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님 답글이 너무 늦어졌네요.ㅜㅜ; 댓글에 쓰려니 너무 길어져서 따로 올립니다. 생각이 아직 덜 정리되었지만 어차피 제 머리로는 완벽하게 정리하기가 불가능 + 시간을 계속 끌어 봤자 괜한 기대만 하시게 하는 것 같아서 일단 지르고 봅니... 늘 그렇듯 쓰다 보면 좀 나아지리라 믿으며-_;;

사실 댓글에 쓰신 내용은 저에게 있어 3시즌을 관통하는 내 인생의 질문-_; 같은 거라서요. 정확하게는 "왜 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사람들 생각과 내 생각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라는 의문이 들었고, 3시즌 종영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도대체 답을 알 수가 없네요. 댓글에 말씀하신 바와 비슷한 반응을 국내 웹에서 굉장히 많이 봤는데 저는 전혀 공감이 안 되었달까, 완전히 반대로 느꼈거든요.

갭이 너무 심해서 이 차이가 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엄청 궁금하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국내의 모 사이트는 사이트 특성상 비방에 가까운 글들이 주로 올라와서 큰 도움은 안 되었고, 그나마 텀블러에서는 다양한 시각의 논의가 오가길래 복습도 제치고(!) 계속 텀블러를 헤매고 있는데 특별히 이렇다 할 결론은 안 나네요. 제가 저인 이상 다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완벽하게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앞으로도 답을 내긴 어려울 것 같고(라지만 보통은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이해되는 법인데 이번 경우에는 공감이 전혀 안 가는 반응이 너무 많아서 아주 도를거가튼 기분임미닼ㅋㅋ) 대신 '제 느낌과 그렇게 느낀 이유' 를 한 번 나열해 볼까 합니다.




#1. 셜록이 매그너슨을 (vs 존이 캐비를)

우선 저도 캐비와 매그너슨의 작품 내 중요도가 다르다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캐비는 쪼렙 몹이고 매그는 최종 보스라는 느낌이죠ㅋㅋ 그럼에도 저는 문제의 장면을 보는 순간 엄청난 희열-_;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



1) 원작의 영향
드라마 이전에 원작의 팬이었기 때문에 매그너슨이 원작대로 1회용(한 시즌용) 악당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고, 역시 원작대로 셜록의 숙적은 모리아티 하나면 충분하다(모리아티를 넘어서는 악당이 계속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원작은 음모론적 악당이나 사건이 도사리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그 모리아티조차 코난 도일이 홈즈를 죽이기 위해 급조한 악당이니까요.(ㅋ...)
소새끼 모팻 vs 애증의 도일



2) 모리아티와 매그너슨
매그너슨이 모리아티를 넘어선다는 말은 능력의 우위를 비교하려는 뜻이 아니라, 둘이 다른 종류의 악당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303에서 홈즈 형제가 나눈 대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는데요.

마: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매그너슨을 왜 그렇게 싫어하지? 네 취향의 퍼즐은 아니잖아.
셜: 그놈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들의 비밀을 먹이로 삼으니까. 그러는 형은 왜 안 싫어하는데?
마: 중요 인사들한테는 큰 피해를 끼치지 않거든. 그런 쪽으로 머리가 아주 비상해. 매그너슨은 사업가일 뿐이야. 가끔은 우리에게 유용하기도 하지. 필요악이랄까. 네가 잡으러 갈 용 같은 게 아니라고.
셜: 형은 내가 용잡이 같은 걸로 보여?
마: 아니. 네 눈엔 네가 용잡이처럼 보이겠지만.

모리아티는 셜록의 퍼즐이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용 같은,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악당이죠. 이 점은 203에서 모리아티 본인이 스스로-_; 이야기꾼이라는 위장 신분을 내세우고 택시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과 상통합니다. (사실 작가들이 이 설정을 다시 끌어와서 매그너슨을 모리아티와 대비되는 악역으로 만들었다고 봐야 맞겠죠)

매그너슨은 지극히 현실적인, 마형님 말대로 '사업가'일 뿐인 악당입니다. 철저히 손익 계산만을 따져서 행동할 뿐이에요. 순수한 즐거움이나 자기 만족 등등이 행동 동기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모리아티나 셜록과는 아주 다른 부류의 인간이죠. (물론 자기 소유로 만든 상대의 얼굴을 치거나 실내에 소변을 누며 즐거워하기는 하지만 취향이니까 존중...이 아니고-_; 그건 부수입인 셈이지 목적은 아니니까요)

