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마돈나.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니 한국 영화의 미래는 밝다고 감히 주장하고프다. 내가 한국 만화 때문에 이 나라에 태어난 걸 다행으로 여기는 것처럼, 천하장사 마돈나 같은 한국 영화 때문에 한국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외국의 잘난 영화(만화)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반대 상황은 아직 쉽지는 않거든.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다고.

보는 내내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다가. 이렇게 적절하게 웃기고 울려 주다니. 동구 아버지가 나오는 부분은 정말 토나오게 싫었지만 그건 내가 워낙에 그런 남자를 싫어하기 때문이고. 동구의 뒤치기가 너무 통쾌해서, 그 장면 내내 할 말을 잃었다. 그대가 진정한 천하장사.

동구는, 정말, 오, 이럴수가. 너무 소녀다. 이건 그냥 소녀야. 엄마 옷 입고 화장하고 그런 건 나도 안 해봤어. 발레리나 오르골에 붙여진 첫사랑(초난강! 일어 선생님으로 나오는데 임팩트가 굉장하심)의 사진이라니 그 미칠듯한 소녀심에 닭 되겠다. 게다가 하는 행동이며 말투 하나 하나가 완전히 여고생의 포스. 교복 자켓 주머니에 손 찔러넣은 포즈 좀 봐.

동구 역 배우는 알아보니 동막골에서 여일이를 좋아하는 북한 인민군으로 나온 그 소년이었다. 엄청나게 불린 몸도 몸이지만 연기가 너무 여자애라 못 알아챘다. 87년 생. 음. 팬 해도 되겠다. 인터뷰 찾아보니 말도 또박또박 잘 하는 것이. 씨름부 선생님(백윤식)과 덩치 1, 2, 3, 동구의 친구 등등 조역들도 다들 재미있다. 씨름부 주장은 잘 생겼다고 생각했더니 무려 씨름 선수 출신의 모델. 여기서 파생되는 망상은 그냥 덮어두자. 후하핳.

물론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쁜 영화다. 빌리 엘리어트나 헤드윅도 살짝 생각나고. 오래 걸려있으면 좋겠는데 곧 내려갈 것 같다. 쩝. 이 영화 보고나서 라이커 버진~이 무한반복 중.

이거 보고 딱 한 시간 뒤에 씨네큐브에서 하는 칸 국제광고제를 보려고 했으나. 단성사에서부터 슬렁슬렁 걸어갔더니 이미 매진되었다. 그래서 어제 갔다왔다. 3일 연속 씨네큐브에 출근부 찍었네. 멀티 과제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가봤...다는 건 핑계고 보고 싶어서 보러 갔다. 웬만한 영화보다 더 재밌다. 오는 길에 교보에서 덜컥 광고 관련 책도 집어왔음.

광고들은... 다들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하고 유머도 넘쳐 흘러서 다 좋았지만! 역시 가장 기억나는 광고는 칼튼 드라우트 맥주 광고다. 그랑프리를 탄 기네스 맥주 광고가 아니라.

(영상은 유튜브에서)

It's a big ad.
이건 큰 광고.

Very big ad.
정말 큰 광고.

It's a big ad we're in.
우리가 있는 이 큰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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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큰 광고.

My God it's big!
맙소사 이건 커!

Can't believe how big it is!
믿을 수 없군 이게 얼마나 큰지!

It's a big ad!
이건 큰 광고!

For Carlton Drought!
칼튼 드라우트의 광고!

It's just so freak...ing HUGE!
어처구니 없게 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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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큰 광고!

Expensive ad!
돈 깨나 쓴 광고!

This ad better sell some...
이 광고로 더욱 잘 팔려라...

bloooooooody...
붉은색의...

beer!
맥주여!



으악 다시 봐도 너무 웃겨서... 끅끅끅. 원곡이 뭔지 알듯말듯 하다. 이 외에도 정말정말 재미있는 광고들 투성이였는데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으니 패스. 세상에는 정말 굉장한 사람들이 굉장해.

이사를 가면 아쉬운 점 하나가 저 동네와 강을 끼고 반대편이 되어버린다는 것. 종로의 영화관들과 인사동과 교보문고, 씨네큐브까지 참 즐거운 동네인데 말이다. 지금처럼 집에 가는 길에 들리기는 좀 힘들겠지.

근데 정작 내 멀티 과제는 어쩐다냐... 논평문도 써야하고. 피엠피 왔는데 개봉도 못 해봤음.
교보에서 사온 광고책에 있던 말, 읽고서 헉했던 말로 위안 삼는다.
한가해지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실례다. <나카타니 아키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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