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교 게시판에 누가 이런 글을 올렸었다. 외로운 햏들 꼭 영화 300을 보시오. 그 영화에는 몸이 그리스 조각 같은 남햏들 300명이 빨간 망토에 가죽빤쓰만 걸치고 날라다니오.

얼마 전 듀게에서 본 글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자유를 위해서 동성애자, 장애인, 유색인종과 싸우는 소수의 근육질 백인 남성들이 나오는 영화.

조낸 완벽하기 그지없는 설명이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거다.

그리고 나(와 캐빈)의 경우 첫번째에 주목하여, 매우 주목하여, 메가박스 M관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괜찮은 자리가 없었지만 어찌 놓칠소냐 선명한 디지털 빤ㅆ. 아니 선명한 디지털 그뉵. 그리스 조각 300개가 M관의 대형 스크린을 가득가득 채우며 날라다녀 주신다는데 이걸 영접하지 않으면 부귀영화가 다 무삼 소용이리.

처음부터 끝까지 나씨쥐에염 하는 색채라거나 잘 나가다가 아아아아아 아아아아 하며 귀곡성을 지르는 여자 보컬이라거나(헐리우드의 음악가 중에는 여자가 아아아 거리면 무조건 고대풍 음악이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다른 예: 트로이-_-) 조낸 왜곡된 페르시아 군대라거나 기타등등 기타등등 다 필요없다 이거다. 난 이 영화에서 그런 걸 보러 간 게 아니거든. 오로지 몸 하나만 보러 간 거 거든. 그리고 결과는 보람차게도, 이건 뭐 디컵슴가의 숨가쁜 향연ㅠㅠ 다비드상 뺨을 후려치겠구나.(요즘 그거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 엠보싱 복근ㅠㅠ 우람한 허벅지ㅠㅠ 으하하하!

생각했던 것 보다는 화면에 몸이 많이 안 나와써! 라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싸움 장면의 슬로우 모션과 음악이 무진 잘 어우러져서 봐준다. 정말 켁소리나게 화면 때깔나고 음악 끝발나더라.(아아아 빼고) 잔인한 거 별로 못 보는 내 입에서 싸움 장면이 멋있단 소리가 나오면 게임 끝난 거다 뭐. 특히 멋졌던 몇몇 장면만 따다가 계속 돌려보고픈 이 심정. 음악이 꽤 현대적이면서 분위기 딱 맞고 아주 죽였는데... 그노무 아아아가 산통 다 깼다.

애시당초 몸이 목적이었으니 누가 나오는지 관심조차 없었다가 우연히 캐스팅 목록을 보고 팬텀이 왜 여기 나와?!라고 놀랐으며, 모르고 봤으면 그가 제라드 버틀러라는 걸 전혀 몰랐을 것 같다. 반면 우리의 파라미르는 심하게 눈에 띄었다. 보자마자 데이빗 웬햄 닮았는데? 했더니 정말 웬햄이었-_-; 다만 목소리가 심하게 걸걸해서 끝날 때까지 긴가민가 하다가 엔딩 크레딧 보고 확인했다.

엔딩도 진짜 멋졌는데 다들 안 보고 슁슁 나가버려서 내가 다 안타까웠음. 플래시에도 비슷하게 2D를 3D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는데, 물론 내가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거 어떻게 만든겨 개멋지잖아... 이러면서 좀 개인적인 감상에 빠지기도. 타이틀의 '300'과 그 주변의 핏자국들이 미묘하게 거리차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씬시티의 경우 스타일 하나는 진짜 프랭크 밀러의 원작을 고대로 갖다놓은 것 같았지만 너무 잔인해서 볼 때 힘들었는데, 300은 의외로 괜찮았다. 목이 뎅겅 날아가도 단면이 너무 잘 보이니까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짐. 그나저나 씬시티에는 프로도가 나오고 300에는 파라미르가 나오는데 나의 왕님은 어디에 계시나이까.-_ㅜ 스페인에만 처박혀있지 말고 쫌!

하여튼 내일 당장 300 지른다. 씬시티도 다 못 샀지만 일단 300부터. 교님의 왕과 처녀도 나왔으니 요것도 챙기고. 크아 진짜 얼른 이사를 가야 죄책감 없이 책들을 마구마구 사들일 수 있는데.=_- 지금은 이삿짐 센터에 눈치 보여서 못 지르겠다.

어제 7시간 걸려서 책장 두 칸(두 개가 아님) 정리했는데 폐휴지 높이가 50cm에 육박하는 쾌거를 이루었음. 지난 4년동안 썼던 전공+교양의 교재와 프린트 중에서 앞으로 전혀 볼 일이 없을 것만 추려냈다. 남은 건 대부분이 소설과 만화책이니 이렇게 빡세게 정리할 일은 없겠... 없길 바란다. 지금도 충분히 팔에 알 배겨서 죽겄다.


덧1.
이름 모르는 그리스 조각들 중에 눈에 띄는 두 명이 있었으니,
"아직 안 죽었냐?"
"너 지키려고 안 죽었지"
"난 지금 좀 바빠!"
이렇게 유쾌한 대화를 날려주며 등을 맞대고 싸우는 놈들이었는데 이쁜애가 그만 그 다음 장면에 아버지가 부르는 바람에 정신 놓고 있다가 칵 죽어버려서=_= 그 다음부터 이쁜애 지켜주겠단 애는 존재감이 찌그러져 버리고 아버지가 우오워어어어어다죽여버리게따 대략 이런 분위기로 가더라. 아놔 이럴 땐 부성애가 아니라 동료애를 부각시켜 주셔야죠. 뭘 모르시네. 그 전까지는 둘이서 제법 잘 놀면서 뭔가 한 건수 할 것처럼 보여주더니 뭡니까 허무하게.

덧2.
그 곱사등이, 완전 골룸...

덧3.
나레이션이 심하게 진지해서(캐진지한 태도로 '우리는 스파르딴!' 으로 함축되는 얘기를 잊을만 하면 읊조려줌) 듣는 나는 심하게 웃었는데 그게 우리 파라미르였고ㄱ- 미안타. 근데 좀 마이 웃겼소.

덧4.
페르시아 왕인지 황제인지의 태도는 한마디로 "니가 감히 날 거부해"로 요약됨.

덧5.
여왕의 복수 참 통쾌했음. 역시 스파르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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