셜록을 퍼즐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 비유한다면 매그너슨은 실제로도 비즈니스를 하는 현실적인 '어른'입니다.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니 애초에 셜록과 매그너슨은 서로에게 적합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프트라면 매그너슨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겠지만, 마횽이 말했듯 마횽과 매그너슨은 어떻게 보면 공생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를 적으로만 여기지는 않죠. 적군과 아군의 뚜렷한 구분이 없는 어른의 세계, 어른들의 이해 관계랄까요.

아무튼 이런 이유로 저는 매그너슨이 계속 존재하면 원작의 변주를 넘어서서 이 시리즈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거라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셜록의 진정한(?) 적수인 모리아티의 컴백을 쌍수 들고 환영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이놈의 작가들이 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런 떡밥을ㅋㅋ 삐끗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은뎈ㅋㅋ)



3) 셜록의 변화
그렇다면 3시즌에서는 1회용이나마 왜 이런(셜록의 상대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악당을 내놓았나. 드라마 속에서는 왜 셜록이 자기 타입도 아닌 악당을 자기 상대로 선택했나. 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것 역시 두 형제의 대화에 표면적인 이유가 나오죠. 평범하지 않은, 남들과는 '다른' 사람들을 뜯어먹고 사는 놈이라 싫다고요. 셜록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좀 읭?스럽지 않나요. 전 이게 2시즌까지의 셜록이 할 법한 대사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아마도 스몰우드 여사가 3시즌 이전에 셜록을 찾아가서 '우리 남편이 미성년자와 관계했던 증거를 없애 주시오' 했으면 면전에 대고 보륑하다며 내쫓았을 지도...-_;;

사실 스몰우드 여사의 의뢰 자체만으로는 지금의 셜록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테지만, 이 사건의 배후는 매그너슨이니까요. 매그너슨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고 그 '다른' 사람들의 범주에는 셜록은 물론 존(그리고 나중에는 존이 선택한 메리까지)도 포함된다는 걸, 셜록이 모를 수는 없겠죠.

셜록 혼자만 위협 받는 상황이라면 무시했겠지만 존도 걸려 있으니... 더 나아가 존이 대변하는 '남들과는 "다른" 사람들'까지 셜록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caring)'는 점. 전 이 부분을 셜록의 캐릭터가 변화(발전)한 지점이자 작가들이 말하는 셜록의 영웅화라고 봤습니다. 셜록이 존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존이 셜록에게 있어 일종의 기준, 척도가 되어 준다는 얘기도 이런 의미겠죠.



4) 어린 시절의 재현
한 마디로 작가들이 셜록으로 하여금 매그너슨을 상대하게 한 것 자체가 이미 셜록이 변화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장치였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상대방의 차원이 달라졌으니 셜록이 기존에 쓰던 방식(두뇌 싸움)으로는 게임이 성립하지 않는 거고요. 긴박감을 덜 느끼셨다고 하셨는데 전 그 장면에서 엄청 긴장을... 아니지, 셜록의 절망이 너무 절절하게 다가와서 다른 건 신경을 전혀 못 썼다고 해야겠군요. 어른의 세계와 정면으로 맞섰다가 무참히 박살난 아이의 좌절과 무력함 같은 게 아주ㅠㅠ

사실 이게 셜록이 살면서 처음 겪은 좌절은 아닐 거예요. 꽤 많았겠죠. 그리고 최초는 레드비어드의 죽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레드비어드가 병에 걸렸는지 사고를 당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동물을 안락사시킴으로써 편하게 해준다는 개념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멀쩡히 살아 있는 내 친구를 어른들이 왜 죽이려 하는지, 왜 우리가 지금 헤어져야만 하는지, 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지...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듯 현재 레드비어드는 존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302에서 마형님은 셜록에게 레드비어드를 언급함으로써 '또' 쓸데없이 정 같은 걸 줬다가는 어렸을 때처럼 상처를 받을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만, 셜록은 더 이상 힘없는 어린애가 아니죠. 셜록 말대로 '애가 아닌' 건 아니지만-_; 여전히 어린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때하고는 다르고, 그래서 존(과 존이 선택한 메리)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다 해봅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모두 뭉개졌을 때, 그때 셜록의 그 표정이란.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서서 매그너슨이 존의 얼굴을 튕기는 꼴이나 봐야 하는 셜록의 무력함과 좌절과 분노와 혐오 으마ㅣㄴㅇ러; ㅏㅓㅁ 숨겨 왔던 내 안의 셜록맘이 깨어난다ㅏㅏㅏㅏㅏ 근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잖아요. 셜록내새끠가 오줌누센의 대가리를 꽝 날려 버렸잖아여. 제가 여기서 뭘 더 바라겠음미까 한강 고수부지에서 쾌지나칭칭나네 상모를 돌려도 저의 희열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메리크리쓰마쓰!!!!



