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백조의 호수 두번째 공연이자 제이슨 파이퍼의 첫번째 공연으로 보고 왔다.
아래에도 써있지만 지금까지 제정신이 아님.
감동을 좀 오래 끌어보고자 무려 헤드윅을 안 듣고 있다. 핫핫.


어, 쓰긴 다 썼는데 좀 심하게 길다;
졸라 길어서 짤랐음
수업 끝나고 학교에서 저녁 먹고 과제 좀 하다가 부랴부랴 역삼역으로 갔는데, LG아트센터 시설 좋더라. 네이버 지식인님께서 사석이 거의 없다고 하시더니 정말인듯. 나는 1층 11열 18번에서 봤는데 VIP석 뒤에뒤에라 과연 잘 보이더군.. 관객 수준이 높아서 떠든다거나 핸드폰을 꺼낸다거나 하는 사람도 없었음. 굿.

예매한 표 받고 로비에서 서성이는데 한쪽에서 뭔가 팔길래 가봤더니 프로그램 6천원, 아담 쿠퍼 버전 백조의 호수 디비디가 2만 2천원, 둘이 합해서 2만 6천원에 팔고 있었음. 대좌절. 어쩌자고 돈을 달랑 만원만 들고 갔을까;; 결국 눈물을 머금고 프로그램만 사고 돌아섰다. 인**크에서 주문하려고 했더니 일시품절. 1시간 20분 걸려서 역삼역 다시 가야하나 진지하게 고려 중임. 한다면 한다.(야)

이 공연이 특이한게 당일 출연진 정보가 공연 시작 30분 전에야 공지된다는 점이다. 3월 29일에 예매했을 때 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배우 두 명의 사진을 보고 막연하게 제이슨 파이퍼가 더 취향이라고 느껴서(그 때는 이름도 몰랐음) 포스팅하면서 제이슨의 사진을 같이 올렸었다. 공연장 올라가려고 에스컬레이터로 가는데 출연정보 프린트가 있더라. 두근반세근반...
'백조/ 낯선 남자(The Swan/ The Stranger): Jason Piper' 앗싸. 예감이 좋다!+_+

제이슨 파이퍼 사진 보기

호세 티라도 사진 보기

뉴스 동영상 보기: 공연 영상은 호세 티라도의 첫공인데 뒤에 마르니 왕자와 제이슨 백조 인터뷰 나옴. 멍하니 보다 심장 내려 앉을 뻔 했심; 저 인터뷰에 나오는 머리가 흑조할 때 머리.

아 뭐부터 써야하나... 쓸 말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미 몸도 마음도-_- 제이슨 퐈슨라이제이션; 했기 때문에 잡상의 절반은 백조와 흑조에 대한 말일 듯 싶음.

일단 에 대해 조금 말예찬하겠심.
제일 임팩트 강한 건 역시 백조들의 상반신. 공연 초반부의 조명 받아 약간 푸르스름하니 하얗게 빛나는 대리석같은 상반신 근육*-_-*도 좋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 땀에 젖어 눈부시게 빛나는 상반신 근육이!! 아주 지대다. 게다가 춤 동작이 오래 지속되면 헐떡이면서 오르내리는 가슴 근육을 감상할 수 있다. 백조들이 날갯짓 할 때 우아하게 움직이는 어깨와 팔 근육도 최고. 상반신 근육만 보다왔더니 그 아래 닭-_-털 바지는 보이지도 않더라는 D모씨의 증언이 있음.

그렇다면 하반신은 닭=_=털 바지에 가려서 안 보이지 않느냐? 그건 좀 그렇다. 잘 안 보인다. 벗뜨, 우리에게는 제복이 있다. 특히 남자무용수들이 제복입고 군무를 출 때 단체로 뒤 돌기라도 하면 아주 정의로운 엉덩이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이게 또 매우 훌륭하다. 춤 동작을 봐야하는데 엉덩이에서 눈이 절대 안 떨어진다.

덤으로 백조들이 위협할 때라거나 단체로 발을 쿵 내딪을 때 간간히 "헛" 하고 작고 짧은 기합을 내지르는데 이것도 훌륭. 또 후반부쯤에는 백조님이 땀에 젖다 못해 스핀이라도 하면 공중에 땀방울이 흩뿌려지면서 반짝 빛나는데 사람 아주 미치게 만든다. 아 그러니까 내 평생에 땀 보고 아름답다 생각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리오...OTL 혹여 앞자리에 앉았다가 그 땀 맞기라도 하면 그게 바로 성수세례*-_-*가 아니더냐.(이런 ㅂㅌ)

