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 경찰 복장을 하고 서있는 알바 청년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갔더니 1층은 전체가 기념품 가게였다. 헉. 이런 고난이도의 상술을. 볼펜부터 이거 뭔가 싶은 오르골까지, 없는 게 없는 것 같다. 특히 홈즈가 애용했을 법한 파이프라거나파이프라거나파이프가 강렬하게 사고 싶었지만 매우 비싸서 눈물을 뿌리며 포기. 뱃지도 멋졌는데... 흑흑. 그냥 동생에게 생색-_-을 내기 위한 성냥갑 하나와 박물관 입장권만 샀다. 카운터에 있는 언니 두 분이 영국 메이드 복장을 하고 계셔서 좀 두근두근. 듣기로는 소설에 나오는 허드슨 부인 코스프레;라던데 그렇다기엔 너무 젊은 것 같고, 흠.

한 번에 올라가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기다리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이 계단도 소설의 배경 그대로 17 개라는데 깜빡 잊고 안 세어봤음. 2층에는 응접실과 홈즈의 침실이 있었고 집사 풍의 중후한 할아버님이 맞아주신다.
응접실
왓슨의 책상. 의자에 왕진 가방이 있다. 아주 낡은 게 정말로 왓슨이 사용했을 것 같다;
홈즈의 책상. 각종 실험 기구들과 바이올린이 보임
난로 앞 테이블에 있던 왓슨과 홈즈의 모자. 의자에 앉아서 직접 모자를 쓰고 사진 찍을 수도 있음
홈즈의 침대.
예전에 히스토리 채널에선가, 홈즈 드라마에서 봤던 하얀 원피스-_- 잠옷을 입은 홈즈가 떠올라서 매우 웃었심;
위층에는 소설 속 장면들을 재현해 놓은 밀랍 인형들이 있었다.
단편 중 하나일텐데 아무래도 내가 안 읽은 내용같다... 전집 언제 다 읽니.orz
왓슨 가까이서. 너무 잘 생기셨음;
홈즈 가까이서.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역시 너무 잘 생기셨;

밀랍 인형들 외에 소설에 나오는 자잘한 소품들도 꽤 많았고 전세계에서 날아온 팬레터를 모아놓은 파일도 있었는데 아이가 쓴 듯한 '홈즈! 우리 부모님이 당신은 진짜 있었던 사람이 아니래요, 거짓말이죠? 보고 싶어요' 라는 내용의 편지부터 정말 진지한-_-; 사건 의뢰서까지 아주 다양했음. 날짜도 천차만별.

이 박물관은 홈즈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즐거운 곳이다. 나는 좀 날라리 팬이라 봐도 모르는 게 많았심. 야밤에 이거 쓰다가 내가 늘 '초등학교 1학년 때 놀러간 외할머니댁 삼촌 방 책장' 에서 만났다고 강조하는 책을 찾아 창고까지 뒤져봤는데 아무래도 엄니가 버리셨나 보다. 에구 아쉬워라.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아동용 전집 시리즈 중의 하나였는데 책 가격이 340원(!!) 이어서 어린 마음에도 엄청나게 놀랐던, 당시에도 이미 종이가 바스라지고 있었던 누렇고 작은 책들. 사실 내가 처음 만난 건 홈즈와 왓슨이 아니고 '호움즈와 와트슨-_-' 이었다. 이 시리즈에 아르센 뤼팽도 몇 권 있었는데 그도 물론 '괴도 루팡-_-;' 이었다. 맞춤법은 당연히 '~읍니다'. 아련하네... 아동용이긴 하지만 내용을 좀 줄인 것뿐이었고 결정적으로 연재되던 때의 멋진 흑백 삽화가 실려 있었다. 이거 보다가 몇 년 뒤에 도서관에서 최신-_- 아동용 홈즈 시리즈의 삽화를 보고 기겁했었지. 먼산... 에엥, 더 보고 싶어지잖아! 흑흑 왜 버리셨나요 어무니ㅠㅠㅠㅠㅠ
(지금 있는 책이나 다 읽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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