5) 인간적인 선택
지...진정하고-_;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 처음부터 매그너슨과의 게임은 셜록이 두뇌 싸움으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셜록은 매그너슨의 지하실이 실제로 있다고 가정했던 시점에 이미 패배한 셈이니까요. 막다른 곳에 몰린 상황에서 셜록이 두뇌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작가들이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겠지만, 기존의 방식대로 해결하는 방법은 3시즌에서 셜록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작가들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던 거죠.

셜록이 머리 싸움에서 지고 총질이나 한 게 무슨 성장이냐는 의견도 많이 봤습니다만 셜록의 변화/성장에 대한 팬들의 정의가 작가들의 생각과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은 셜록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가진 걸 버릴 줄 아는 인간으로 변화하길 바랐던 거고 그래서 셜록을 극단적인 상황(두뇌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거죠.

1시즌에서처럼 셜록이 단순히 추리 기계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을요. 동시에 현실적인 사업가인 매그너슨이나 마횽은 계산에 넣지도 않을 방법이기도 합니다. 셜록은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뭐? 방식 따위 엿머거라! 하고 판을 엎어 버린 거죠. 선택의 순간에 앞뒤 계산 같은 건 있지도 않았어요. 그 방법밖에는 없었으니까. 그 추리 기계가. 오로지 친구 하나를 위해서. 자기 세계를 부정하다니.

아름답지 않슴미까. 제가 셜존 더쿠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물론 그것도 이유이긴 하지만-_; 전 이렇게 인간적인 결함이 있는 셜록이 정말 좋습니다. (우리 셜로기가 이러케 컷꾸나 끄흡흒...) 여하간 셜록은 현재의 친구인 존을 지켜 내고, 그럼으로써 어린 시절의 친구 레드비어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까지 극뽁했답니다. ~일석이조 해피 엔딩~



6) 소소한 배경
제가 셜록의 선택에 희열을 느낀 건 전에도 말했듯 최악의 결말을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셜록의 실수나 선택으로 메리가 희생되고 그로 인해 "존과 셜록의 사이가 틀어진다"는... 이딴 식이었으면 전 밥상 아니 모니터를 엎었을 듯옄ㅋ 지나친 궁예질, 더쿠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 셜록 홈즈 시리즈의 본질은 홈즈와 왓슨의 우정에 있다는 걸 아직은 잊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꼈습니다.ㅋ_ㅋ

그리고 제가 이렇게까지 셜록에게 빙의-_;해서 공감하게 된 배경에는 (1) 영자막으로 봤는데 대충 넘겨 읽기는 싫으니 모든 장면을 문장 단위로 끊어서 느릿느릿 봄 (2) 301을 보고 당황해서 셜록의 심정을 파악하려다 보니까 3시즌 전체를 셜록의 눈으로 보게 됨.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특히 1번의 경우는 다른 팬들과 제 감상이 다른 데 꽤 일조했지 싶습니다. 셜록이 변화한 방향(인간화) 자체에는 공감하더라도 너무 급격한 변화였다는 반응이 많더군요. 302와 303은 에피 안에서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 기간 동안 셜록이 감정적인 경험을 많이 겪는데도 말이죠. 연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저는 워낙 천천히 봐서 그런지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인 듯합니다.




실은 이미 3시즌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한테는 제 글이 별로 공감이 안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팬들의 글을 봐도 그렇거든요.ㅠㅜ 그리고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캐해석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게 제가 간신히 얻은 결론입니다. 애초에 서로 생각하고 있던 캐릭터 해석이 다르니 의견 차가 좁혀지질 않는 거죠. 이건 작품의 성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추리물이다 vs 모험/우정/성장물 등등이다.

