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루브르박물관전(06.12.07)
2006년 10월 24일 ~ 2007년 3월 18일/ 국립중앙박물관/ http://www.louvre2006.co.kr/ 만원
벌써 두달 전 일이다. 그래도 다른 두 전시회 쓰는 김에 낑겨 보겠음.
전시회 규모가 생각보다 작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외관과 '루브르박물관전'이라는 이름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거대한 느낌에 비하면 심히 작품이 적다. 한 바퀴 돌고 나왔는데 40분도 안 되어서 허탈한 표정으로 엄니와 서로 쳐다보다가 "한번 더 볼까?" 이러고 두 바퀴 돌고 나니 한시간 반이었다. GS 칼텍스 할인으로 반값인 오천원에 안 봤으면 화냈을지도 모른다.-_-
알고보니 이 전시회의 주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는 유럽 풍경화의 역사 였다. 도록에만 실어놓지 말고 부제라도 달던지 이거 완전 낚인 기분이잖아. 특히 나처럼 풍경화에는 별 관심없는 경우 더 그렇고.
그래도 프랑수아 제라르의 프시케와 에로스는 진짜 좋았다. 투명한 살결이라는 말이 납득이 되는 그림. 그리고 이 미친 붓질... 어떻게 유화가 붓 자국 하나 없이 그려질 수 있는 것이지!! 조낸 작가가 미친 거다!! 엄니와 함께 붓 자국을 찾으려고 사방팔방 쪼그려 앉아서 빛에 비춰보고 난리를 쳤음. 한참 뒤에 옷 부분에서 약한 붓 자국을 찾아냈다. 훗. 그리고 에로스의 실제 모델이 있었다는 얘기에 근거없는 훈훈함을 느끼기도 했다.(정작 프시케는 모델이 없다고) 광고에서도 프시케와 에로스를 왕창 밀더니 과연 주력 전시품이었다. 그 외에는... 자식들을 죽이는 메데이아 그림을 보고 혼자 피식 웃거나 했음. 클클.
전시장의 동선은 괜찮은 편이었고, 작품 설명하는 시간도 있다. 안 들어봐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잘 활용하고 싶으면 맨 앞줄에 끼려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할듯. 사람이 엄청 많아서 뒤에서는 그림이 안 보일 것 같다. 이건 다른 전시회들도 마찬가지다.
2. 르네 마그리트전(07.02.06)
2006년 12월 20일 ~ 2007년 4월 1일/ 서울시립미술관/ http://www.renemagritte.co.kr/ 만원
저번 학기에 청강한 현대미술사 시간에 교수님이 그러셨다. 사람들이 르네 마그리트라고 하면 몰라도,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장막이라고 하면 다 안다고.-_-;;;; 그러자 터져나오는 "아아~" 하는 소리...(나도 그 중 한명)
아무튼 그 마그리트의 전시회다. 르네 마그리트의 단독전으로 이렇게 큰 규모는 앞으로 보기 힘들 거라고 한다. 그만큼 작품 수가 엄청났다. 초기의 초현실주의 작품, 중간에 인상주의와 야수파 쪽으로 갔던 작품, 다시 초현실주의로 돌아온 작품,(아내가 초현실주의 화풍을 더 좋아해서 바꿨다고.;;) 광고 디자인 하던 시절의 포스터들, 각종 사진들, 무성영화까지. 사진이 참 재미있었는데 수학여행 가서 전대 포즈를 하고 찍었던-_-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아내 사진을 주구장창 찍어댄 모양. 에지간히 애처가였나 보다. 그 중절모와 함께 찍은 사진도 꽤 되는데 중후하면서 개구진 할아버지(아저씨?)라는 인상이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장막(..) 아니 겨울비를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그 작품은 작은 습작밖에 없었고, 가장 마음에 든 것이 이 '대화의 기술'이라는 작품. 그림과 제목이 너무 절묘해서 크하하하 웃고 돌아서다가 다시 돌아보면서 푸하하 하고 웃었음. 이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든댔더니 엄니는 그런 불안한 그림이 뭐가 좋냐고 면박을... 아 근데 정말 절묘하다구요. 크크크.
