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뮤지컬' 이라고 인식하면서 보고싶다! 고 생각했던 작품. 그게 아마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약 십년이 지나서 겨우 보게 되었다. 두 달 하고도 더 전에 예매했더니 거의 까먹을 지경이었음. 백조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백조는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고 다른 공연에서 그러면 뭔가 이상한 이 기분. <-

국립극장 처음 가봤는데 어째서 여기고 세종이고 전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봤던 고양 어울림극장? 이고 아무튼 왜 셋 다 비슷하게 생겨먹은 거지. 건물 외관 말고 로비 내부 구조가 너무 비슷하다.;; 엘지가 특이한 건가;

하여간 결론부터 빨리 말해버리면, 그냥 그랬다. 한 번쯤은 볼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 끌리진 않았다.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걸지도 모르겠는데 표값 생각하면 더더욱 그냥 그렇다... 도대체 오피석 합쳐 앞에서 여섯번째 줄부터 VIP석인 공연장이 말이나 됩니까. 하긴 세종도 만만치 않았지만 거긴 개인 모니터라도 있었잖아ㄱ- 이 뭐 자막 보느라 눈이 옆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 게다가 좌석.ㄱ- 세상에 앉으니 땅으로 푹 꺼지는 느낌은 처음이에효.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무대가 안쪽으로 갈수록 살짝 경사가 올라가 있었다.

노래는... 메모리 유명한 거야 말 다 했고(너무 익숙해서 듣는 순간까지 캣츠 노래인줄 전혀 몰랐음. 웨사스에서도 투나잇이 그랬었지) 1부 마지막에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불러서 조낸 소름 돋으려던 순간 끝나버려 급짜식. 이거 뭐야ㄱ- 했더니 2부 마지막에 다시 부르더라. 다른 노래들은 들을 땐 박수까지 치면서 즐거워했지만 딱히 가슴에 남지는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은 레미제나 노틀담, 엘리자벹 같은 온리 노래로 스토리를 끌어가는 뮤지컬 쪽인가? 아 물론 캣츠도 거의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지만 그 스토리라는 게 문자 그대로 별 거 없어서; 그리자벨라가 굳이 선택된 이유도 모르겠고. 뭔가 가끔씩 나와서 줄창 메모리만 부르더니 뜬금없이 하늘로 올라가셨어...ㄱ- 근데 그 줄창 메모리 타령에 조낸 소름 돋는 나의 팔은 뭐죠 이건 거의 파블로프의 개 수준.ㅇ<-<

하도 맥캐버티맥캐버티 하기에 얘가 뭔가 사건을 만드려나 보다!+_+ 라면서 기대한 내가 바보였음. 아 허무해. 이건 너무 허무해서 더 이상 뭐라고 쓸 말도 없구나.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캣츠를 보며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럼텀터거ㅜㅜㅜㅠ 박수 개박수ㅠㅠㅠ 아니 고양이박수ㅜㅜㅜ 아 짜식, 덕분에 좋은 눈요기도 하고ㅜㅜ 무엇보다 그 미친듯한 귀여움!!!!! 이건 진짜 말로 설명이 안 되고 직접 봐야지만 뿜기는 그런 종류의 귀여움이ㅠㅠ 아 놔 연신 하반신을 튕겨대며 나 섹시하지? 나 멋지지? 이러는데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가. 그래 너 멋지다고 해줄게 니가짱머거라!!!! 이런 심정으로 박수도 쳐주고 환호도 해주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나중에 보니까 과연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환호성의 양과 질이 다르더군. 크흐흐. 서 있을 때도 혼자 하반신 들이밀기 포즈고 혀도 가만 냅두질 않고 털인지 옷깃인지도 탁! 탁! 치면서 정리해주는데 아 진짜 짱머거. 안 잘난 놈이 잘난 척하면 ㅉ질해 보이고 잘난 놈이 잘난 척하면 재수없게 귀여운 거다.(물론 적당히 잘난 척하는 센스가 필요함. 잘난 놈이 잘난 티 안 내면 그건 정말 멋진 거고)

미스터 미스토펠리스인가 얘는 웬 몸이 그렇게 늘씬해서-_-; 뭐 웬만한 암코양이들 저리 가라... 떼창할 때 보니 앞줄 가운데 선 주제에 입은 벙끗도 안 하던데 원래 그런 캐릭터인가.; 하여간 낭창낭창하니 보기에 좋았더라. 마술한다고 기를 모으는 장면은 진짜 웃겼음. 그와중에 옆에 있던 럼텀터거는 또 온갖 섹시한 짓으로 고양이와 인간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주시고 푸푸푸 미스토펠리스가 화나서 자기 쪽으로 시선 끌어들이려고 하고 흐흐흐.

