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201이 왜 잘 만들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이해가 안 되고, 그러면서도 집착하게 되는 이유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 않던 201의 연출과 카메라 워크는 내 눈에는 대부분 과잉 기교로 보이고 특히나 장중st 음악과 함께 나오는 과다한 슬로우 모션... 시발 내 손발... 음악과 영상이 착착 맞아떨어지던 101과는 달리 201에서는 약간 엇박이라는 느낌까지 듦.

많이 거론되던 나의 셜록은 이러치 않다능... 난 크게 거슬리지 않았음. 애들러 캐릭터에 대해선 좀 복잡한 심경이지만, 적어도 셜록의 감정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거부감도 어색함도 못 느꼈고 심지어 셜록이 애들러를 사랑하긴 했을 거라고 봤다. 자기도 잘 모르고 있다가 잃(었다고 생각하)고 서야 깨달았고 고작 일주일 정도만 유지된 감정이었을 테지만 암튼 난 거기에 대해 아무 유감 없다. 물론 내가 셜록에게 이성으로서 끌리질 않아서, 셜록이 딴 여자와 뭘 어쩌든 아무렇지도 않아서 그런 거겠지만 암튼 문제가 없었다고.

역시 제일 큰 이유는 애들러 캐릭터 때문이겠지. 아니 캐릭터 자체는 참 좋은데 활용법이 마음에 안 든다. 기껏 멋진 여캐를 갖다 놓고 한다는 게-_- 크리스마스 파티 전까지는 201이 꽤 좋았음. 근데 그 뒤는 뭐-_- 멍 때리다 여기저기 뒤져보니 난리 났더만. 모팻이 원래 여캐를 그런 식으로만 묘사한다는 말도 있었는데 내가 다른 작품을 본 적이 없으니 판단할 순 없고. 하도 사람들이 뭐라고 했는지 모팻도 어느 인터뷰에서 '결말에 셜록이 애들러를 구하러 나타난 것 자체가 애들러가 이겼다는 반증이다. 그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거다'-_; 라고 했더라 근데 아니었거든여? 모팻의 세계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아니 성별을 떠나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게 패배인 모양이다. 그럼 애들러가 이긴 건가? 그걸 우왕 이겼다! 라고 생각했다면 애들러야말로 천하의 난년(..) 정신 승리류 甲(...)

이기고 지고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는데. 원작대로 둘이 머리 싸움을 시키려면 그냥 그걸로 가든가 아니면 제대로 밀당을 시키든가 했어야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느낌. 102와 비교하기는 좀 미안하지만, 102는 머리론 나쁘지 않았는데 느낌이 오지 않았다면 201은 느낌은 팍팍 오는데 머리가 안 가-.- 셜록의 감정에 대한 에피라서 시청자들도 가슴으로만 느껴야 하나여?

어쨌든 2시즌 내용도 그렇고 사람들의 반응도 그렇고 셜록이라는 드라마는 이제 홈즈의 현대화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독자적인 생명력을 얻은 듯하다. 홈빠에 셜덕인 나로서는 좋으면서도 섭섭한 이상한 기분이ㅋㅋㅋㅋㅋ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인생의 질문을 만난 애시키가 된 기분?ㅋㅋㅋㅋㅋㅋ

하여간 201 안녕. 쿨하지 못하게 두 달이나 질질 잡고 끌어서 미안하구려. 팻느님은 101로 저를 세우신 것과 같이 3시즌으로 저를 다시 세워 주시리라 믿숨니다. 아팻. 걍 여자 캐릭터 넣을 생각일랑 말고 상큼하게 셜록하고 존 둘만 믿고 가시져. 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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