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편과 15일 도착편 되겠습니다.
그 전에, 서모대장 파슨질만 십X년 한 친구 J양과 출국 전날에 했던 대화:
(백조 표 지를 때 고생해줬던 친구인데 대장이 독수공방 시키는 동안 동*신* 아가들과 바람 피우고 계심-_-)
D: 야, 나 그 뒤에 표 한장 더 질렀어. -_)
J: ;;;;;;;;;;;; 어쩌자고;
D: 몰라... 나쁜 놈 원래 파리는 일요일에 밤공 없는데 특별 공연 하나 생겨서 거기 마지막으로 출연한대. 내가 안 지르고 어떻게 배기겠수. 궁시렁궁시렁. 툴툴.
J: 허허;
(계속해서 툴툴 거리니까 J양의 한마디)
J: 원래 다 그런거야.
입으로는 툴툴 거리면서 손으로는 질러주는 것이 파슨이의 발암직한 자세.
D: 헉................
J: 그냥
팔자려니 해-_-
D: 넵 알겠쉼다.orz
J: 넌 지를 수라도 있지. 우리 대장은 3년에 한번 꼴로 음반 내줘서 자주 지를 수도 없다. 게다가 난 파슨질 십X년동안 했어도 싸인 한번 못 받았다구. 행복한 줄 알아.
D: 넵 죄송합니다 선배님 잘못했습니다.OTL
...이렇게 해서 깨달음 하나 얻고, 투덜대다가 본전도 못 찾고 깨갱 물러났었다는 얘기.
그러나 귀국해서 보니 이녀석 대화명이 '파슨질의 끝은 어디인가' 길래
D: 그런거 읎다-_- 날 봐라 갈데까지 갔잖아.
J: 넌 너무 멀리 갔어.
D: 너라면 만약 대장이 은퇴 공연을 유럽에서 한다는데도 안 갈테냐?
J: ;;;;
라고 해줬음.-_-v
그리고 도대체 출국 직전까지 뭘 벼락치고 갔었냐 하면
이런 걸 만들었다.orz
저렇게 얇지만, 책.
원래 편지만 써서 주려고 12일 월요일에 열X시간 걸려서 간신히 써놓고 봤더니 A4로 약 한장 반-_-밖에 안 나오는 게 아닌가. 아 이거 뭔가 아닌데. 그렇다고 더 쓸 기력은 없고. 영어2 에세이 테스트 때도 이렇게 정성껏 쓰지 않았으니 단언컨대 내 생애 가장 긴 영작-_-임.;
그래서 조금 고민을 하다가 그림과 사진을 껴넣어 주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상식적 사고를 상실했다) 새로 그릴 시간은 없고 예전에 그렸던 것 중에 그나마 괜찮은 거 몇 개만 골라냈는데, 이걸 편지지에 왕 크게 뽑아 주자니 면 팔리고; 되도록 작게 뽑아야 겠다고 생각했음.
그러다가
이런 사이트를 발견.
그래, 책이다! 최대한 작은 책으로 만들면 페이지 수도 늘고(;) 편지보다는 좀 더 뽀대나지 않을까.+_+ 라는 꿍꿍이를 품고 화요일에 재료 사러 교보문고 갔다가, 마음에 드는 표지 천이 없어서 동대문까지 가서는 한마에 *천원 하는 한복 천-_-을 끊어 오게 된 것이다.
이러는 사이 시간은 흘러흘러 출국 전날, 수요일이 되어버렸다. 짐이야 작년에 유럽 여행 갔을 때의 목록이 그대로 있어서 금방 쌌고 은행에 환전하러 갔다오니 저녁. 저녁을 먹고 심기일전 하여 제작에 착수하려 했으나 너무 기합을 넣었는지-_- 하드렌즈를 빼다가 수챗구멍에 흘려 보내고 말았음.orz 젠장 내 *만원!!!!! 비행기 타기도 전에 엄니한테 맞아 죽게 생겼다OTL 이런 절망적인 마음에 밑에 대야를 받치고 세면대 밑의 파이프를 손으로-_- 돌려 뺐더니 각종 부유물과 함께 렌즈가 나왔다. 찾은 건 정말 다행인데... 이걸 눈에 넣어야 한단 말이지.orz
하여간 별 난리 부르스를 추다가 간신히 책 제작에 착수한 게 대충 밤 9시. 비행기 출발 시간은 아침 10시 30분, 집에서 공항 버스를 늦어도 새벽 6시 30분에 타야하니까 5시에는 씻고 준비해야 했다. 여유 시간 약 8시간. 이때만 해도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음.
