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는 잘 몰라도, 역 근처의 주점들은 특히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기 마련이다. 특유의 아주 더럽고 너저분한 느낌이 있고, 돼지고기 파이도 아주 특별히 연하고 창백한 색을 띠고 있다.
 하지만 돼지고기 파이보다 더 나쁜 게 있으니, 바로 샌드위치다.
 영국에는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 바로 샌드위치를 어떤 식으로든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이고 먹을 때 기분 좋게 만드는 짓은 죄악이며, 그건 오로지 외국인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다.
 '되도록 말라빠지게 만들라'는 게 집단적인 국민 의식에 깊이 박혀 있는 요리 수칙이었다. "되도록 고무처럼 만들어라. 햄버거를 굳이 신선하게 보관해야 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물로 씻도록 하라."
 영국인들은 나라가 저지른 죄악들을 무조건 토요일 점심 때 주점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일로 보상하곤 한다. 나라가 대체 어떤 죄악들을 저질렀는지는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별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죄악이라는 건 잘 알고 싶어할 만한 게 못 되니까. 하지만 나라에서 지은 죄가 뭔지 몰라도, 국민들한테 억지로 먹이는 샌드위치들로 충분히 속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 권진아 옮김(2005).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4]. 책세상.



음. 그러니까 이거 한마디로.
영국인들조차 억지로 먹는다는 그 샌드위치를 나는 쌩돈 퍼주면서 두 번이나 사먹었다 이 소리지?


.............................OTL

이러기야? 응? 정말 이러기야?ㅜㅜ
어제 포스트에 영국 샌드위치에 대한 불만을 간략하게 쏟아놓고 오늘 치과 가는 길에 책 읽다가 저 내용을 발견했더니 금칠한 벽돌로 뒤통수를 앗쌀하게 후려맞은 기분이었음. 내가 왜 여행 가기 전에 히치하이커 책을 다 안 읽고 갔었지.orz 흑흑. 언젠가 또 영국에 가게 되면 샌드위치는 절대로 안 먹을테다. 차라리 마트에서 빵 사다 먹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이롭겠군. 젠장...

덧: 모게시판 갔다가 오드윅 컴백했다는 얘기 봤음. 그거 보자마자 튀어가서 누질렀는데 오드윅 컴백 막공 1층 표, 보는 앞에서 뺐겼다.ㄱ-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음. 흑흑. 아 몰라 노트르담 막공이나 기다려야지. 근데 이건 대체 언제 오픈하나. 으.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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