다음에는 그에 대해 써 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기다리진 마시고ㅠㅠ 이제는 ㅈ님이나 저를 위해 쓰는 것도 아닌 일단 뽑은 칼이니 허공이라도 베겠다는 오기만이...ㅋㅋㅋ 쓰기 시작할 땐 이렇게 길어질 줄 정말 몰랐어욬ㅋㅋ 나는 왜 발만 네 개인가ㅜㅜ
# 지난 한 달을 텀블러에서 살았다. 예전부터 즐찾해 놓고 가던 텀블러의 양덕들이 줄줄이 분노/실망/침묵하는 가운데 모팻새기가 보우하사 한 양덕이 내 취향에 맞는 meta (분석+해석 정도? 딱 맞는 말을 모르겠다)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 메타들의 원 출처를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한 달이 지나 있었다는... 영어 토나와 근데 너무 재밌잖아. 그 양덕이 잘 쓰인 메타는 픽 한 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던데 오장육부로 울면서동감하면서 읽었따.

처음에는 이걸 다 읽으면(!) 에피 잡상에 녹여서 같이 정리를 해야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었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303 메타 관련 메모장만 세 개여. 어디에 무슨 내용을 써놨는지 찾기도 힘든 지경. 그래서 정리는 포기하고 원래 하던대로 출처 붙여서 잡상이나 죽죽 쓰려고 보니 초반엔 출처도 안 적어 놨다... 아 모르겠다 최근 것부터 하다 보면 그 다음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근데 정작 첫 타자는 메타가 아니고 모팻의 인터뷰임. 최근에 읽기도 했고, 재밌는 내용이 많아서 이것부터.
http://www.vulture.com/2014/01/sherlock-finale-postmortem-steven-moffat-interview.html



# 푸핰ㅋ 얘네도 '게이짐' 이라고 부르는구나. 짐더게이 vs 게이짐 뭐가 더 웃긴지 모르겠닼ㅋㅋ 원래는 103에서 게이짐만 나올 예정이었다고 함. 헐... 셜록이 쟨 게이임 ㅇㅇ 하고 추리하는 장면에서만 등장할 예정이었다고. 끝에 가서야 셜록이 그게 모리아티였다는 걸, 눈 앞에서 놓쳤다는 걸 깨닫고 끗. 그레잍게임은 막 시작되었지만 시청자들은 모리아티를 다시 볼 수 없었을 거라고. (처음에는 2시즌 제작 여부가 불투명했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처럼 결말이 바뀌었냐면, 앤드류 스캇이 오디션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짐더게이면서 동시에 모리아티도 할 수 있는 사람을 (내용을 누설하지 않으면서) 뽑아야 했고, 그래서 모팻이 쓴 오디션용 각본이 바로 그 수영장 장면이었다. 아 그래서 케이스북에 앤드류가 초고 읽고 헐 짐 = 모리아티였음?? 하고 놀랐다는 얘기가 있었군?? 오디션 때는 그냥 악당이에여 ㅇㅇ 하고 진행했나 보지. 암튼 번더하트나 댓ㅊ왓피플두! 가 존나게이한 악당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으려고 쓴 대사였다니 미친... 심지어 모팻도 또라이 같은 장면이었다고 인정하고 이씀 야 인정하지 말라고 그 장면을 개처럼 핥은 나는 뭐가 되냐곸ㅋㅋㅋㅋ

앤드류의 연기를 보고 모팻은 게티스를 꼬드김. 이 장면 넣자. 솔까 말도 안 되는 건 아는데, 왜 악당이 (전면에 나서서) 저러고 있겠음? 그치만 연기 죽이잖아 아무도 뭐라 안할 걸. 한 술 더 떠서 이런 말도 한다. 셜록 안 본 사람한테 103 결말과 201 시작 부분을 연달아 보여 주고 '이게 셜록이란 드라마란다' 라고 하면 '시발 이 드라마 대체 뭐임?' 소리를 들을 거라고.

