그노무 근육 파도타기도 건재하고. 한 발로 서 있다가 쓰러질듯 사라지는 장면에서도 흔들림 없이, 누군가 그 순간을 박제해 버린 것 같았음.(근데 이왕 박제한 거 저 주시면 안 됩니...)

3막.
우선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차가 없어졌다는 점. 소품이 망가졌나...란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아무튼 차는 그 뒤의 공연에서도 계속 안 나왔다. 각국 공주들과 파트너들은 그냥 다 걸어서 등장.

그 다음 변화는 제이슨이 덜 까분즐긴다는 점. 내가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너무 즐긴다-_-고 구박해줬던 수많은 애드립들이 거의 사라졌다.orz 민속 춤에서 구경하다가 박수 넣어주고, 올레! 하고 같이 외치면서 코트자락 날려주고, 박자에 맞춰 허벅지 때려가며 제자리서 빙글빙글 돌고, 흑조 솔로 중간에 공주들에게 손키스를 날려주는 것 등등이 다 생략되었다. 특히 빙글빙글 돌아서 테이블에 걸터 앉기 직전에 손키스 막 뿌려대는 거 좋았는데, 파리에서는 그 타이밍에 그냥 밍숭맹숭하게 움직이고 만다. 쳇.-_ㅜ 이 편이 테이블 걸터앉기와 연결하기에는 훨씬 편했겠지만 그래도 섭섭했음.

아마 이런 변화는 제이슨 나름대로 관객을 신경 썼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파리의 관객들은 우리나라의 백조 관객들처럼 절반 이상이 젊은 여성이라거나 하지 않고 성별과 연령층이 아주 다양했다. 특히 할머님과 할아버님들이 많으셨다.-_-;; 아니 정정. 절반이 할머님과 할아버님들이셨다. 이렇다 보니 3막에서 흑조가 아무리 색기를 흘려봤자 객석 분위기가 '허허 젊음이란 좋구나~(흐뭇)' 뭐 이런 식으로.-_-;; 기침 소리도 유난히 많았음.

대신 흑조와 왕자의 탱고 부분은 제이슨 흑조가 무지하게 강력해져서 거의 왕자를 잡아먹는 줄; 알았다. 저거 저렇게 사람을 막 휘두르고 팽개치고 내던져도 되나-_-;; 싶었음. 뒤에서 팔 꺾고 위협하는게 아니라 목을 물어뜯는 걸로 보였으니 뭐.; 실컷 가지고 놀고선 마지막으로 왕자의 팔을 강하게 잡아줬다가, '내가 뭘?' 이런 표정으로 두 손을 들고 사라지는 것도 좋았음. 이때 펜 왕자님이 그 손길에 안도하는 듯한 표정도.

제이슨이 이마에 검은 선을 긋고 정면을 노려보면서 썩소를 지어주는 바람에; 심장에 무리가.;;

그나저나 흑조가 이탈리아 공주와 노닥거리기 전에 테이블에서 일어나 회장 한바퀴를 빙 돌면서 온갖 공주들에게 한번씩 다 찝적대는 게 보통(..)인데 이 날은 갑자기 오른쪽 기둥 사이로 쑥 들어가버려서 당황. 나중에 발코니 쪽에서 나왔다. 다른 날은 그냥 찝적거렸던 거 보니까 아마 분장이나 옷에 뭐 문제가 있었던 듯?

남자 무용수 군무는 내가 하도 입이 마르고 닳도록 좋다고 했었으니 넘어가고.(그래도 좋...)

막 내릴 때 비서에게 총을 건네 주면서 제이슨이 웃지 않았음. 모략-_-이 성공했음을 기뻐하기 보다 여왕을 위로하는 걸 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이 날만 그런 게 아니고 세번 다 그랬으니 연기 방식을 바꾼 듯. 그리고 말입니다... 제이슨, 당신 총 돌리는 건 또 언제 배웠수-_-? 좀 점잖아졌다 했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네. 역시 즐기고 있군...-_-

4막.
진료(?) 씬을 보면서 생각했다. 펜 왕자의 왕자는 '슬퍼하는 왕자님' 이구나. 고통스럽고 괴로워하는 면보다 슬픔의 기색이 강했다.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슬픔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음.

거기에 맞춰서 제이슨의 백조도 슬픔의 감정을 더 살렸다. 그 Swan Song, 그 소리없는 통곡은-_- 윽. 젠장. 하여간 나쁜... 사실 서울 공연에서는 왕자가 공격 당할 때 제이슨이 침대에서 좀 오버한다-_- 싶기도 할 때가 있었는데 파리에서는 이 장면에서 내내 힘 없이 늘어져서 몇번 움틀거리는 게 전부. 그리고는 휘청휘청 일어나 마지막 전투 태세를 갖춘다.(아이고 하여간 이 나쁜-_ㅜ)

그러고보니 공격 받기 전에 침대에서 상처 입은 백조와 왕자가 조우하는 장면, 둘이 끌어안고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좀 있어야 애잔한 것인데 이 지휘자 아저씨는 뭐가 그렇게 급한지-_- 둘이 안자마자 바로 백조떼 공격 음악을 불러내서는. 쳇.

이 날은 왕자가 죽는 순간에 침대 앞에서 도약하는 백조가 도미닉이었다.

항상 보면 4막 잡상이 제일 짧은데;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모든 것이 끝나가기 때문에 그저 슬프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그런가. 왕자도 죽어가고 백조도 죽어가고 공연은 끝나가고 제이슨의 춤도 끝나가고 내가 볼 수 있는 제이슨 공연은 이로써 또 하나 줄어버렸고!젠장 저 몸을 또 어떻게 다시 볼 수 있단 말인가

커튼콜 할 때 막이 딱 한번만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 두번이었던 것 같은데, 좀 놀랐음. 심지어 막공 때는 세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나라가 과한건가.; 박수도 처음에는 마구 치다가 조금 지나니까 박자를 맞춰서 친다. 기립 박수도 없었음. 서울에서의 열광적인 반응에 익숙한 무용수들은 재미없어 하겠는걸.(라고 생각했으나 마지막날 되니까 내가 이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사실 이 날 끝나고 모가도르 정문에서 한 삼십분정도 기다렸다. 옆문(내지는 스테이지 도어?)의 존재를 몰랐음. 사람들 다 가고 거리에 아무도 없고 게다가 제일 중요한 편지-_-는 가져오지도 않았으니 내일 보면 되지 뭐,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를 떴다.

...다만 잠을 안 자고 편지를 완성했다면 빨리 줄 수 있었을텐데 그냥 퍼잤다는 게 문제였다.




내용 길이 제한 걸려보기는 또 처음이네.orz 제목하고 맞추려고 17일 편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다음 편부터는 짧아집니다:)(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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