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대로-_- 전공시험은 깔끔하게 말아먹고, 지금 허탈 허무 허한 마음으로 주말에 봤던 공연들을 필사적으로 떠올리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잊혀질거라 생각하니 슬프다ㅜㅜ
그리고 쓰다보니 또 미친듯이 길어져서; 일단 여기까지 끊고 '인생 22년 첫 파슨질의 결정체' 편은 다음을 기약하겠음. 이거 쓰다가 파슨질한 사진 정리도 아직 못 했다;



언제나 그랬듯 잡소리 주제에 매우 깁니다.. orz

28일 낮 공연 (제이슨-크리스)
(크리스 왕자라는 말이 어색하다고 한 게 언젠데 파슨질하고 났더니 입에 크리스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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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8일 밤 공연만 예매했었는데 막공이 제이슨으로 확정되어 28일 밤이 호세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미친듯이 인간예매기가 되어 28일 낮 공연 표도 구해냈음.(근데 결국 막공표도 구해내긴 했지... 인간승리;) 자리도 1층 1열(!) 6번으로 꽤 좋았다. 앞자리니까 표정이 잘 보이는 건 당연하고, 특히 왼쪽 자리일 경우 전신상이 정면에서 보인다든가(..) 왕자의 위치가 주로 그쪽이어서 대각선 뒷쪽에서 왕자님을 바라보는 백조님의 시선을 매우 잘 느낄 수 있다.

이 날의 제이슨을 한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유난히 엉덩이를 씰룩*-_-*이며 교태를 부리더이다.(심지어 막공때도 이렇지는 않더라)
골반의 움직임이 유연하다 못해 어찌나 노골적이던지. 백조가 왕자에게 보이는 춤에서도 그렇고 3막의 흑조와 백조 탱고에서는 말 할것도 없었음. 들이대는 것이 분명한 그 움직임에 정신적으로 코피를 한바가지 쏟아내어야 했다. 어흑.

3막 탱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대체 왜 사람들은 그 장면에서 웃는걸까? 난 처음 봤을때도 여왕님 자리에 왕자가 탁 들어서는 순간 숨이 다 멎는 줄 알았구만. 뭘 어떻게 보면 그 장면이 웃길수가 있는건지 심히 궁금하다. 그래도 11일, 28일, 29일은 조금 덜했는데 15일과 19일에는 사람들이 진짜 심하게 웃어서 민망했음. 그 부분에서 두근거리는 심장 억누르느라 고생하는 건 나뿐인가?;; 느릿한 탱고 박자에 맞춰 파르스름한 어둠속에서 얽히는 두 남정네의 다리... 옷 입을 거 분명 다 입고도 그렇게 선정적일 수 있다는거 처음 알았음.

그리고 이번에 확실하게 봤다. 흑조가 이마에 검은 선을 내리긋고(제이슨의 해석에 따르면 흑조 속에 숨어 있는 백조를 긁어서 드러내고) 백조의 춤을 추자 왕자님이 떨리는 손으로 그를 만지더듬는데, 이 때 제이슨 흑조님이 아주 제대로 느껴주고 계심. OTL OTL OTL OTL OTL 표정 진짜 지대로임. 허걱. 에로영화가 따로 없다. 덕분에 그거 코앞에서 본 나는... 푸헉...

참고로 분카무라 홈페이지에서 긁어 온 제이슨 인터뷰 한 토막.
Q: 좋아하는 장면은?
A: 바로 떠오르는 것은 낯선 남자가 이마에 검게 선을 긋는 부분. 이마에 표시를 한다기 보다, 반대로 무엇인가를 제거해서 낯선 남자의 분장 아래에 숨어 있는 The Swan으로서의 본성을 "나는 여기 있다" 고 보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심플하지만 매우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거 보고 감탄했었음.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구려...
혹시 다른 사람들 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나만 몰랐나? -_-;