아는 인간이 그런 짓을 했냨ㅋㅋㅋ 게다가 어이없기로 따지면 103→201 보다 203→301 이 더 심할 텐데. 그것도 다 알고서 한 짓이라 이거지. 이로써 확인된 사실은 (1) 모팻은 모든 걸 치밀하게 계산해서 쓰는 타입이 아니고 (2)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으며 (3) 배우의 연기를 각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편이고 (4)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 지 알고 있지만 고칠(?) 마음은 없고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모팻이 쓰는 에블바디게이드라마퀸 '셜록'이 너무 좋다는 거시다. 수영장 장면마저 게티스가 아니고 모팻의 아이디어였다니 의사 양반 존 왓슨 양반 내...내가 모팻과 취향이 같다니!



# 셜록이 매그너슨을 그러케 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왜케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모팻. 존이 101에서 캐비를 쐈던 일은 왜 다들 기억을 못하는 거져 그러고 나서 웃기까지 했잖아요? 얘넨 위험한 애들이라고요! 이건 나도 의아하긴 함. 존은 만난 지 하루밖에 안된 미친 놈-_;을 위해 총을 쐈다고. 왜 이건 괜찮고 저건 안 괜찮은 걸까 이번에 총을 쏜 건 존이 아니고 셜록이라서?

이 다음은 좀 농담 같긴 한데, 만약 셜록이 맥너슨의 사무실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메리는 성공적으로 맥너슨을 주기고 세 사람 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 모팻도 저렇게 생각하긴 하는구나(근데 내용은 왜 그럼?^^) 글고 메리가 그냥 셜록 쏘고 맥너슨도 쏘고 가버리면 안 되나. 끝까지 이해가 안 가는 점 중 하나인데 4시즌에서 설명이나 해줄런지. 암튼 그랬다면 셜록과 존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사건을 해결하고 다닐 거라고. 맥너슨을 죽인 킬러가 자기들 주변에 있을 거라고는, 그 킬러가 자기들을 공격하려는 자들을 몰래 처리해 주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면서. 라는데 와 미친 이건 존트 완벽한 드림물이잖아 '메리 수'스턴...!! 신이시여 내 취향이 모팻과 이렇게나 같았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어 내가 201 작가 따위(..)와 같은 수준이었다니 (부들)



# 모팻 왈, 셜록이 차가운 가정 환경에서 애정을 못 받으며 자랐을 거라니 이게 무슨 잠꼬대임. (오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하고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야말로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다고 할 수 있음. "괜찮다. 다른 애들처럼 할 필요는 없어. 너는 너니까." 이런 말을 들으면서 컸을 거임. 물론 셜록이 하는 행동을 보면 너무 많이, 자주 들은 모양이지만.



# 여기까지 읽고 내 눈을 의심함. 이거 진짜 모팻 인터뷰 맞나 싶어서 위로 올라가서 제목 다시 봤다-_;; 모팻이 뭔가 잘못 먹은 게 분명해 왜케 내 마음에 쏙 드는 말만 골라서 하고 있지;;;; 이게 정말 201의 그 모팻이라구여?? 아니 진짜, 이쯤 되니까 내가 왜 201을 그토록 싫어했었는지 나도 모르겠고 막 허무하고 그런다. 내 감정 소모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으허허

하긴 생각해 보면 난 지금까지 셜록이나 존이 캐붕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102의 존은 예외-_;) 201이 싫은 것도 아이린 애들러 때문이었지. 홈즈 시리즈의 '소녀' 팬이었던 나로선 용납이 안 되는 결말이었음. 감정을 등한시하다 못해 약간의 여성 혐오 기질도 보이는 홈즈가 인정한 유일한 여성, 그것도 머리 싸움으로 홈즈에게 한 방 먹인 그 여성이라는 존재는 여자 셜로키언에게 꽤나 큰 의미를 갖거든. 근데 그 애들러가 셜록을 진심으로 좋아하다니 아니 좋아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겨우 그것 때문에 일을 그르치다니 이건 신성 모독이다 나의 애들러 쨔응은 이러치 아나! 였지.-_;;

물론 코난 도일이 어떤 소신을 가지고서 애들러 캐릭터를 쿨하게 그린 건 아닐 거고 소 발에 쥐 잡기였을 거임. 더불어 모팻은 여자 셜로키언에게 아이린 애들러가 어떤 의미인지 아마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할 듯. 이해하면 모팻이 아니지. 사실 이해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 '셜록' 이라는 드라마는 홈즈 팬보이였던 '평범한 남자' 작가가 어린 시절의 우상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을 자기 취향대로 늘어놓은, 일종의 2차 창작인데.

