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지 벌써 2달이 넘어간 이 시점에도 여전히 사진 정리 그게 뭔가염 이러고 있다가 엄니한테 한 소리 듣고...

하라는 사진 정리는 안 하고 이런 거나 끼적이고 있다.=_=

그치만 엄두가 안 난다고. 그게 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데다; 동영상 포함해서 3기가에 육박하는 걸.(그리고 그 중에 내 얼굴 나오는 사진은 10장도 안 되던가...) 그걸 어떻게 씨디 한 장으로 정리하란 말인가요;; 도대체 왜 포토샵은 사진 프로그램이면서 사이즈 일괄 줄이기 기능 같은 건 없나요. CS에는 있냐 설마.(8년째 포샵7만 쓰는 중)

아무튼.


6위: 3월에 만난 눈폭풍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에 드레스덴이라는 곳이 당일치기로 좋대서 빡빡 우겨 무리하게 일정에 넣었더니 그곳에서 우릴 반긴 것은 눈보라도 아닌 눈폭풍... 싀 싀발 관광이고 뭐고 진짜 날려가는 줄 알았음. 드레스덴에서 프라하 가는 기차 길은 들은 대로 예쁘긴 하더이다.


5위: 물에 잠긴 베네치아
도착한 첫날부터 비가 퍼붓기 시작하더니 둘째날은 온 거리가 최소 발등, 최대 무릎뼈 아래까지 잠겼음. 엄니와 나는 물의 도시에서 물 구경 하나는 배터지게 하고 간다며 허탈하게 웃었을 뿐이고. 웬만한 관광 명소에는 간이 다리? 같은 걸로 동선을 만들어 놓아서 관광객들은 한 줄로 개미처럼 그 위를 걸었을 뿐이고. 긱사 화장실에서 샴푸로 빨았던 내 운동화에서는 하이얀 거품이 걸음 걸음마다 뽀골뽀골 올라왔을 뿐이고.


4위: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
로마와 함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인 바르셀로나의 소매치기. 분수쇼를 보고 엄청나게 많은 인파에 낑겨 지하철을 타려고 가방에서 표를 꺼낸 후 어깨에 못 올리고 팔에 걸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낌새가 이상한 것이다. 팔에 걸친 옷으로 교묘하게 내 시선을 가리고 지퍼를 여는 중이었음. 내가 아예 가방을 손에 들어서 확 내려버리니까 혀를 차고 다른 곳으로 가더라. 어차피 돈은 가방 안 지퍼 주머니에 이중 삼중으로 보관해 놨었지만, 한번 당할 뻔하니까 간이 오그라들어서 지퍼마다 안전핀 찔러놓고 다녔음. 다음에 여행 가면 숄더백 말고 크로스백 가져가야지. 젠장.


3위: 경* 김갹갹 객지사 할 뻔 *축
여행 초반부 파리에서 묵은 호텔은 바닥이 타일이었다. 엄니는 팩을 하며 잠깐 졸고 계셨고 난 스트레칭을 하겠다며 미련하게 숨을 참고 몸을 뒤로 한껏 꺾었다가... 산소 부족으로 기절했음.=_= 아니 했던 것 같음. 나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정신을 차려보니 타일 바닥에 왼쪽 머리를 박고 괴상하게 뒤틀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으니까. 엄니가 꿍!!!!!!!!!! 하는 소리에 놀라 깨서 나를 흔들지 않았으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모름. 그 뒤에 엄니는 두고두고 "그렇게 희한한 자세는 처음 봤다" 거나 "아래층 사람들이 꿍 소리에 놀랐을 걸" 라면서 나를 놀려대셨다.