쓰다보니 이건 뭐 캣츠가 아니고 캣을 보고 온 듯한 편파성이 보이구요... 근데 진짜 스토리 좀 어떻게 안 될까? 멍커스트랩과 럼텀터거 사이를 좀 복잡하게 해보든지(초반에 둘 사이에서 뭔가 가능성을 봐버린 나는 정진정명 ㄷㅇㄴ) 악당임에도 존재감이 전무한 맥캐버티를 럼텀터거와 합치든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리자벨라가 뽑혀야 할 그럴듯한 이유를 좀 더 넣어보든지. 음 내가 너무 인간의 관점으로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건가! 사실 뮤지컬 캣츠는 '인간의 눈으로 고양이를 판단하지 마시오' 라는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스토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은 거다. 아 그렇구나. 납득. <-

공연 끝나고 프리더뮤지컬 두 권 집어왔음.(..) 설마 했는데 이거 더뮤지컬하고 내용이 완전히 똑같다. 사이즈가 한 70% 정도로 작다는 것만 다르네. 어 뭔가 억울한 기분.-_- 그나저나 백조 끝난지 벌써 한달도 더 됐구나. 근데 이렇게 말할 땐 '벌써'인데 왜 느낌은 이미 1년은 더 된 것 같고 그러는가.ㄱ-

내일은 마네 보러 또 오르세전 간다. 이것도 벌써 두 달 됐나? 그림 세 점 보러 간다고 그러면 미친 소리 같지만 내가 또 언제 마네의 유화를 실제로 볼 수 있겠어.ㄱ- 그래도 언젠간 꼭 가줄테다 오르세. 이글이글.

스위니 토드랑 라만차도 보고 싶었는데 이제와서 표 구할 길은 없어 보이고... 휴.

1도 내려갔다고 날씨 추워진 거 봐라. 그래도 좋다. 이불에 파묻혀 자보는 게 대체 얼마만이지ㅜㅜ
시작은 모게시판에서 히든이라는 영화가 잠깐 언급된 걸 본 것 뿐이었다.

내가 어릴 때 TV에서 딱 한번 봤음에도 절대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는 영화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히든이었다. 왜냐면... 주인공이 겁내 잘 생겼기 때문이었음.

오죽하면 내가 초딩 때 본 영화의 제목을 이날 이때까지 기억하고 있었겠남. 발음도 음청 괴상한 히'든'이라는 단어를 말이다. 그때 영화 끝나고 사전 찾아보면서 '아 그래서 히든이구나!' 라고 깨달음을 얻고는 힘 안 들이고 영어 단어 하나를 외운 나... 이것이 산 교육. <-

몇년 전만 해도 이 영화 검색했을 때 관련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나만 좋아하는 완전 3류-_-;영화인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은근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역을 한 배우의 이름이 카일 맥라클란이라고 하는데 어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트윈 픽스의 데일 쿠퍼 형사로 유명한 사람이었음. 최근에는 SATC에서도 나오고 위기의 주부들에서도 치과 의사로 나왔다고 함. 출연 영화 리스트에는 무려 쇼걸과 고인돌 가족이-_-;;;;

최근 사진인듯. 언뜻 뼈아저씨가 생각나는 얼굴이 되셨다. 뼈아저씨도 제법 미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_-;;(지금은 후덕하시지만 매튜 본과 그의 날개 책에 실린 예전 사진들 보면 제법... 그렇다규) 뭔가 내 취향의 새로운 계보가 세워진 이 기분. 사실 그 계보에 제이이 벨도 넣고 싶음

그런데 이 영화 십구금이다... 뭐야 이거... 십구금 영화를 보고도 별 충격 안 받은 나는 또 뭐고 그걸 같이 본 아부지는 또 뭐지. 공중파니까 대충 잘라냈나?

외계인이 등장하는 80년대-_- 영화인지라 황당하다면 참 황당한 내용인데(거의 B급컬트영화 쯤으로 분류되는 모양임) 어린 눈에는 그저 주인공이 으찌나 잘 생겼는지 나중에 드러난 사연마저도 그를 더욱 우수에 찬 그대-_-;;;;로 보이게 했을 뿐이었다. 도대체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리 생각했었는지 나도 모르겠음. 아마 당시에는 총체적 쇼크로만 느꼈을 거다. 하여간 꽤나 강렬한 체험이었다. 재미없다며 하품하는 아부지 옆에서 정자세로 앉아 눈을 빛내며-_-;;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봤으니.