(결국 다 못 했단 소리;)
내가 선택한 제본 방식은 전통 제본이었다. 실제본이 제일 튼튼하고 펼침성도 좋지만 벼락치기에는 복잡해 보여서 포기했는데 그냥 천하고 맞춘 컨셉-_-이라고 우겨본다. 내친김에 속지도 컨셉을 맞춰주기 위해 전통 문양을 찾아서 저장. 책 크기를 작게 해야하니까 속지들을 잘라내고 문양을 프린트 하는데...
워낙 싼 프린터라 여백 없이 프린트가 안 되는데다 삐뚤삐뚤하게 나온다.OTL
스무장 정도 실패하고orz 결국 A4용지에 일일이 속지를 붙여서 프린트하는 노가다를 택했음.
온갖 삽질 끝에 뽑아낸 속표지와 속지. 속지의 백조-_-는 opacity 40%, 구름은 50%로 낮췄음
실은 우리나라 전통 문양에 백조가 있을 리 없다. 저건 학이다. 단지 내가 부리와 다리를 짧게 고쳐버렸을 뿐.-_-
내용은 이런 식으로.
(저거 줄 맞춰 쓰느라 힘들었다...;)
간신히 내용물 다 프린트하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아무래도 비행기 타기 전까지 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 잽싸게 표지를 만들기 시작. 전통 제본이 대충 속지 준비 -> 하드보드지로 표지 속 만들고 풀 발라서 표지 천 붙이기 -> 표지 안쪽에 마감지(두번째 사진에서 빨간 종이) 붙이기 -> 송곳으로 구멍 뚫기 -> 끈 꿰기 이렇게 진행된다. 일단 표지를 다 만들어 놔야 들고 가서 완성을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닌가.-_-;; 다행인지 불행인지 양손과 책상에 온통 풀칠을 해가면서 표지를 완성해 놓으니 새벽 5시.
(천이 두꺼워서 잘 안 붙었음orz) 정말 짤없이 떠나야 할 시간이 오고 말았다. 송곳-_-과 마끈과 큰귀바늘을 짐 속에 던져넣고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공항 버스를 6시 30분쯤 탔는데 밤을 샌 여파로 도중에 한 세번정도 잠깐 깼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미 인천 공항이었음.
이러니 가기 전에 일정을 짜고 자시고 할 틈이 없었는데다 파리 관광을 거의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실제로도 도착 다음날 잠깐 돌아다닌 게 전부) 파리 숙소에서 틈 나면 송곳질=_=하고, 끈 꿰고, 내용 쓰고. 내가 대체 왜 파리까지 와서 이런 짓을orz 이라고 절규했음. 그러고도 마지막 날에야 줄 수 있었다. 하하. 아주 그냥 One Day More가 컨셉이지...ㅜ_ㅜ 이놈의 벼락치기 인생. 공항 버스를 탈 때 어쩌면 난 죽은 다음에도 여기서 했어야 할 일의 하루치를 못 해서-_- 가지고 갈지도 모른단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제이슨에게 준 것들은 총 이렇게 되겠다.
그놈의 책을 가장한 편지, 사진들 구운 씨디, 책 만드는 사이트에서 발견한 늑대라고 주장하는-_- 모양의 볼펜, 이걸로는 도저히 얼굴 팔려서 안 되겠다 싶어 공항 면세점에서 급하게 산 찻잔 받침. 역시 학 문양이지만 백조라고 우겨본다.-_) 사실 학 새겨진 도자기 머그컵을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orz
굉장하다. 내가 보기에도 센스라고는 발 씻고 찾아봐도 없구나 된장... 그래도 일본 팬들이 선물 한아름씩 안겨주는 거 보면서 그나마 저 찻잔 받침이라도 사길 잘 했다고 생각했음.; 어쨌든 부피라도 크니까.orz
편지 내용은 그냥 간단히, 나 영어 잘 못하니까 양해해주라 부터 시작해서
(..) 너 공연 서울에서 4번 봤어, 정말 최고야, 멋진 백조 보여줘서 진짜 고마워, 근데 춤 정말 그만 둬?,
(조낸) 슬프지만 음악이라도 계속 해주라
(음악마저 그만두고 잠적해 버리면 죽는다), 나 그림 본격적으로 배울 건데 너 그려도 되지?
(허락 안 하면 어쩔 것이냐 내 손인데-> 그럼 왜 묻니), 아 최근 사진 봤는데 구레나룻 밀어서 진짜 아쉽다
(진심) 뭐 이런 식으로 썼심. 나 팬 맞나-_-? 물론 괄호 친 건 행간에 숨은 본심일 뿐이고 실제 쓴 문장은 매우 중학교 교과서 스럽다. 저런 말투로 전달하고 싶어도 능력이 안 됩니다. 하하.하.
