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도 되게 뜬금없기는 한데 아이비 언니의 최근 글↓을 읽다가 문득 든 잡생각.
http://ivyblossom.tumblr.com/post/96849163370/does-mary-know

저 글에서는 존이 셜록을 향한 자기 마음을 알고 있었다/ 깨달았다는 전제하에, 그럼에도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순간(301의 튜브 장면)까지도 당사자인 셜록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그 사실을 메리에게는 얘기했을 것인지를 논하고 있음. 꽤 오랜만에, 그러니까 약 반 년-_; 만에 읽은 셜록 메타라서 그런지 관련 있는 듯 없는 오만 생각이 가지를 치고 뒤죽박죽 근데 재밌어... 보나 마나 쓰고 나면 원글과는 억만 광년 떨어진 내용이 되겠지만 영향을 받았다는 건 밝히고 시작함.



(1) 존이 '그런' 의미로 깨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단 내 전제는 이 언니와는 약간 다름. 정확히 말해 존은 '동인적인 의미의' 그런 마음이라면 라이헨바흐 뒤에도 깨닫지 못했을 거라고 본다.


(2)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둘 다 자기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셜록도 존도, 상대가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존재라는 걸 진작에 깨달았으리라 생각한다. 그 시기는 아마도 셜록이 조금 더 빨랐을 것이고(103의 마지막 부분) 존은, 아이비 언니와 마찬가지로 201 도중이라고 짐작하는데 이 드라마는 '셜록'이다 보니 201에서 존이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거의 보여 주지 않고 넘어가서... (존더쿠로서도 셜존더쿠로서도 원통하기 짝이 없는 미싱 링크 큽) 아무튼 난 존이 라이헨바흐 이전부터 자신에게 셜록이 어떤 의미인지 인지하고는 있었다고 본다.


(3) 몰랐던 건 바로 '상대의 마음'이었다.
3시즌은 셜록과 존이 '내가 상대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깨닫는 이야기다. 비록 그 깨달음을 위해 희생과 고통과 전문용어로 앵스트-_;가 있었지만, 어쨌든 셜록과 존이 드디어(!) 상대의 마음을 알아채고 서로의 관계를 똑바로 보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이 둘의 관계에서 '쟤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가', 즉 상대를 향한 자기의 마음은 그렇게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이었으니까.


(4) 셜록이 먼저 존의 마음을 알았다. 그리고 한발 내딛었다.
302 잡상에서도 했던 얘기인데, 존에게서 '내 베프는 너임' 선언을 듣는 순간 셜록은 기쁘기도 했겠지만 동시에 괴롭기도 했을 것이다. 존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걸 전에도 알았다면, 라이헨바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는 것도 알았을 텐데.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래서 셜록은 그간의 세월을 한 번에 보상하기라도 하듯 존의 결혼식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더 나아가 303의 그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5) 셜록의 움직임에 이제 존은 어떻게 답할까.
그래서 지금 여기, 3시즌이 끝난 이 시점부터가 정말 재밌어지는 순간이다. 존이 셜록에게 혹시라도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면(혹은 그런 마음이 원래 있었다고 치고, 자기 진심을 깨닫는다면)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 이후, 303 이후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들도 존의 변화를 살짝 보여 주기는 했다. 마지막의 아쉽기 짝이 없던 이별 장면에서 존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이 그 방증이라고 본다. 303 전까지 셜록과 존은 서로의 관계에서 일정한 '선'을 지키고 있었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 둘이 생각하는 바는 '조금' 달랐지만 우연히도 '선'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별일 없이 잘 지내 왔다. 그런데 그 경계선을 셜록이 303에서 완전히 박살을 내 버린 바람에 존은 지금까지처럼 그냥 친구로서의 입장도, 그렇다고 다른 어떤 입장도 취하지 못하고 저러고 서 있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건이 이별의 원인이었다면 존의 작별 인사는, '정상적인' 반응은 훨씬 더 격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존은 지금 303의 사건으로 '실제로 셜록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 >>>> (넘사벽) >>>> '내가 예상했던, 셜록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 이었다는 걸 막 깨달은 상태고, 그 장엄하기까지 한 마음에 말 그대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 거고.

