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일어나서 아침 못 먹었다.OTL 분명히 일어나서 시계를 봤을 때는 여유있는 시간이라 느긋하게 씻고 나왔는데 손목 시계를 봤더니 이미 조식 먹는 시간이 지나있었음. 어쩐지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밖이 밝다했지, 비가 안 와서 그런 건 줄 알았더니.orz 이제는 자면서 시계 시침도 바꿔놓는 경지에 이르렀구나. 제길 내 6유로-┏

편지 겨우 완성. 정말로 마지막 날에 주게 될 줄은 몰랐다. 이놈의 One Day More 인생......... -_)

알란 백조 보기 전에 사이버 카페에 들리려고 일찍 숙소를 나섰는데 문을 안 열었다. 일요일이라고 너무 착실하게 쉬어주시는구만.; 괜히 라파예트 백화점 구경해주고 집에 전화도 해주고 나서 슬렁슬렁 모가도르로 향했다.

18일 낮공 알란-펜링턴
일요일 낮공은 2시 30분 시작. 캐스팅은

백조/ 낯선 남자: Alan Vincent
왕자: Neil Penlington
여자친구: Leigh Daniels
여왕: Isabel Mortimer
비서: Alan Mosley
지휘자: Melanie Thiebaut

어? 또 알란-펜링턴 팀이다. 이러면 정작 내가 보고 싶었던 알란-웨이크필드를 못 보고 가겠네.;; 나야 웨이크 왕자님이 더 마음에 드니 제이슨이 막공에 이 왕자님과 춤 추는 건 좋다만... 좀 아쉽다. 그리고 아줌마 지휘자가 낮공에 하시니 밤에는 아저씨 지휘자겠군.-_- 쳇.;;

캐스팅 확인하고 상품 파는 곳을 기웃거리다 덜컥 반팔 티 구입. 뭐가 씌인 게 틀림없다.orz

자리는 2층 앞에서 다섯번째 줄. 처음으로 1층이 아닌 2층에서 백조를 보게 되었다. 표 예매할 때는 1층에 자리가 없는 줄 알고 산 자리였지만 이거 또 새로운 경험 아닌가~_~ 하면서 자리로 갔음.

그런데 의외로, 아니 기대 이상으로 잘 보였다. 표정이 디테일하게 보인다거나 그런 거야 어차피 1층 뒷쪽에서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고, 군무가 정말 제대로 잘 보였다. 예전에 리니님이 '틀리면 다 티가 나기 때문에 백조들을 구박하게 되는 자리' 라고 평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바로 전날 거대한 신사분-_-의 머리에 시야가 가려진 경험을 했다가 2층으로 올라오니 가리는 것 하나 없고 훤히 트여 보이는데 정말 이게 웬 신세계냐 싶었음.

그래서 실컷 군무만 봤다. 1층에서 볼 때는 백조 나오면 백조 위주로, 안 나오면 왕자 위주로, 왕자도 없으면 군무; 이런 순위로 봤었는데 2층에서는 아예 대놓고 전체적인 모습을 봤다. 1층에서는 잘 안 보이는 동선이라거나 뒷쪽에 있는 백조들 위주로 매우 즐기면서 봐주었음. 심지어 제이슨 공연도 한번 정도는 2층에서 보는 건데 아깝구만, 특별 공연이니 어쩌면 2층에 자리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거 끝나고 알아봐서 괜찮은 자리 있으면 질러버려?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 정도로 처음 앉아 본 2층 자리는 대만족.