편지를 영어로 써서 유일하게 다행인 점은 별 닭스런 소리를 써도 내가 닭이 되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뭐라고 쓰던 사전적 의미로 밖에는 안 느껴져서. 음하하. 아, 엄마 백조 얘기도 썼음. 정말 뭔 소릴 쓴거냐 나.; 이쯤되니까 마지막 날 준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이런 것도 살짝 그려주고;
이걸로
(어쩌면 본편보다 더 긴) 준비편 끝. 풀칠 할 때 썼던 붓을 그냥 팽개치고 갔었기 때문에 돌아와서 그거 푸는데만 꼬박 하루 걸렸다. 그나저나 저 남은 천과 재료는 어찌할 것인고.-_-
닫기
15일 도착편15일은 정말 별 거 없다. 내내 잠만 잔 것 같음. 국적기 직항이라 좋다고 항공권 끊어 놨더니 알고 보니까 에어 프랑스하고 공동 운항이라orz 갈 때 비행기는 승무원이 죄다 프랑스인이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별 일 없었다. 망할 *루 여행사 이런 건 알아서 알아 보라는 거냐 뭐냐. 탑승 게이트 가기 직전까지 전혀 몰랐다고. 그래도 꽤 삼삼한 수염 청년과 중년 승무원이 있어서 눈은 즐거웠다. 특히 이 아저씨(인지 할아버지인지 좀 애매) 승무원이, 점심 메뉴가 생선 요리와 불고기 두 개였는데 내가 생선을 먹어 보겠다고 불어 이름을 열심히 외워놨더니 오셔서는 "음......
(머뭇머뭇 거리다 포기한 듯한 미소로) 상선? 풀고기?" 라고 물어보시는 바람에.OTL
상선이라니, 상선이라니... 아이고 귀여우셔라.ㅜ_ㅜ
나도 마주 웃어주면서 "생선!" 이라고 대답했다. 으하하.
(그러나 그 생선은 평범한 기내식 맛이었다. 남겼다-_-)
점심 먹고 가이드북 조금 보다가 잠 들어서 저녁 먹을 때 제외하고는 계속 처잤다. 오죽하면 옆자리 언니들이
(한국인) 잘 잔다고; 부러워 했을 정도. 좋은 언니들이라 내가 그렇게 잤음에도 꽤 친해져서 나중에 샤를드골 공항에서 파리 시내로 갈 때 같이 갔는데 헤어질 때 로밍 번호 알려주면서 "밥 사줄게 꼭 전화해!" 라고 하셨으나-_- 못 했다. 죄송해요... 파슨질 하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orz 두번째라지만 혼자 간다고 대견;해 하셨지만 차마 입이 찢어져도 파슨질 하러 간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음. -_)
어두워질 무렵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예약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건은
모가도르 극장과 얼마나 가까우냐였다. 다른 거 다 필요없다. 가격은 좀 봤지만... 아무튼 다 괜찮았는데 샤워 하는 곳이 전화 부스의 3분의 2도 안 되는 건 정말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게다가 물이 밖으로 튀어 나가면 안 된다면서 왜 커튼만 달랑 쳐놓은 거야.orz
도착한 날이야 차 타고 숙소 앞에 도착했으니 괜찮았고 두번째 날은 마구 헤맸는데, 익숙해지고 보니 정말 숙소에서 모가도르까지 딱 5분 거리였다. 물론 횡단보도 신호 5개를 무시했을 경우임. 파리도 그렇고 런던도 그렇고 사람들이 신호따위 가볍게 무시하고 다닌다. 나도 현지인의 기분을 체험하기 위해
(..) 무시해줬음. 모가도르에서 좀 더 내려가면 유명한 갤러리 라파예트가 나온다.
계획을 하나도 못 세웠으니 그걸 하든가 아니면 만들다만 책이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비행기에서 그렇게 자놓고 방에 들어가자 마자 그냥 또 쓰러져 잤다. 새벽에야 일어나서 드디어 송곳질을 했는데 내 손바닥이 뚫어지는 줄 알았음. 으... 하여간 이런 식으로 파리에서의 첫날이 지나가버렸다.
(죄송합니다. 본격적인 후기는 다음에...orz)
닫기
뱀발: 이거 쓰면서 레미제라블 씨디 듣고 있었는데 두번째 씨디 맨 마지막 트랙에서 뻑 난다.orz 아 속상해... 가서 바꿔올 수도 없고;; 하필 17명의 장 발장들;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부르는 딱 거기서 뻑이 나다니. 이 노래만 디비디에서 녹음 하든지 해야겠다.ㅠ_ㅠ
뱀발가락: 레미즈 디비디가 내 컴에서는 끊긴다는 걸 잊고 있었... 결국 디비디에서 추출도 실패. 우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