(공동 작가이자 게이인 게티스는 아이린 애들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긴 한데, 뭐 게이라고 해서 이성애자 남자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리란 법은 없으니까)



# 이런↑ 생각은 같은 사이트의 다른 인터뷰(2) 를 보다가 더 강해짐.
http://www.vulture.com/2014/01/steven-moffat-sherlock-holmes-best-man-speech-interview.html

"12살 때 이런 생각을 했었죠. 셜록이 (왓슨의) 들러리를 서주는 내용은 왜 없지? 진짜 보고 싶다 정말 끝내주는 얘기가 될 텐데. 그 이야기에는 사건 같은 게 없어도 괜찮아 분명 사상 최고이면서 최악의 축사가 되겠지!"

이 얼마 안 되는 문장에 대체 몇 개의 포인트가 있는 지 모르겠는데... 결국 이 모든 건 12세 팬보이의 팬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다. 원작을 충실하게 현대화 이런 거 처음부터 없었고, 그냥 내 최애캐의 이렇고 저런 모습이 보고 싶은데 아무도 안 해주니 자급자족하겠다(..)는 흔한 2차 창작러의 마인드. 원작에 대해서도 '이건 추리물이 아니고 모험물' 이라고 말하는 사람인 데다 저런 마인드이니 드라마 셜록의 중심은 '추리'가 아니고 '셜록 홈즈' 그 자체인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케이스북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망하면 말고'_` 라는 2차 창작스러운 마음에서 시작된 작품이었어도 이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될 정도로 스케일이 커졌으니 창작자로서 자기 창작물에 책임을 지고 프로답지 못한 자세라고 비난 받아도 감내해야겠지. 만, 별로 신경 안 쓰는 듯. 존잘님 마이웨이 쩌네여.

모팻이 팬들을 무시한다는 건 아님.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다른 인터뷰에서 팬들(과 2차 창작물)에 대해 되게 이해도 높은 발언을 했었다. 하기야 자기도 팬보이 출신이니까 팬들의 심정을 모를 수가 없지... 결국 억울하면 너도 성공한 더쿠가 되려무나. 라는 교훈이 남는 건가 성공하면 최애캐를 내 취향대로 굴리면서 돈도 벌 수 있고 뭐 그런... 좋은 교훈이네-_;;



# 다시 애들러 얘기로 돌아가서. 내가 그토록 치를 떨며 싫어했던 모팻의 애들러 취급 방식도 이제는 조금(조금!) 이해가 간다. 얘는 그냥, 지 최애캐가 사랑하는 걸 보고 싶었던 거였어. 홈즈가 유일하게 인정한 여성인데 홈즈와 아무 일도 없다니 이럴 순 없다 애들러와 홈즈가 서로 좋아하면 얼마나 멋질까! 그리고 홈즈가 애들러의 목숨을 구해 주는 거야 당연하지 첫사랑인데 죽게 둘 리가 있겠냐능 내 홈즈 님은 그러케 차가운 남자가 아니라능.

모팻이 셜록과 자기를 동일시 하고 있다는 의혹(비난)에 대해서는... 솔직히 맞다고 생각함. 그리고 이게 모팻이 애들러와 셜록의 관계를 저렇게 만든 것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거라고 본다. 내가 셜록이라면 애들러랑도 이렇게 저러케 했을 거야... 같은 거지. 303에서 자기 아들을 셜록의 아역으로 쓰는 바람에 이런 의혹이 더 커져 버렸는데, 셜록 머리도 모팻의 곱슬 머리를 반영한 거 아니냐-_;는 말이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가 않는 지경ㅋ



# 다른 인터뷰(2) 에서 계속. 셜록이 축사에서 "제 명성은 사실 존(의 평범함) 덕이죠" 운운하는 건 모팻의 말에 따르면 셜록의 허풍이며, 셜록은 언제나 그런 식이라고. 사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할 뿐이다. 셜록이 맨날 고기능 쏘패라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 셜록은 쏘패도 고기능도 아니다. 정말로 쏘패가 되고 싶어하기는 하지만, 근데 시발 아니라거여.