사족으로, 2층 사이드에 웬 2인용 쇼파를 갖다 놓은 것 같은 좌석이 있었는데 거기에 크리스 닮았지만 좀 더 이쁘장한 청년과 역시 이쁘장한 그 친구가 나란히 앉아있는 바람에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orz 잘 보면 아저씨들 끼리도 오고 할아버지들 끼리도 오고, 관객층이 다양하니 참 좋구나.(그게 아냐;)

공연 끝나고 표 판매하는 창구 옆에서 밤공 표를 알아볼까? 괜히 알아봤다가 좋은 자리 없으면 또 뻘쭘하게 안 사겠다 그래야 하는데 어쩌지-┏ 물어볼까 말까 이러고 서성이는데 어제 봤던 일본 팬 두 명이 나타났다. 창구로 가더니 표를 사는데 오늘 밤공 표다.(모니터로 날짜와 시간, 좌석 배치도를 보여주면서 표를 고르게 함)
아니 그런데............... 헉........
1층 앞에서 두번째 줄에 자리가 있잖아???!! -┏

순간 완벽하게 눈이 뒤집혔음. 오케스트라 감안해도 저 자리는 내가 이제껏 봤던 제이슨 공연에서의 어느 자리보다도 무대와 가깝다. 게다가 나름대로 중앙석이다. 이거 놓치면 평생 후회한다. 2층? 미안하다 됐다. 미리 예매했던 1층 T열 표? 다 필요없다. 지금 돈이 문제냐? (<-)

일본 팬들 가자마자 조낸 떨리는 심정을 감추고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오늘 밤 공연 표 한장을 달라고 했다. 1층 두번째 줄, 다행히 자리가 또 있었다.ㅜ▽ㅜ 가지고 있던 유로를 다 긁었는데 약간 모자라서orz 결국 카드로 결제. 이거 패밀리 카드라서 엄니께 사용 내역 보고하고 돈 드려야 하는데... 제길 완전 범죄 실패했다.-┏ 아니 무슨 상관이야. 코 앞에서 제이슨을 보게 생겼는데. 조낸 벅찬다. 노래가 절로 나오는구나. 장미빛 인생♥

창구 청년이 표를 주면서 "아리가토고자이..." 까지 말하더니 아 미안해요, 한국인이죠? 라면서 음... 한국어로 뭐라고 하더라? 까먹었네 이런다. "감사합니다" 라고 알려줬더니 맞다, "감사합니다^^" 라고 해줘서 나도 같이 "Merci^^" 라고 인사했음. 귀엽구려. 그런데 '까먹었다' 라니, 언제 한국인이 여기 왔었나? 흠.

뭐 어쨌든. 꿈★은 이루어진다.
랄까 막공 지름신 강림 전설이 파리까지 계속되는군...orz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신나서 괜히 반팔 티 입고 셀프 한번 찍어주고
이거 그대로 입고 가서 제이슨 보고 등짝에 싸인해 달랠까-┏ 잠시 고민했으나 포기. 아마 서울 막공 같은 분위기였더라면 장담하는데 실행했을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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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공 제이슨-웨이크필드
밤공은 8시. 표를 하나 더 샀지만orz 어쨌든 예매한 것도 찾긴 찾아야 하니 직원에게 갔는데, 이 인간 나를 보더니 옆에 여직원하고 뭐라고 하면서 웃는다. 젠장. 그러니까 내가 한번에 달라고 했잖아.-┏ 받은 표는 가방에 넣고 아까 산 표를 들고 입장. T열 표는 그냥... 기념품이라고 생각하고OTL 간직해야지. 조낸 비싼 기념품이군.

백조/ 낯선 남자: Jason Piper
왕자: Simon Wakefield
여자친구: Agnes Vandrepote
여왕: Isabel Mortimer
비서: Alan Mosley
지휘자: Cyril Diederich

캐스팅 딱 좋다. 단, 지휘자만 빼고.(..)

자리로 갔는데 아까 그 일본 팬들 바로 옆이고 어제 밤에 본 다른 일본 팬도 그 열에 있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가깝다. 첫번째 줄이 오케스트라 벽과 거의 맞닿아 있으니 두번째 줄도 당연히 무대와 가까울 수 밖에. 좁은 좌석 배치여 만세만세만만세. 나중에 내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공연 시작하고 뒷쪽 사이드로 자리를 옮겨버려서 사실상 내가 제일 앞에 앉은 관객(중 한 명)이 되었다. 의외로 정시 입장은 잘 안 지켜지는 분위기였음.

