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처박아 뒀던 미학 오디세이를 읽고 있다. 논술 준비하던 때에 선생님 지시로 왕창 구비했다가 수시 합격하는 바람에 그 뒤로 쳐다도 안 봤던-_- 약 스무 권의 책 중 처음으로 손 댄 책임. 다른 책도 읽긴 읽어야 하는데. 근처에 안 읽은 책이 있으면 왠지 빚을 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면서 4년이 흘렀지만...

마그리트 전시회에서 포스터를 사면서 보니 이 책도 팔고 있었다. 매번 1권만 들었다 놨다 하면서 봐야겠다 했어서 전혀 몰랐는데 2권 내용이 마그리트와 관련된 거였다.ㅇ<-< 등잔 밑이 이래 어두워서 원. 그래서 열심히 1권 읽고 2권 진행 중이다. 재미있다. 난 뭐든지 재미있으면 장땡이다. 진작 볼 걸 싶기도 하지만 미술사 강의 두 개와 그 외 여기저기서 긁은 잡다한 정보 덕분에 지금 재미있는 거지, 예전에 읽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3권이 또 나오면서 책 표지가 바뀌었던데 별로였다. 3권 사면 짝이 안 맞아 보이겠다. 쳇. 개정판은 좀 가볍길 바랄 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무식하게 무겁고 안 펴져서 팔 아팠음. 요즘 가벼운 종이로 된 책들이 나와서 좋은데, 그 종이는 부피가 큰 건지 책 두께가 퉁퉁해 보인다. 노튼 시리즈가 딱 저랬다. 가볍고 얇고 질 좋은 종이의 책은 만들기 힘든 갑다.

그나저나 왜 제목이 저렇냐면. 이 책 1권에서 적나라하면서 아주 다이제스트하게-┏ 장미의 이름 내용을 실어놓는 바람에 으윽. 첫째로 누가 어떻게 죽고 둘째로 누가 어떻게 죽고 셋째 넷째 다섯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범인의 특징과 이름과 살해 방법과 동기를 함께 말해주는 친절함. 아흐흐흑 그래 범인 밝혀지기 직전까지 읽고 내버려둔 내 잘못이지.

그치만 그 때도!! 난생 처음 들었던 겨울계절학기, 교직 수업 7개 중 유일무이하게 발표가 있었던(조 인원이 2명 혹은 1명이었던;;) 교육철학 및 교육사!! 그 때도 어떤 발표자가 발표 도중에 "여러분 소설 장미의 이름 아시죠?" 라더니 내가 귀를 막아야 할 거라고 깨달을 틈도 없이 "거기서 ****가 ******라는 이유로 *****해서 수사들을 살해하잖아요" 라고 말해버려서 그만 둔 거였는데. 김이 팍 빠져버린 나머지 그 뒤를 안 읽고 오늘날까지 간신히 잊고 살았구만.ㅠㅠ 솔직히 김이 빠진 정도가 아니라 진짜 앉은 자리에서 하얗게 재가 됐었다. 아아아 중세 교육사와 관련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걸 꼭 범인 이름과 살해 방법까지 말해 줄 필요는 없잖소ㅜㅜ 아니 근데 내가 왜 이런 일을 두 번이나 겪어야 하는 거지! 꽥ㅇ>-<

가장 처음 스포일러라고 인식하고 억울함을 느꼈던 건 식스센스였다. 그 때는 아직 스포일러라는 개념이 없던 때라 그랬는지 무려 잡지 기사에 떡하니 실려있었다. 삐-가 삐-라고. 뉴타입 잊지 안켔따.-┏ 유주얼 서스펙트는 워낙, 이건 뭐 화낼 수도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 물론 영화도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그리고 방금 전에 게시판에서 어떤 개념 없는 인간이 하얀거탑 일본판 결말을 제목에 써놓은 걸 보고 거품 물고 있는 중이다. 이것도 친구 추천 드라마였는데. 이런 조카십팔색크레파스... 사실 하얀거탑은 대기 순위에서 상당히 낮은 편이었는데, 이러면 아예 보고싶은 마음 자체가 사라진다. 나는 스포일러가 정말 싫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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