셜록 홈즈의 멋진 점(drama)은, 엄청나게 높은 수준을 지향한다는 것에 있다. 셜록 홈즈도 본질적으로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물론 아주 큰 뇌를 가졌지만), 뇌가 더 잘 작동하게 하려고 모든 감정을 누르고 있는데, 실은 이것 자체가 감정적인 행동인 셈이다. 즉, 감정이 자신을 방해하면 아주 감정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쏘패 아니에여! 하는 건 예전 인터뷰에서도 본 것 같은데 그 뒤의 내용은 처음 보네. 흠...



# 웃긴 건, 난 이 인터뷰들에 엄청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정작 이거 올린 양덕(과 몇몇 양덕들)은 콧방귀를 뀌고 있더란 거였음. 모팻이 맨날 "난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한다우" 라고 한다나. 이 양덕이 유난히 모팻을 못 미더워하기는 하더라만. 심지어 지금까지의 인터뷰 중에 뭐가 진짜였고 뭐가 구라였는지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다른 양덕이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음. 역시 덕중덕은 양덕...-_;; 자료가 아직 많지는 않아서 유의미한 결론을 내긴 그렇고 난 그냥 지금까지처럼 내 마음에 드는 것만 믿기로 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ccc?key=0AlnzO_RWdsZadFRLR0JmUkJycGNrVUxUcTJRTlliTFE&usp=sharing#gid=0)



# 쓰면서 깨달은 건데. 모팻을 이해하게 되고 201을 용서-_;하게 된 게 3시즌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그 정도만으로 끝난 게 아니었음. 내가 지금까지 셜록을 보면서 단 한 번도 캐붕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논란 많은 3시즌까지 내 취향이라 너무 좋다고, 모팻과 내가 같은 수준이었다니 시발? 이라고 느꼈다는 얘기는 한 마디로 내가 밀던 (마이너하다고 생각했던) 캐릭터 해석이 이제 작가 공식이 되었다는 얘기잖아...?

자 잠깐만여 내가 이런 건 또 처음이라 적응이 안 되는데... 그... 여기 숔블랭킷 좀 가져다 주시고요... 잠깐만... 이게 모지 모 미드 파다가 제작진들한테 똥 세례 받고 탈덕한 적은 있었어도 이런 건 난생 처음이야 (충격)

아 그래서 캐붕이라고 느낀 사람들이 많았구나! 아무래도 국내 웹에서는 쿨싴한 셜록에 보살 존이 대세였으니까(양웹은 체감 상으로는 반반인 듯) 확실히 충격적일 만도 했다 오오 이 연쇄 깨달음 심봉사 개안하는 기분일세. 나야 처음부터 좆쳐딩 셜록에 상남자 존을 빨았으니 크게 타격이 없었던 거고. 물론 내 예상보다 셜록은 더 완전 어린애였고 존은 옷장 속 게이싸패 수준이었지만ㅋㅋㅋㅋ 시바 팬 해석보다 원작이 더 막 나가는 퀄리티;;

그런 의미에서(?) 왓슨 가의 가정 환경은 홈즈 가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는 건 너무 나간 궁예질인가? 난 존과 셜록이 근본적인 부분에선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근데 셜록은 남과 다르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반면(존의 영향으로 좀 변하기는 하지만) 존은 신경을 쓴다는 차이가 있지. 존이 올바른-_; 성정을 타고나서 자기 자신에게도 잣대를 들이대는 거라 생각했는데 엄한 훈육 탓도 있을 듯.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누나 해리를 보면... 그다지 좋은 환경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이미 2호 언니가 썼던 설정이기도 함 존잘님 돗자리 까시고 리퍼블릭 완결 좀 내주세여ㅠㅠ)

보살 존은 내 취향이 아니니 그렇다 치고 차가운도시탐정그러나내블로거에겐따뜻하게찌☆ 셜록을 드라마에서 이제 볼 수 없을 거 같다는 건 아쉽지만... 괜찮음. 난 이미 셜록맘이 되었기 때무네ㅋㅋ 뭐가 되었든 셜록과 존이 행쇼하기만 하면 됨. 그리고 3시즌을 보고 나니 그 점에 있어선 이상하게 모팻한테 믿음이 간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구나. 근데 이러다 4시즌에서 뒤통수 맞으면... 뭐 어쩌겠냐 다시 휴덕 해야지.^_T



# 오랜만에 쓰니까 되게 힘들다. 이제서야 3시즌을 mp3로 변환해서 듣고 있음. 존좋... 오스트만 들어도 좋지만 역시 이거랑 비교가 안 되는군 대사 완전 찰지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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