드디어 제이슨의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었다. 마지막이라서 슬프구나 뭐 이런 감상에 젖을 틈, 전혀 없었다. 젠장 나 이렇게 가까이서 제이슨 백조 보는 거 처음이란 말이지, 조낸 좋구나, 뭐 군무? 그게 왜 필요하니 앞 자리에 앉은 이상 죽어라고 제이슨만 보면 되는 거다. 그것을 위한 자리인 거다.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보는데 나 혼자 제이슨 쫓느라 고개를 이리 휙 저리 휙 돌려가면서 봤으니 말 다 했다.

이 날이 아마 글렌 외에도 흑인 백조가 두 명 더 나온 날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세 명이 한번에 나왔다. 모아놓고 보니 확실히 다르다. 몸이.-_- 흑인 백조들 보다가 백인 백조들 보면 복근이 좀 물렁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흑인 백조들은 군살도 없지만 대신 근육도 잘 안 보이는 마른 몸에 상체를 뒤로 젖히는 동작에서 유연성이 확 두드러진다. 마르고 질기면서 낭창낭창한 막대기 같은 느낌. 사실 이런 차이점은 무용의 이해 시간에 앨빈 에일리 작품들을 보면서 교수님께 들었던 것이다. 그 때 무용수 중에 유일하게 백인이 한 명 있었는데 교수님이 그 사람만 나오면 "쟤 상체 뻣뻣한 것 좀 봐" 라면서 가차없이 구박하셨음. 대신 흑인들은 골반의 구조(?) 때문에 고전 발레의 다리 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다던가 뭐 그래서 앨빈 에일리 작품은 흑인들의 그런 신체 특징과 그들의 정신, 음악 등을 잘 살려낸 것이라고 그러셨...는데 왜 얘기가 여기로?;

공연을 보면서는 저렇게 생각을 했고, 나중에 제이슨의 부모님을 뵙고 나서야 그 예술적인 근육에는 유전적인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음. 물론 단백질 그램수 따져가면서 먹는 사람이니 노력도 엄청나게 했겠지만 유전이라는 것도 무시할 게 못 된다. 그래서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제이슨은 몸으로 예술한다-_-는 것임. 아 나 진짜 엄마 백조를 이런 특이한 사람으로 찍었으니 나중에 어떤 백조가 온들 만족스럽겠냐. 흰 백조도 까만 백조도 눈에 안 찰성 싶다. 미치겠네. 디비디 내놔...orz

3막에서 제이슨 애드립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는데 몇몇은 남아 있었음. 일단 남자 무용수 군무 전에 흑조가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뒤쪽으로 가서 준비하는 부분에서, 여왕과 공주들 춤 추는데 살짝 몸을 숙여 인사하면서 능청떠는 것. 그리고 뒤로 가면서 공주 파트너들 팔 툭툭 치고 웃으면서 얘기하는 것.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대체 공주 파트너들은 언제 꼬셨냐.=_= 여자들 다 휘어잡았으니 그 파트너들 하고는 사이가 안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 능력도 좋지.

서울 막공만큼은 아니었지만 남자 무용수 군무에서 다들 소리 질러줘서 기뻤다. 그런데 제이슨 목소리가 제일 크더라.(..) 아주 선창을 해요 선창을. 또 팔짱 끼고 탁 튀어나가기 직전에 "하!" 하고 기합 비슷하게 내지르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으리오.

아무래도 제이슨 막공인걸 알고 온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출연 기간이 프로그램에 나와있었으니까. 관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열렬했음. 특히 아저씨들-_-이 "브라보!!!!" 라고 계속 외치는데 팬으로서 기쁘면서도 좀 무서웠심.; 여기저기서 "꺄악~ 꺅~" 하는 여자들의 비명 소리도 있었다.(그 순간 나는 동지애를 느꼈다.-_-)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하던가. 표정 하나 몸짓 하나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까지 머릿 속에 박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서 숨 한번 제대로 못 쉬었는데 제이슨의 마지막 공연이 끝났다.

그리고 커튼콜.