이 정도의 암시로는 많이 부족했던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라고 믿지만 4시즌 시작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최소한 동인적인 관점에서 보기에는) 스리슬쩍 넘어갈 거라는 데 백 원 건다. 그런 조짐은 벌써 나오지 않았나 디쥬미쓰미잼... 괜찮아 나하고 비슷한 관점에서 (5)에 대한 썰을 풀어낸 존잘이 이미 있을 거야. 나 홀로 3시즌 종영 직후의 과거에 살고 있는 느낌이 완전하다 마블이 공중분해 시킨 내 6개월-_;

많이 부족했지만 모팻이 설마 진짜로 머리가 돌지 않고서야, "내 쵱컾에 내 캐해석을 끼얹어서 공식으로 발싸!" 하고 셜록이라는 드라마를 4시즌에서 장렬하게 막 내릴 생각이 아니고서야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까, 존이 셜록에게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같은 존더쿠로서 존트 구미가 당기는 부분을 확실하게 설명할 리가 없을 거란 말이지. 말했듯이 이 드라마는 '셜록'이고, 중요한 건 셜록과 존 두 사람의 '모험'이니까.



메리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으나 우선 여기서 끊음. 왜 나는... 글쓰기... 곶통... 생각만 할 때는 분명 새벽 5시의 팔차선 고속도로였는데 글로 정리하려니까 왜... 화장실... 막힌다... 덕질 그냥 생각으로만 할까 보다 그럼 뭐냐 사고실험도 아니고 사고덕질이냐

3시즌 전체 맥락에서 보면 내 생각끼리 충돌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테고 심지어 여기 쓴 것(과 못 쓴 것) 안에도 있겠지만. 아니 있겠지. 3시즌 전체는커녕 303조차 몇 개월 전에 봤는데. 지금 난 내가 전에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는지 아니면 반대되는 말을 했었는지도 모르겠ㅋㅋㅋㅋ지만 오랜만에 재밌었다.
# 물론 처음 봤다는 소리는 아니고, 우연히 다시 볼 기회가 생겨서 아득바득 챙겨 봄. 블레는 아니고 디비디인 것 같았지만 4개월 만에 큰 화면으로 보니 눈물이

# 일이 좀 꼬이는 바람에 앞부분은 놓쳤지만. 정신없이 자리에 앉고 나니 럼로가 스팁에게 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시지 않슴까 하고 있었다 하 설레라 근데 난 왜 럼로스팁도 아니고 스팁럼로냐 이 사약은 왜 달죠

# 자막은 극장판 그대로였음. 구매 의욕이 확 꺾였다. 버키가 '비행기'에서 추락했다고 한 거나 '그거 할래?' 도 웃겼지만 '그 몸매에 비키니는 민폐지' 이건 진짜 어이가 아리마셍한 번역이었는데 그대로

#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쓰다 보니 홧병이 도져서 나도 지적하고 가련다 Yeah, I bet you look terrible in them now. 이게 어떻게 저렇게 번역되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 모름? 원문과는 반대로 부정적인 어감이 된 건 둘째 치고 민폐 드립을 설명하기 위해 원문에도 없는 몸매 얘기까지 끌어온 것 같은데(물론 스팁이 '그런 몸매면서 흉터 때문에 비키니를 못 입는다고?' 란 의도로 한 말이지만) 드립과 해석 둘 다 잡으려다 존망. 과도한 드립욕으로 망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 암튼 이 사람 번역 별로인데 웬만한 블록버스터는 다 건드리고 있어서... 싫다... 잊혀지지도 않는 어벤저스의 첼로리스트ㅋ... 반지 때의 이ㅁ도와 동급으로 싫다

# 그러고 보니까 퍼벤도 이 사람이었던가. 스팁이 멸팁 시절부터 페기에게 야자 까게 만들었다던ㅋ? 윈솔에서도 스팁이 페기에게 말을 놓는데 나는 스팁이 페기에게 존대하는 게 좋다... 보고 싶다...!!!! 반말성애자인 내가 보고 싶었던 단 한 번의 존대... 부들부들