구름과 하늘, 중절모, 파이프 외에도 무슨 방울 같은 것이 그림에 자주 나오던데 엄니가 매우 신경 쓰셨다. 저거 왜 저렇게 자주 나와? 이러시기에 그냥 그런갑다 했는데 뒤로 갈수록 더 많이 나와서 나도 궁금해졌음. 지금 뒤져보니 마그리트도 딱히...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함... 아니 이 할아버지가 사람 궁금하게;;;;
작품 중에 밀로의 비너스 모조품(작은 것)에 색을 칠해놓은 것이 있었다. 그걸 보니 나도 모르게 '저 모조품은 전생(?)에 무슨 착한 일을 했어서 일개 모조품에서 영원히 살아갈 전시품이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마그리트전을 보면 로베르 콩바스, 천경자 전시회도 볼 수 있는데 시간상 로베르 콩바스전은 못 봤다. 이것도 괜찮다는데 급하게 나오느라 그만 깜빡.
여러모로 알찬 전시회였는데 작품이 많다보니 전시장 동선은 거의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보다보면 위치가 헷갈린다. 2층과 3층으로 나누어져 있고 1층으로 내려오면 다시 못 올라간다.-_-;; 설명하는 시간이 자주 있는 편. 역시 들어보지는 않았음.
3.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07.02.06)
2006년 12월 22일 ~ 2007년 3월 28일/ 예술의 전당/ http://gogh.chosun.com/ 만삼천원
일단 비싸다. 각혈. 만원과 만삼천원은 글씨 길이부터 다르다. 그래도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다. 인상주의다 인상주의.(피카소는 왜 무시하냐고 하지 말 것) 마넬루야 내 사랑 마네가 목록에 있소이다!!
아... 그러나 벗뜨... 오마이갓. 마네 작품 달랑 두 개. 그것도 둘다 베르트 모리조를 모델로 한 초상화인데 습작에 가까운 날림 채색화와 드로잉화였다.OTLOTLOTL 캬오오오오. 크롸아앙. 내가 완전한 인상파도 아니고 그 선배격인 마네 작품이 막 대여섯 개 있고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야!(사실 그러길 바랐지만 고흐 작품 셋 고갱 하나 쇠라는 심지어 습작 하나인 걸 보고 마음을 접었지) 하나라도 좀 제대로 된 유화 작품이 있어야지 이건 너무 하잖아. 그 까만색이 보고 싶었는데.ㅠㅠ 마그리트전처럼 여기저기서 작품을 공수해온 것도 아니고 클리블랜드 미술관의 전시품 중에서도 몇 개만 골라온 것이니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흐. 시공 디스커버리 책으로 만족해야지.
볼만 했던 건 고흐. 세 작품이 나란히 걸려있는데 풍기는 포쓰란... 평소에 고흐가 뭐 그리 대단한지고? 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대단하긴 대단하다. 붓질 하나 하나가 살아있다. 가운데의 커다란 그림보다 왼쪽에 있었던 이 포플러 그림이 더 좋았음. 실제로 보면 붓자국(특히 하늘 부분)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이 전시회의 진짜 주역은 로댕이었다. 작품 수도 많았고, 생각하는 사람과 청동시대 오오오 그 근육!! 근육이ㅠㅠ(결국 근육이 최고라는 얘기임 내 취향 어디 가겠음) 생각하는 사람은 꽤 작아서 놀랐는데 자세히 보면 괴고 있는 손 때문에 말려 올라간 볼살이나 괴상한 자세(왼쪽 무릎에 오른쪽 팔 올려놓는 자세가 꽤 불편하다고 함)로 인해 긴장하고 있는 오른쪽 어깨 근육이 지대다. 크앗. 청동시대는 얼굴도 작고 잘 생기... 흠흠 몸매도 늘씬... 흐흐흠 앞태고 뒷태고 간에 참 알흠답구나! 엄니 눈치만 아니었으면 더 보고 싶었음. 로댕 만세.
작품 설명 시간 있고, 2000원 내면 몇몇 작품 설명이 녹음된 오디오북을 빌려준다. 전시장 밖에 있는데 모르고 들어갔다가 못 빌렸다.-_- 한번 나가면 못 들어가서. 동선 편했고 바닥에 화살표로 방향 표시해놓아서 더 좋았다.
아무튼 결론은 셋 중에 하나만 볼 거라면 르네 마그리트전 무조건 강추. 나머지 두 개 중에 고르라면 안 좋은 의미로 참 힘겨우나(..) 풍경화가 좋다면 루브르박물관전, 인상주의나 그 후대의 작품이 보고싶다면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그런 거 상관없이 가격이 중요하다면 루브르박물관전. 할인 받으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