2위: 유로스타 놓칠 뻔
여행을 마치고 파리에서 다시 런던으로 가려던 때. 예전에 한번 타본 경험도 있겠다, 그게 기억이 잘 안 나긴해도 런던에서 파리 올 때 보니까 표만 내고 슥 타면 끝이더라. 그래서 출발 시간 20분 전에야 북역에 도착해서 줄 끄트머리에 암 생각 없이 서있었다. 이 줄만 통과하면 타겠지. 근데 승무원 언니가 지나가면서 "*시 **분발 런던 세인트판크라스행 열차 타시는 분~ 계십니까~" 이러는 거 아닌가. 처음에는 설마 내 얘기일라고. 이러면서 들은 척도 안 했는데 시간이... 읭 내가 탈 기차 시간이다? 손을 번쩍 들고 저 그거 타는데요, 했더니 언뉘 얼굴이 사색이 되면서 얼른 이리 오래. 쫓아갔더니 그 긴 줄을 통과해도 출입국 심사대 앞에서 또 길게 기다려야 했던 거다. 헐퀴. 나 말고도 그 기차를 타야할 가족이 있었는데 모두 사색이 된 얼굴... 사태가 이 지경이 되니까 영국 입국 심사대가 즉석으로 하나 더 생겼다. 내가 일빠로 가서 섰다. 원래 학생 비자 끝나고 재입국 할 때는 심사가 그지 같다고 들었다. 게다가 난 출석률 **%라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있었다. 직원이 유도심문을 던진다.

"너 영국 가서 다시 공부할 거냐?"
"아니!!!!! 나 우리나라로 돌아갈거거든!!!!!!!!!" (애국자 나셨다, 코리아는 얼로 가고 마이컨츄리 작렬...)
"...아 그래, 한국 간다고?"
"그랫!!!!!!"

통과.-__-

그 뒤에 면세점과 길고 긴 복도를 달리고 또 달려 게이트에 도착, 플랫폼으로 달려 내려가는데 네발 달린 캐리어가 내리막길에서 나보다 빨리 미끄러지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으나 무사히 기차 탑승.

이었으면 좋겠지만, 옆 기차에 잘못 탔다. 내 꼬락서니를 게이트에서 내려다 보던 직원이 "야 그 기차 아니거든!!!! 저거 타!!!!" 라고 알려줬다. 차량 번호 확인이고 뭐고 일단 뛰어들고 보니 식당칸을 지나가야 돼서 다시 내려서 달려서 내가 탈 차량, 좌석에 앉으니 출발 1분 전.............

4위나 2위는 부모님 모르시는 얘기다. 4위는 혼자 여행 중이었는데 괜히 말했다가 걱정 끼치고+앞으로 혼자 안 보내실까봐 안 한 거고. 2위는 말했다간 죽을 때까지 잔소리 듣기 딱 좋아서. 이러다간 정말 이모씨처럼 엄니가 유언으로 "제발 시간 약속 지키고 살거라" 고 하실지도 모른다.ㅇ>-<


그리고 대망의 1위

엄니가 먼저 귀국한 다음날, 묵고 있던 로마 B&B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는데 주인 아주머니 왈

"친구는 어디 있나요?"

내가 벙찐 표정이 되니까 크리티컬 힛



"아, 언니인가?"





신이시여


내가 울면서 친구도 언니도 아니고 울 엄니예요... 했더니 경악하더라. 그래요 사실은 울 엄니가 당신보다도 나이 많아요............................


시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중에 긱사 돌아와서 이 얘기를 했더니 다들 뒤집어지다가, 엄니 사진을 보곤 진지하게 "...그럴만도 하네" 라고들 해서 더 상처 받았음. 예전에 솜 틀러 온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동생분이냐고 했을 때는 안 씻고 추레하게 입고 머리도 묶고 있어서 그랬다고 쳐, 그치만 이건... 이건 아니잖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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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야간열차 예약 끝나서 급하게 일정 바꾸느라 사흘 밤낮을 머리 싸맨 일이나 잘 먹고 잘 쪄서 가져간 슥히니를 못 입게 되는 바람에 엄니 편에 보내버렸다던가... 같은 일도 있었음.

아놔 쓰고 보니 이건 황당/당황 베스트 6이 아니고 굴욕 베스트 6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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