사실 파리 공연에서 알란 아저씨는 커튼콜 때 잘 웃어주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던 것에 비해 제이슨은 내내 상당히 쿨-_-한 태도를 유지해서 좀 속상했었다.

그런데.

내려간 막이 다시 올라가고 웨이크 왕자와 제이슨이 나란히 서있는데.

이 인간이 울먹거리고 있는 것 아닌가.

오마이갓.
오마이갓.
오마이갓!

당신이 울면 난 어쩌라고. 그러게 계속하지 누가 그만두래?? 울지마!!;ㅁ;

웨이크 왕자님과도 한번 격하게 끌어안아주고.
제이슨이 다시 등장했을 때 쏟아지던 환호와 박수...

제이슨의 그 표정...


평소와 달리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막이 내렸고 그 안에서 무용수들끼리 박수 치면서 축하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슨의 마지막 백조, 어쩌면 마지막 춤이 될 공연이 끝나버린 것이다.

이제 여기 모가도르에도 올 일이 없겠군 하면서 천천히 사람들 속에 쓸려 나오는데 왜 그리도 휑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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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파슨질 후기
공연 끝나고 바로 옆문으로 갔다. 역시 어제 그 인원들 거의 그대로 있었음. 또 어제와 같은 뻘쭘한 상황이 연출되는 가운데 코디도 보고 핸드릭 제뉴어리도 보았다.(이 사람이 크리스 애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친한 건 맞는 듯 하다. 지금은 없어졌는데 예전에 크리스 홈에 핸드릭과 크리스 부모님이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음. 그거 보고 뭐여 이미 부모님과도 안면 튼 사이? 라고 생각했었심... 아니면 다른 핸드릭인가? 알 수 없다;) 1월-_-씨는 서울 막공 때도 백조 포즈 해주고 하더니 원체 성격이 쾌활한 모양이다. 내가 직접 대화한 건 아니고; 일본 팬들하고 얘기하는 걸 옆에서 보노라니 아주 그냥 인사하고 껴안고 하하하 블라블라 웃고 떠드는데 분위기 장난 없다. 부럽다.-_-; 대체 얼마나 쫓아다니면 저렇게 아는 사이가 되는 거람.; 하긴 이 때 있었던 일본 팬중에서 무려 서울 막공날 내가 찍은 사진에 찍혀 있던 분도 계셨음. 쳇. 2005년 공연을 한국에서 먼저 했었으면 우리나라 팬들도 일본까지 갔을텐데.(나도 물론이고-_-)

한 사십분정도 기다렸나, 드디어 제이슨이 나왔다. 어라 그런데 웬 백인 할아버지, 흑인 아주머니와 함께 나오는 거다. 게다가 흑인 아주머니가 제이슨과 똑 닮았다. 특히 눈하고 코가. 바로 알아챘다. Mr & Mrs 파이퍼시구만. 역시 흑+백 혼혈이었구나. 아버님은 전형적인 영국 할아버지인데 굳이 예를 들면, 켄터키 영감님을 닮으셨음.; 아이고 제이슨 부모님까지 뵙게 될 줄이야 참말로 팬질도 오래하고 볼 일이네...( '') 랄까 감샵니다 어머님, 아버님! 저런 아들래미 낳아주셔서.(_ _)