호세의 흑조를 연달아 보고서야 알았는데 3막에서 제이슨 흑조의 그 수많은 애드립은 제이슨 전용인가 보다.(제이슨과 호세 외에는 본적이 없으므로 다른 흑조와는 비교 불가능) 민속 춤에서 구경하다가 박수 넣어주고, 올레! 하고 같이 외치면서 코트자락 날려주고, 박자에 맞춰 허벅지 때려가며 제자리서 빙글빙글 돌고, 이탈리아 공주 신발 벗길 때 손가락으로 두다다 달려서 다리를 한번 훑어주고, 흑조 솔로 중간에 공주들에게 손키스를 날려주고, 남자 무용수 군무 추다가 여자 무용수들 춤에 추임새; 넣어주는 것 등등. 이러니 무도회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니까...(그리도 좋소?-_-;)

하여간 그노무 키스 막 해대는데 앞자리인지라 쮸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죽는 줄 알았다.;


28일 밤 공연 (호세-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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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의 백조는 이날이 두번째였다. 처음 호세백조를 봤을 때는 그 기골장대함에 '이야아 카리스마 흘러 넘치는 형님백조로고;' 라 생각했는데 그 뒤에 무대 밖에서의 순둥이 호세씨를 보고 났더니 이번에는 웬걸 절대 형님백조로 보이지가 않는 것이었다. 음 뭐랄까... 헌신적인 백조? 특히 2막에서 처음 왕자 앞에 나타났을 때의 느낌이 제이슨 백조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제이슨 백조는 처음에 왕자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야말로 야생 백조-_-인데 비해 호세 백조는 호세의 해석처럼 왕자에게 인생은 아름다운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나타난다. 그리고 정말 헌신적으로 춤을 춘다. 제이슨 백조의 춤은 유혹의 춤이고 호세 백조의 춤은 오로지 왕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춤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날 호세씨 2막 내내 심하게 비틀거리셨다. 굉장히 지쳐보였는데 그 다음날 마티니에서도 뭔가 큰 실수를 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몸 상태가 꽤나 안 좋으셨던 듯... 안타까웠다. 그래도 3, 4막에서는 컨디션을 되찾은 것 같아 다행이었음. 게다가 호세도 호세고, Swank Bar 시작 장면에서 닐 왕자님이 뛰어 들어오는데 무려 코트를 안 입고 들어오시는게 아닌가! 진짜 깜짝 놀라서;;;;(공연 처음 보는 사람들이야 몰랐겠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음. 옆에 앉은 캡틴 손을 부여잡고 어떡해어떡해만 연발했다. 왕자님 결국 돈 안 내고 바에 출입하시고, 쫓겨날 때 경호원이 친절히 코트를 던져주어서 해결되었다. 아마 스탭이 코트를 찾다찾다 못 찾아서-_-; 닐 왕자님 급한대로 일단 무대로 뛰어들고 나중에야 찾아서 같이 던진게 아닌가 싶은데 그 참... 사람 놀래키긴;

3막에서는 내가 제이슨 흑조의 자극적인 애드립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호세의 흑조는 조금 심심했다. 그런데 확실히 체격이 다르다보니 흑조 등장시의 존재감이 훨씬 크더라. 게다가 호세 흑조는 거의 선 자세로 떨어지는데 제이슨 흑조는 일단 한번 몸을 주저앉혀 착지했다 슬슬 일어나니...; 호세씨가 2막의 실수를 커버하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허벅지 때릴 때 소리가 엄청나게 커서-_-;; 캡틴하고 같이 "분명 허벅지 멍 들었을거야 호세;; OTL" 이러고 걱정했음. 진짜 소리 크더라...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매번.;

닐 왕자님 4막 끝에서 분명히 울고 계셨음.ㅜ_ㅜ 근데 문제는, 딴에는 전투복장(-_-)이랍시고 차려입고 두달만에 렌즈끼고 갔더니 밤 공연 2부는 내내 사람들 얼굴이 두개로 겹쳐 보였다는 거다. 아악...OTL 닐 왕자님 턱에 흐르는 반짝이는 뭔가를 보긴 봤는데 눈물인지 확실하게 못 봤다. 그렇지만 그거 눈물 맞다고 확신중. 어흑ㅜㅜㅜㅜㅜ

호세 백조와 제이슨 백조도 각각 다르지만 닐 왕자와 크리스 왕자도 정말 판이하다. 어떻게 같은 작품에서 이렇게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지 궁금할 지경. 닐 왕자는 왕자라는 지위를 힘겨워하며 고뇌하는 수심 가득한 왕자의 모습에 좀 더 가깝고 크리스 왕자는 아이같이 천진난만하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왕자의 모습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매튜 뼈씨가 나쁜건지 아님 그 역할들을 해내는 이들이 나쁜건지 분간할 수가 없음. 하여간 나쁜 사람들같으니.ㅠ_ㅠ 가져간 내 마음 돌려주시오!!;;


29일 막공 (제이슨-크리스)
막공을 보고 나서, 아니 보는 내내 내 머릿속에는 딱 이 한문장 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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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이제까지는 죄다

내숭이었구나!!!!(크악!)