이제 본격적으로 백조님, 제이슨 예찬에 들어가서.
프롤로그에서 처음 잠깐 등장하는데 엄청 감동해버려서 눈물이 날 뻔 했다.-_- 뭐랄까 찌리릭하고 전기가 등골을 타고 머리까지 올라오는 그 느낌이. 사실 이 때는 분위기에 흥분해서 그런 거지만서도... 이 때만 해도 내가 제이슨퐈슨라이제이숑-_-할 줄은 전혀 몰랐단 말이지;

공연 시작하고 백조님이 나오기 전까지 내가 걱정했던 것이 "다른 백조들 사이에 묻혀서 주인공이 안 보이면 어쩐다냐;" 였음. 그도 그럴게 백조들끼리 분장도 똑같지 의상-_-도 똑같지 구별이 잘 안 되더라. 근데 기우였다. 나도 내 눈을 의심했다. 그 많은 백조들 사이에 백조님이 뚜렷히 보이는 거다. 처음에는 오오 세상에! 이게 뭐지 조명의 힘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동작이 다르다. 분명히 같은 춤인데 그 정확함이랄지 섬세하면서 절도있는 동작이 다른 백조들하고 확 차이가 나버림. 솔직히 백조들 군무는 클래식 발레처럼 딱딱 맞지 않아서 좀 산만한 감이 있는데 혼자서 뭔가 춤사위가 다르다. 여기서 한번 감탄.

또 한번은 백조님과 왕자, 혹은 흑조님과 왕자가 파드 되를 출 때. 여자 무용수와 출 때는 그렇다치고, 남자 무용수와 파드 되를 추면서 시도때도 없이 번쩍번쩍 들었다 안았다 하는데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호세 티라도는 건장하고 힘이 넘친다는 평인데 제이슨은 날렵하고 가벼운 춤을 춘다. 백조(흑조)와 왕자의 파드 되에 대해서는 이 외에도 할 말 많음. 매우 바람직함.

여왕님에게 눌려 자라 왕소심한 왕자님이 난생 처음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알고보니 비서의 모략이더라 그래서 채인 왕자 웬 공원의 호수에 몸을 던지려는데. 몸을 날리기 직전 백조님이 날아와-_- 왕자를 채간다. 그리고서 2막 내내 사이좋게 춤 춘다. 사방팔방 뛰고 달리고 아주 신났다. 백조들 날아가고 아까 투신하기 전 쓰레기통 뒤져 소심하게 쓴 유서 박박 찢어버리고 룰루랄라 용기백배해서 뛰어가는 왕자. 쯧... (내용을 다 아는 지금은 이 대목에서 마음이 좀 아프다;)

여기까지 하고서 20분간 휴식. 2막에 백조들이 우르르 나와서 눈이 매우 즐거웠기 때문에 그 뒤에 내용은 어떻게 되든지- 아 오늘 진짜 눈보신 잘 하고 간다 이러고 있었다. 3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왕자님도; 몰랐다.(제이슨퐈슨라이제이션한 결정적 계기가 3막.(..))

궁정무도회가 시작되고 얼마 뒤에 하늘에서 천사흑조가 내려와 발코니를 타고 무단침입한다.(아 원래 설정상 낯선 남자라고 부르는 캐릭터인데 내 맘대로 흑조라고 부른다; 흑조에서 따온 캐릭터이긴 함) 근데 아무도 나가라고 안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 공주들과 여왕이 나가라고 안 한다.(그 파트너들이야 오죽 나가라고 하고 싶겠냐만-_-;;;) 왜냐하면 느무 멋지거든...orz 껌 좀 씹어주고 담배도 물어주고 술도 팍팍 마셔주고 골반을 유연하게 돌리면서 존내 섹시하게 춤을 춰대는데 어느 여자가 미쳤다고 나가라고 하겠냐. 이러고 추파를 여기저기 던지는데 안 넘어가는 여자가 없다. 심지어 여왕님도. 급기야 무도회를 독무대로 만들고 파트너 갈아가면서 춤 춘다. 여기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우리의 세계최고소심남 왕자님-_-;; 흑조가 등장했을 때 같이 춤 췄던 백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나니 얼굴이 확 피어나면서 반기는데 흑조는 바로 쌩까주시고-_- 여자들에게 작업 들어간다. 그렇다 백조와 흑조는 설정상 다른 인물(?)이다, 헷갈리면 안 된다!(근데 그게 맘대로 되냐 이거지;;;; 저렇게 똑같이 생겨먹었는데!!ㅠ ㅠ) 흑조가 여자들과 화려하게 춤 추는 동안 왕자님 소심하게 빙글빙글 그 주변 돌면서;;;; 배회한다. 보는 사람 가슴 찢어진다; 바로 이것 때문에 흑조 춤 보랴, 표정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왕자님 살피랴 눈이 막 돌아간다.