리니님이 등짝에 얼굴 묻기 미션을 주셨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거니와 제이슨의 복장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것에 대해서 한을 좀 풀어야 겠다.
우선 컨셉은 올 블랙.-_-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나전 블랙.
밤이라 춥긴 했지만 나조차도 목도리를 안 하고 버텼는데 뭐가 그리 춥다고 얼굴만 쏙 내놓고 목덜미는 있는 대로 꽁꽁 싸맨 블랙 목도리에-_- 속에 뭔가를 잔뜩 껴입을 수 있는 펑퍼짐한 블랙 반코트에-_- 블랙 진도 아니고 펑퍼짐한 블랙 면바지-_- 닥터 마틴류의 허름한 블랙 슈즈-_-. 여기에 블랙 마카로니 머리까지 더하면 완벽.
내가 본 이틀을 저렇게 입었다. 아마 일주일 내내 코트 안의 상의만 갈아입고 저렇게 다닐 것이라고 추측된다. 서울에서 파슨질 할 때도 느꼈었지만 제이슨 절대로 옷 잘 입는 사람 아니다. 아니, 무용수들 전반적으로 '옷이 뭐야?' 이런 삘이다. 여자 무용수들은 괜찮은데 남자 무용수들이 그렇다. 벗은 몸은 자신 있다 이거냐? 그럼 옷걸이가 환상적이니 옷발도 잘 받을텐데 좀 제대로 걸치고 다니면 어디가 덧 나오-_-?;;;;
그나마 그런 패션이라도 서울에서는 초여름이라 나시에 반팔이었으니 팔뚝 감상이라도 했지. 이건 당최-_- 겨울이라고 완벽하게 방한 패션을 하고 나타나셨으니 뭐를 볼 수가 있나. 게다가 그 문제의 등짝에는 웬 큼직한 배낭을 짊어지고 나왔으니. 그냥 배낭도 아니고 '뚱뚱한' 배낭을. 터지겠네 터지겠어. 당신 어디 배낭 여행가냐? 저기 여행은 내가 왔거든? 리니님이 말하신대로 레쟈 바지며 닭털 바지 다 바리바리 싸들고 나왔나 원.
(이래 구박해도 사실, 그런 점도 좋아요~_~의 콩깍지 모드인지 오래이긴 하지만 왠지 억울해서 이러는 중-_-)

하여튼 펑퍼짐 올 블랙 컨셉인 우리 백조님인지 흑조님인지는 또 열심히 싸인해주고 인사하고 얘기하고 껴안아주고-_- 그러고 있었음. 조낸 부럽다.(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빈정상했다') 차마 뚫어지게 쳐다 볼 수는 없으니 시선 둘 곳도 없구나 하면서 나름 조신하게-_-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론가 사라지셨던 아버님이 오시더니 줴이! 어여 가자꾸나. 네 엄마가 추위 속에 기다리고 있잖니. 이러신다. 악 줴이래 줴이... 미치겠다. 귀엽다!;;;;;; 이름이 제이슨이니 애칭이 제이일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머릿 속에서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불러주는 것을 듣는 건 천지차이구나. 아버님 원뭘타임플리즈ㅠㅠㅠㅠㅠㅠ 랄까, 저기 잠깐, 저 아직 제이슨하고 사진도 못 찍었는데요?!

제이슨이 Where is mother? 이러면서 죄송해요 금방 갈게요, 란다. 미치겠다 이제는 이 인간이 막 귀엽구나. 흑흑. 가족들 때문인지 이 날 제이슨이 좀 들떠있기는 했다. 서두르는 기색을 보여서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데 드디어 내쪽으로 온다. 오늘 진짜 멋졌다, 뭐 이런 대사 열심히 준비-_-하면서 일단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어?, 시야가 갑자기 까맣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제이슨 어깨 너머가 보인다. 이런 안아주는 게냐>_< 마다할 내가 아니오. 당황했지만 안 당황한 척 하면서 같이 안아주고 본의 아니게 제이슨 오른쪽 귀에 대고 Hi 인사를 했는데... 는데.




쪽!!








.......................쪽?

내 오른쪽 귀에서 들리는 괴이한 소리와 함께 오른쪽 볼에 느껴지는 감촉. 헉...orz
시방 당신 뭐 한 거냐? 그러니까 이거, 거시기, 그 뭣이냐 당신은 인산데 난 아닌 그거냐??