그럼 내가 지금껏 본 5번의 공연은 뭐였냐$%!!%@^&*((^)((%!!!


...........................................이런 오티엘...........OTL

다들 정말 즐거워하면서, 온 힘을 다해 춤을 추고 연기하더라. 그래 이제 막공이다 이거지? 이거 하려고 너네가 이날 이때까지 내숭을 떤거냐?? 그런거야??? 이런 납흔 사람들...ㅠㅠㅠㅠ 막공 안 봤으면 정말 평생 후회할 뻔 했다. 아니 잠깐 못 봤으면 모르니까 후회할 일도 없나? 뭔가 모순인데; 아무튼; 바로 전날에 본 그 공연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멋졌다. 제길 그래 당신들 존내 멋져! 멋진 거 다 아는데 이렇게 온 몸으로 보여주면 나더러 어찌 살라고ㅠㅠㅠㅠ

특히 제이슨.
춤이 왜 이렇게 깔끔하심...............................헉헉헉헉...............
정말 이제까지 본 공연 다 필요없고, 막공이 진짜다. 제이슨의 예술적인 근육 하나 하나가 한치의 낭비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완전 딴 세상에 온 것 같았음. 정말이지 토요일 낮공을 봤을때만 해도 이 이상 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런 내 생각을 2시간 30분 내내 비웃어주었다. 아 진짜... 나쁜 건 매튜 아저씨가 아니라 제이슨이었던 거다!!!!ㅠㅠㅠㅠㅠㅠ 가져간 내 마음 돌려줘어어어... (아니 안 줘도 되니까 재공연해줘 OTL)

조명을 반사하며 긴장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들. 그 근육들이 모여 만드는 몸의 선. 손 끝과 발 끝의 움직임이 이루는 동작의 잔상. 유연하면서 관능적이고도 필요할 때는 절도있게 끊어주는 춤. 춤사위마다 넘쳐나는 힘과 허공에 흩뿌려지는 땀방울. 감정이 분명히 드러나는 얼굴 표정. 객석 중간까지도 확연히 들리는 숨소리. 이런 존재자체로 종합예술백조사람같으니...T^T

인터미션때 내 뒤에 앉은 여인들이 "백조가 남자로 바뀌니까 별로 아름답지가 못 하네" 라고 말 하는 것을 듣고 속으로 혼자 칵 화를 냈음. 아니 당신들 눈은 동태눈*이냐?! 저게 아름답지 않으면 세상에 뭐가 아름다울 것이며 그걸 앞에 놓고도 즐길 줄 모르다니 정녕 제정신 가진 츠자들이 차려놓은 밥상 앞에서 가질 마음가짐이란 말인가!! 막공표 못 구해서 안타까워하는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VIP석 표가 운다 울어!

그리고 이제사 염장을 지르자면 VIP석은 괜히 VIP석이 아니었다고 말하겠다.-_-v 앞자리만큼은 아니지만 표정 보일거 다 보이고 숨소리 한숨소리 발소리 들릴 거 다 들리면서 전체적인 군무와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더라. 과연 VIP석.

3막에서 남자무용수 군무 출 때, 막공이라고 다들 "이-하!!!" 하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춤을 춰대서 나도 같이 박차고 일어나 되도 않는 막춤-_-이라도 추고 싶었음. 그 장면은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 음악 자체가 신나기 이를데 없는데 그리 난리쳐주심 곤란... 아니 좋아요. 막 좋아. 뭘 해도 좋아 이 사람들아ㅜㅜㅜㅜㅜ (이런 완벽하기 그지없는 파슨심 모드ㅜㅜ)

군무, 그래 군무. 막공의 군무는 정말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클래식 발레같지 않아서 동작들이 딱딱 맞지 않고 산만하다고? 어느 뚫린 입이 그딴 망발을 했냐.(너다-_-) 아아 젠장, 저 하늘에 천국이 있다면 분명히 그곳에는 호수가 하나 있어 이 백조들이 노닐고 있을거야... orz (없으면 그건 천국이 아니닷ㅜ_ㅜ) 그런 천국에 갈수만 있다면 당장 개종해도 좋다. 진짜로.