# 페기의 인터뷰 영상에 '1953년 SSR' 이라고 나왔다. 스팁과 페기가 처음 만나고 10년 뒤, 스팁이 추락하고 8년 뒤에도 페기가 여전히 현역이었다는 얘기. 그리고 결혼은 이 인터뷰보다는 전에 한 거고. 큽

# 늙페기 눈이 나이하고 너무 안 맞는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CG 티가 나는 장면

# USB를 부팅하면 알아차린다고? 그럼 퓨리는 어떻게 본 거지. 아 퓨리 때는 그냥 모른 척했나 아직 하이드라가 숨어 있을 때라서

# 체험용 노트북으로 암호를 깨다니 나타샤여 아니 이건 맼북의 위대함인가 거기가 애뽀으 매장 맞다면

# 근데 나타샤가 캡의 과거를 모를 수가 있나? 흐흠? 뭐 캡과 페기의 관계는 몰라도 최소한 쉴드 전신인 SSR의 설립자들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 버키 전기 의자 장면, 저거 지금 은행 금고 안임? 나비 넥타이 차림을 한 직원도 그렇고 왠지 금고 같다 맞다면 말 그대로 진짜 asset 이었네 헐

# 스팁 어머니 장례가 퍼벤 초반 배경인 1943년보다는 과거일 텐데, 장례식 때의 스팁이 퍼벤 때보다는 안색이 더 좋아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캡의 인기에 편승한 과거 미화-_;일 가능성이 크지만, 퍼벤에서는 스팁의 건강이 악화되는 중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떨어지지를 않음

# 그리고 버키 저 때는 장발이었구나 길러서 넘겼네? 역시 현실적으로는 배역 때문이겠지만ㅋㅋ

# 목이 졸렸는데 잠깐 기절만 했다 다시 일어나는 버키를 보고 문득, 스팁은 끝까지 버키를 봐줬구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구나 싶었음. 치명상을 안 입히고 제압하려니 그렇게 격전을 벌인 거였군. 제대로 붙으면 스팁이 훨씬 강하지 않을까? 버키 왼팔이 스팁 양팔을 합친 만큼 강하긴 하지만 팔만으로 싸우는 건 아니니까

# 스팁 떨어지는 장면은 언제 봐도 소오름... 이런 영화의 이런 장면에 이런 음악을 넣을 생각은 도대체 누가 함 누구냐고 내가 격하게 사랑훼

# 마지막 장면이 트리스켈리온 붕괴 후 며칠 지났을 때인가 궁금. 캡 신진대사가 일반인의 4배라고 해도 큰 부상이었으니까 회복에 시일이 좀 걸렸을 것 같은데. 아무튼 닉퓨리는 유럽은 가긴 왜 가냐 콜슨 도와주라고!

# 자막이 추가된 건가 인사이트 헬리캐리어가 타겟 설정할 때 토니도 잡히는데 '토니 스타크, 뉴욕' 이라고 뜬다 전에는 못 본 것 같은데

# 아무튼 다시 보니 여전히 좋았더라. 윈솔은 진짜 너무 막 힘들다 덕질하기가 힘들어 버키는 씹덕심을 자극하고 캡은 현실 이상형이고 럼저씨는 얼굴이 완전 내 취향으로 생겼고 아 어쩌란 말이냐 삼중추돌 추면서

# 보다가 뻘하게 셜록 생각이 났음. 셜록은 진짜 제작자들이 다 해먹었구나, 하고. 윈솔은 스팁과 버키의 관계에 더쿠들이 해석할 여지를 많이 남겨 놨는데 셜록은... 레알 다 해먹음. 난 그 해석이 내 취향이라 좋지만 안 맞는 사람들이 어떤 기분일지는 아주 잘 안다. 슈내 때는 내가 그 입장이었으니까. 어찌 보면 시즌제 (호모) 드라마의 또 다른 폐해 같기도... 나야 스벜도 셜존도 둘 다 괜찮다 좋다 내 인생이 망한다

# 올해가 이제 1/4 남았는데 과연 올해 안에 윈솔 잡상은 쓰실 수 있겠습니까 나샛기여

# 만드신 분이 무지개의 'navy'와 '눈 오던 밤' 컨셉으로 제작하신 팔찌인데 첫눈에 이건 놓치면 펀ㅋ팝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후회할 것 같다는 느낌적인 쓰나미가 밀려오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착 1등 먹고 쟁취함. 수강 신청 맨날 실패하고 티켓 전쟁도 맨날 패배해서 클릭질이나 하던 내가... 엄마야. 실물이 훨 이쁜데 어떻게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이게 참 덕후한테 좋은데 말이죠


이케이케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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