결국 여왕님도 꼬셔서 둘이 빙글빙글 춤 추며 나가려는 순간 절묘하게 여왕님 자리에 왕자가 들어간다. 그리고서... 그리고서 둘이 같이 춤 춘다.OTL 난 흑조가 왕자 팔을 탁 뿌리칠 줄 알았다... 그전까지 흑조가 여자들하고 춤 추는 거 보면서 '아악 멋지다ㅠ ㅠ 아 젠장 흑조님아 왕자님하고 춤 좀 춰주셈!!'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진짜로 출 줄은 몰랐다.OTLOTLOTL OTL 졌다 매튜 본... 이래놓고 사랑이 아니라고 10년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단 말이오?! 으버버어버버버버. 무슨 말을 하랴. 그저... 그저 감읍할 따름임.ㅠ ㅠ 이 왕자님이 또 키가 흑조(백조)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으셔서... 매우 보기 좋다. 흑흑흑.

그러나 짧은 춤은 잠시, 흑조에게 다시 내쳐지는 왕자. 총 들고 난동 부리다가 자기 여자친구 죽게 만든다. 이 여자친구 역도 미워할 수가 없는게 원체 귀여운데다 알고보면 왕자를 정말 좋아하긴 좋아했거든.(그러게 왜 돈 받고 찼니...) 왕자 완전 정신 나가버리고 3막이 끝난다.(박수치기 좀 애매했던 걸로 기억;)

흑조 사진 보기

흑조 의상은 까만 가죽 바지*-_-*에 까만 셔츠에 까만 조끼에 까만 코트. 백조님의 엉덩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게다가 가죽바지라 탱탱하니 참 좋다.(...오늘 참 엉덩스에 집착하는 D모씨) 그것도 처음부터 다 까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뒷 트임 있는 코트자락이 날리는 사이로 슬쩍슬쩍 보여주다가 나중에서야 벗어제낀다.(바지 말고, 당근 코트를)

참, 3막에서 흑조가 탁자에 걸터 앉아 뺀질거리다 소심하게 쭈뼛쭈뼛 다가오는 왕자님 놀리려고 탁자에 있던 까만 뭔가를 손가락에 찍어서 이마에서 콧등까지 쭉 내리 긋는데 나도 왕자님하고 같이 심장 덜컥했음. 그런 식으로 사람을 놀리면 납빠요...ㅠ ㅠ 기대하게 된다고; "당신 진짜 백조였어?!"라고 외칠 뻔;

마지막 막. 결국 정신 나가버린 왕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지만 서서히 죽어가고 백조들이 나타나 왕자를 위협한다. 백조님은 홀로 왕자를 지키려고 애쓰는데 이게 또 감동이라. 그 전까지는 무대에서 멀기도 하고 백조님 표정이 별로 안 보이고 안 드러나서 감정을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바닥에 쓰러진 왕자를 머리(지만 백조로 치면 부리)로 건드려보고 안타까워하면서 두리번 버리는 장면은 팍 와 닿더라. 그 장면은 진짜 한마리 백조같으면서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심...


끝나고서 박수 치다가 중간부터는 아예 다들 일어나서 기립박수 쳤다. 관객들이 계속 치니까 무용수들 계속 나오고, 계속 나오니까 사람들은 또 계속 박수 치고, 한 5분 이상은 쳐댄 것 같음. 어깨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근데 밝은 조명 아래서 제이슨 얼굴보니까 매우 멋지더라ㅠ ㅠ 으에엥. 앞 자리에 앉은 사람들 좋겠수;;;;

실은 댄스 뮤지컬이라길래 뮤지컬에 가까운 줄 알았더니 노래도 안 부르고 대사도 한 마디 없었음. 스토리가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었고, 군무 장면도 약간 산만하고, 한 무대에 여러 장면이 동시에 진행돼서 한 쪽 보면 다른 쪽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럼 뭐 어때. 제이슨 파이퍼가 존내 짱 멋진 걸. OTL

헐 다 쓰고 읽어보니 존내 길다;; 이제까지 쓴 것 중에 최고 긴 듯. 그리고 과제때문에 여러 날에 걸쳐 썼더니 글투가 여기저기 미묘하게 다르심...(12일부터 15일까지 썼;) 그나저나 이런 걸 10년 전에 만들었다니 역시 대영제국, 남자물이 좋은 동네는 뭐가 다르긴 다르군.(ㅇㅈㄹ)

휴우 길었다. 그러나 실은.. 이게 끝이 아님. 으흐흐허허.(글 시작할 때는 분명히 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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