상처입은 제이슨 백조님이 등장하고,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여왕백조였기에 그런 모습을 왕자에게 보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듯 몸을 잔뜩 웅크리고 날개로 감싸 왕자의 시선을 피한다.(이때 고개를 살짝 돌려 왕자를 한번 쳐다봤다가 부끄러운 듯 다시 파묻는 거, 최고임ㅜㅜ) 그러나 우리의 크리스 왕자님이 누구더냐. 소심하기로 우주 최강이지만 또 천진하기 이를데 없는 끈질긴구애를 할 줄 아는 왕자님 아닌가...ㅠ_ㅠ 상처입은 백조님의 추레한 모습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왕자님. 거기에 다시 한번 반한 백조님.

왕자님과 백조님이 짝짝쿵을 하거나 말거나 둘이 잘 되는 꼴 절대 못 보는 백조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백조님은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왕자를 물러서게 한다. 그리고 결연히 1대 다수의 맞장을 뜨는데, 이거 애시당초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아니 왜 다른 이야기 속에서는 주인공이 일당백 쳐도 존내 쉽게 이기드만 어째서 백조님은... 진정한 악의 축은 매튜 뼈 아저씨ㅠㅠㅠㅠ) 그리고 이날 백조들이 백조님의 깃털을 입으로(!!) 뜯어내는 것을 직접 봤음... 진정한 육식백조들이로고;; 그래 이제 의상 다 필요없다 이거지ㅜㅜ

나는 크리스 왕자의 천진함이 좋고 또 소피아의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역도 좋다. 그래서 1막에서의 상큼발랄한 둘의 파드 되를 정말 아낀다. 애틋하고 풋풋한, 귀엽기 짝이 없는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그 춤. (아 물론 뒷내용 다 알고있는 처지에 백프로 즐거워만 할 수 없다는 게 또 묘미이긴 하다ㅜㅜ) 소피아도 그렇지만, 크리스 왕자님이 진짜 사심없이 행복해해서 참... 보는 사람 고문시킨다.(웃으면서 울기라고 그대는 아실랑가요 OTL)

그런데 이 크리스 왕자님이 4막에서 한건 해주셨음. 안 그래도 평소에 4막 마지막 음악 들으면서 길 가다 혼자 괴로워하고-_- 있는데, 백조님이 사라지고 나서 그 심장을 잡아뜯는 음악과 함께 크리스 왕자님이...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기어이 내 눈에 맺혀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버렸다... 세상에 맙소사. 맙소사...... 스완 송에 비견될만한 그 외침이라니. 아악. 당신이 이제 내 심장마저 가져가려 그러시오...ㅠㅠㅠㅠ 어떻게 잊으라고. 어떻게 잊으라고!!!!!!!!!

눈물이야 흐르건 말건, 옆 자리 여자가 쳐다보건 말건, 제이슨과 크리스가 나오자마자 바로 일어나서 박수쳤다. 입은 막 웃고 있는데 눈물은 줄줄 흘리고 있었으니 얼마나 웃겼을까 싶긴 한데;(웃기다기 보다 완전 호러블-_-일지도) 그 당시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음.

이제 나는,
다른 매튜 본 백조의 호수를 볼때마다
코디가 없는 군무와 작은 백조의 춤에서 재미를 못 느끼고
이자벨 여왕님이 아니면 어색해 할 것이며
소피아가 아닌 여자친구를 상상할 수 없고
크리스 왕자가 아닌 왕자는 해맑음이 모자라다고,
제이슨 백조가 아닌 백조는 그저 제2의 백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2005년 5월의 모두를 그리워할 것이다.
(진정 이만한 저주가 또 어디 있으랴ㅜ_ㅜ)

2005년 5월 11일부터 29일까지
나의 잠과 학점과 돈을 죄다 말아먹은, 내 마음을 훔쳐간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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