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서울에 도착해서 쓰러져 자다가 깨서 아침점심 다 먹으며 침대에서 노닥거린 후 지금 컴퓨터 켜고 일어났음. 갈 때는 1시간 30분 걸렸는데 올 때는 7시간 걸렸다. 이런 게 대체 몇 년만이뇨. 밤 새고 친가에 내려갔던 거라서 완전 허리 끊어먹는 줄 알았다.-┏

음력 새해 다음날 아침부터 침대에서 노닥거리며 본 것은 고교천왕. 아오 이 민망한 제목. 원제는 명릉제 고토 세이쥬로. 이것도 만만찮구나. 하여간 이게 갑자기 생각나서 책장에서 끄집어 내어 먼지 털면서 봤다. 지금 집에 막 이사왔을 때 중고로 구했던 건데 오래되니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마음이 아프군하. 누렇고 찌글찌글해졌다.

하여간 다시 본 고교천왕은. 여전히 한야가 너무 예뻐서!! 보는 동안 "얜 뭘 먹고 이렇게 처예뻐!!!!"라고 발광하며 보았음. 하얗고 가늘고 암튼 예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야가 여자인줄 알겠지만 엄연히 남자이다. 그런데 예쁜 것을 어찌하리. 톤 제외하고 색이라곤 흑백밖에 없는 만화에서 유독 한야 혼자만 색소 부족하고 핏기 없어 보이고 아 그래 다 콩깍지의 힘인가벼. 하얗고 가느다란 목덜미 오나전 하악... 내가 이 만화를 볼 당시 하악이란 표현을 알았으면 일기장 한 바닥이 온통 하악이었을 것임. 게다가 목 아래와 가슴 사이의 애매한 지점에 새긴 문신이 아주 기냥 발린다. 문신이 보일락 말락하게 교복 셔츠를 풀어헤쳐 놔서 더더욱 야함.

사실 처음에 중고로 샀던 책이, 심의에 걸려서 피와 담배 등등을 무자비하게 지워놓은 재판본이었기 때문에 몇몇 권을 초판본으로 또 샀던 기억이 난다. 다른 건 내가 다 참겠는데 우리-_- 한야의 담배를 지워놓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업따. 상디 사탕 문 장면보다 더 싫다. 피어싱, 문신과 함께 한야의 샥시 소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담배란 말씀. 공업과 건물 사이의 아지트에서 담배 물고 한가로이 누워있는 한야를 보면 확-_- 이런 심정이랄까.

피어싱은 할 말이 없다. 내가 총 6개의 구멍을 뚫었던 건 다 한야 때문인데 무슨 말을 더 하리오. 알러지 반응 때문에 14k를 하고있는 것 뿐이지 호호. 지금 나는 왼쪽 귀에 둘 오른쪽 귀에 셋, 한야는 왼쪽 귀에 둘 오른쪽 귀에 다섯 오른쪽 눈썹에 하나. 작가님도 참 피어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신지, 링 피어싱과 그냥 딱 붙는 형태의 피어싱 두 종류였는데 매 화마다 종류를 섞어서 그려놓고도 그걸 실수한 적이 없다.(말인즉슨 내가 매번 그걸 다 세어보고 확인했다는 소리)

한야 성격은 완전 바보라서-_- 싸움꾼에 입도 거칠고 나름대로 반항반항 거려보지만 결론은 '얜 어쨌거나 바보'인 것이다. 사람 관계에서 뭘 해도 서툴기 짝이 없는 바보. 말로는 솔직하지 못 하면서 몸으로는 솔직하게 치고박는 점이 챠밍 포인트 되겠다. 아이고 지금 보니 정말 성격은 내 취향의 완전 집결일세... 버닝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군하.-_-; 형형 하며 쫒아다녔던 후배가 죽으니까 말로는 잘 못 해줬으니 그 대신 몸으로 복수를 하겠다고 피떡이 되도록 싸우질 않나. 미유키를 여자로 알고 부끄러워 하는 장면은 정말 야 보는 내가 더 부끄러워! 크하하! 귀여워서 부끄럽다!!

그래도 고토가 매번 보내는 가짜 결투장을 들고 화르륵 불타서 죽이겠다며 달려올 때는 정말 바보라는 소리밖에 안 나온다 흑흑. 이러니 고토가 바보 원숭이라고 하지. 한야 너의 뇌구조가 몹시 궁금하구나 고토를 꺾겠다가 한 80%정도, 무서운 누님 10%, 사천왕(특히 야츠키)를 손봐주겠다 5%, 담배 3%, 기타등등 2%??

실은 2000년에 샀던 고교천왕 동인지를 보다가 날짜를 보고 식겁했다. 고교천왕을 처음 본 게 벌써 7년 전이구나. 그러고보니 당시 코믹에서 한야 코스한 분 되게 잘 어울리셨는데.(사진도 아직 있다) 그 때는 한야보다 한살 어렸었는데도 감상이 전혀 달라진 게 없는 걸 보면 역시 난 그 때도 누님의 마음으로 한야를 보고 있었군 싶다. 뭐 올리군도 내 동생 같은데. 다 그런거다.

겉만 보면 점프계 학원폭-_-력물이지만 이 작가의 만화와 캐릭터는 점프계라기에는 어딘지 좀 빗겨나 있다. 그래서 연재가 중단된 걸 테고. 몇년 전에 직거래로 간신히 구한 마인드 어쌔신도 엄청 좋아했는데 달랑 네 권으로 끝났고. 한동안 소식이 없길래 궁금했었는데 최근 나온 신작은 많이 안습이었음. 그건 아니잖아요 작가님하 흑흑흑흑.

연재가 계속됐으면 한야가 미유키랑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미유키한야도 괜찮고(순서 중요) 만화책을 보면 고토한야가 심히 땡기는데 일본 웹 돌아댕기다가 발견한 야츠키한야 작가분이 너무 글을 잘 쓰셔서 홀랑 넘어갔었다. 하드 다 뒤져서 그 홈 주소 찾아 들어가봤는데 여전히 살아있구나. 소설 업데이트는 없는 듯하지만 많이 반가웠음. 그 소설들을 번역기를 통해 죽죽 읽어내려가면서 옛 버닝의 추억에 잠겨보는 놔... 음력 새해 벽두부터 잘 하는 짓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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