내가 패닉 상태에 빠지거나 말거나, 아니 아예 그럴 틈도 안 주고 제이슨이 묻는다. "So cold! Are you OK?"
차갑다고? 하긴 다른 사람들은 사십분 동안 일행하고 떠들기라도 했지 난 말 한마디 안 하고 가만히 있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랄까 겨울 만세.(..) 아니 이게 아니라, 표정 수습하고 대답을 해야하는데. 해서 했다.
"Yeah, I'm OK^^" (해설: 내가 너 볼라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지금 이 까짓 추위가 문제겠니 이자식아?^^)

전날 제이슨이 나만 안아주지 않았던 게, 나름대로 예의 차린거였다. 왜냐 난 처음이 아니지만 제이슨은 나를 처음-_- 본 셈이므로. 그런 건 예의 안 차려도 되는데... -_) 여튼 영국식 인사법에 당황한 나머지 그나마 외워놨던 대사 몇 개 다 날려먹고, 바로 선물 주고 사진 찍었음. 고맙게도 옆에 있던 일본 팬이 먼저 찍어주겠다고 했다.
이게 첫번째 찍은 사진이고 저번에 올린 게 두번째 찍은 것. 제이슨 머리가 나보다 작다.orz 그리고 제이슨이나 나나 두장 모두 표정이 똑같다.-_-; 보고 있으면 웃기다. 일본 팬이 알아서 구도 바꿔가며 찍어줬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둘 다 같은 사진이라고 해도 믿겠음.

사진 찍고나서 내가 고맙다고 했더니 난데없이 제이슨 왈, "도우모아리가토고자이마스". 어머 예의도 바르셔라... 가 아니고, 저기 나 한국인인데.OTL 내가 뭐라 말 할 새도 없이 다같이 가는 분위기가 되어 다들 제이슨을 둘러 싸고 모가도르 골목까지 왔다. 길을 건너고, 몇 명의 팬들이 모가도르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인사하고, 다시 가는데 이때 아니면 또 언제 말하랴 싶어서 뒤에서 그 두툼한 코트를 잡고서 말했다. 나 일본인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사실 어제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었단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도 서양인들 국적 구별 못 하는데 뭐. -_)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모가도르 골목쪽에서 아버님이 나타나서는 뭐라뭐라 하신다. 제이슨이 도다다 뛰어가더니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팬들하고 얘기하고 있던, 제이슨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여자애가 한 명 있었는데 잠시 후 아버님이 그 아이도 부르셔서 인사를 하고 아버님과 함께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런. 작별 인사 한마디 못 했는데 그렇게 제이슨은 가버렸다.

약간 허탈한 마음으로 다른 팬들과 떨어져서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오는데 그제서야 슬퍼지기 시작했다. 결국 끝났구나. 이제는 정말로 제이슨을 다시 볼 일은 없겠지. 젠장 디비디는 좀 내주고 가지... 이 웬수, 음악 한다고 그 예술적인 복근 대신 뱃살 나오게 하면 내가 쫓아갈테다. 흥. 영국식 인사면 다냐.

......솔직하게 말하면, 영국식 인사면 다긴 하다.-_- 구체적으로 바라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뭔가 특별한 반응을 기대하고 갔던 건 사실이므로. 파슨질 하는 보람은 있다만 인사 한번에 몇백만원이라니 졸라 비싸구려.-┏

까짓거 비싼 인사 받았으니 오늘 세수 안 하고 자주마, 라고 생각은 했는데(흠흠) 긴장이 풀렸는지 정말로 숙소에 오자마자 코트만 벗고 쓰러져 자버렸음. 그러고도 아침에 샤워하는데 좀 아깝긴 했다... -_)


이리 하여 백조원정기는 끝. 후유증이 좀 남아서, 막 귀국했을 때는 침대속에서 낄낄 대며 만화책을 보다가도 문득 그 상황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더니 2주도 더 지난 지금은 제이슨의 백조를 보고, 만났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예 믿겨지지가 않는다. 혹시 내가 꿈을 좀 거하게 꾼건가-_- 사진이 있으니 그건 아닌 거 같기는 한데. 왜 이렇게 현실감이 없지.

맨날 갈구고 망상 재료로 삼고 뻘짓거리만 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날라리 팬이,
편지에는 썼어도 결국 직접 못 전했던 말로 끝을 맺겠음.

제이슨. 평생 못 잊을 멋진 백조를 보여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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