그리고 십 몇년이 지난 오늘, 이 영화의 DVD가 발매됐었다는 걸 알았지만 당연히 품절된지 오래. 어떤 사람이 부록으로 나왔던 걸 3000원에 판다는 글을 올렸길래 쪽지 보내놓고 혹시나 해서 디비*바에 들어갔더니, 이럴수가, 중고지만 있는 거다.OTL 디*디바 이 무서운 쇼핑몰... 게다가 1600원이다.(만육천원이 아님 천육백원 ㅇ<-<) 이것은 좀 더 질러보라는 지름신의 뜻??

그래서 지른 품목들은 다음과 같다-┏:
히든 (중고로 천육백원...)
앤드류 로이드 웨버 - 로얄 알버트홀 셀러브레이션 (신품인데 삼천원-_-)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73년도판 (한 부분 재생 끊긴다고 무려 공짜. 대신 포인트 100점 삭감)
사구(듄) (카일 맥라클란의 다른 영화ㄱ- 중고 오천원)

마지막 품목에 주목. 이제까지 한 번도 안 해봤던 '한 배우의 작품 쓸어모으기'의 조짐이 보인다. 비고씨 것도 안 모았건만.;;(생각난 김에 히달고 검색해보니 아예 품절 에헤라디야 orz)

저기에서 끝났으면 말을 안 함

그 뒤 교보에서 지른 품목들은 또 다음과 같...:
트윈픽스 극장판 (역시 카일 맥라클란 출연 영화, 이거 원래 드라마라는데 보고 싶다!)
배트맨 비긴즈 (행사가로 사천원-_-;;)
슈퍼맨 리턴즈 (배트맨을 샀으니 슈퍼맨도, 게다가 이건 영화관에서 못 봤음)
배트맨 앤솔로지 박스셋 (44% 할인...)
천하장사 마돈나 (원래 사려고 했었어 사려고 했었다규)
300 (.........................스틸북 포함 한정판...)

일시품절이라서 대기 중인 것들은:
브로크백 마운틴 (1년 반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품절이고 난리ㄱ-)
터치 오브 핑크 (카일 맥라클란 주연 영화 쿨럭;; 그것도 무려 퀴어로맨틱코미디라고 해서 눈이 히떡 뒤집힘)
블루 벨벳 (또 카일 맥라클란 영화, 출연작 중에 가장 평이 좋다)

발매되면 살 예정:
폭력의 역사 (비고씨가 오나전 잘 빠지게 왔는데 안 살 수가 있나!)
트랜스포머 (내 평생 로봇에 발려보긴 처음이구요)
캐리비안의 해적 123 박스셋 (내가 이거 나오면 사려고 2003년부터 기다렸슴매)
스타워즈 프리퀄 박스셋 (클래식도 샀으니 짝을 맞춰야... 근데 왜 소식이 없지?)
해리 포터 5 (에헴......사실 좀 고민 되긴 한다. 알피도 사려다 말았음)


게시판의 소소한 글 하나가 한 사람에게 이런 지름 광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거 쓴 분은 아실까.ㅇ<-<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놓는 게 정신 건강상 이로울지도 모르겠지만 뭐, 이미 배송 중인 지름.

이 외에도 CSI랑 하우스 저번 시즌 못 본 에피들도 밤새도록 다운 받고 인코딩 해서 피엠피에 옮겨놨구요... 이것의 어디가 공부하는 인간의 자세란 말인가! 라는 소리가 저기 어디쯤에서 들려오는 것도 같은데 무시하고-_-;;

엠피삼의 배터리도 어떤 분이 파시겠다고 오늘 연락 주심. 4월에 올라왔던 중고장터 글이라서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우헤헤. 앞으로 2년은 더 쓸 수 있겠다. 아 기쁨이 넘쳐나는 지름 라이프.(그리고 얇아져 가는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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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덧: 지름 품목들 도착했다.
이 모든 것이 놀라운 가격 십만육천구백원!! 지금 전화~주셔도 제겁니다(..)

평균 내면 개당 만원도 안 된다. 안습... 나야 좋지만-_- 게다가 8개는 2disc 인 걸 감안하면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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