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들고 들어온 애 = 나.;;
지금 어딜 가도 이런 분위기라 당혹감을 주체할 길이 없고... 이 짤에 나온 방은 왜 또 303호여서 존적절ㅋㅋ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올 게 왔다는 기분도 든다. 왜냐면 내가 201을 본 직후에 느꼈던 멘붕+분노와 너무 비슷해 보여서. 더 이상 원작에 충실하다고 할 수 없다, 이게 추리물이냐, 내용에 구멍이 왜 이렇게 많냐, 사건의 개연성은 어디로? 심지어 모팻의 자의식 과잉이라는 말까지. 난 이런 걸 이미 201에서도 느꼈었다. 왜 이제서야 터졌는지가 의문.
아마 제작진들이 2시즌까지는 추리물인 '척' 포장이라도 그럴싸하게 했었다가 3시즌에서는 체면이고 뭐고 그냥 다 팽개치고 원래 하고 싶었던 캐릭터의 변화, 즉 셜록의 인간화에 주력해서 사람들이 더 당황해 하나 싶은데...
그렇지만 2시즌 제작이 결정되고 작가들이 작품의 방향을 튼 순간 이런 식의 내용 전개는 피할 수 없었을 거다. 내 눈에는 이게,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원점에서 출발했을 때는 작은 각도여도 진행될 수록 점점 더 X축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보인다.
2시즌과 3시즌의 분위기 전환이 너무 급작스러워 보이는 건 일단 1) 90분짜리 에피소드 3개로 셜록의 인간화를 마무리하려고 욕심을 과하게 부렸고 2) 2시즌까지 추리물인 '척'을 너무 훌륭하게 해서. 이 두 가지 이유가 제일 큰 거 같고.
한 시즌에 에피소드가 십몇 개인 보통의 미드라면 캐릭터를 천천히 변화시킬 수 있었겠지만 이 드라마는 시즌 당 90분짜리 에피소드 달랑 3개, 게다가 휴방 기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니 여유 있게 진행할 수는 없었겠지. 그래도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이긴 하다.
특히 203과 301 사이의 쩌는 괴리감 어쩔. 온갖 추측과 이론들이 쏟아져 나왔던 203 어쩔 거야. "증거는 다 보여 줬다!!" 라는 발언까지 해서
그런데 내 경우 돌이켜 보면 301의 저 뻔뻔함, 셜록의 그 뻔뻔함이 되려 전환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나야 지금 사람들이 실망스럽다고 하는 것들 대부분을 이미 2시즌에서 내려 놓았기 때문에, 301에서 그나마 하던 척마저도 버리는 걸 보면서 아 맞아 이건 원래 이런 드라마였어. 하고 남아 있던 기대감까지 잽싸게(..) 포기하고 작가들이 보여 주는 것(셜록 내면의 변화)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듯.
뭐지 포기하면 편하다는 결론인가; 예상치 못한 수확도 있었다. 늦건 빠르건 어차피 겪을 멘붕과 포기였다는 걸 깨달으니 이제는 201과 웃으며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다. 그렇다고 아이린 애들러가 소비된 방식까지 내가 긍정한단 얘기는 아니에요 모팻소객기야. 캐릭터 설정은 졸멋이었구만 왜 때문에 결말이 그래... 크흡.
작가 쉴드도 좀 치면 (((모팻, 게티스)))는 이 드라마가 추리물이 아니라 모험물이라고, 자기들 생각에는 원작도 그렇다는 얘기를 1시즌 때부터 해왔고 거기에는 동의한다. 홈즈 시리즈의 매력은 정통 추리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독자와의 '정당한' 두뇌 싸움이 아니라 홈즈와 왓슨이라는 콤비와 그들이 겪는 사건(모험)에 있다고 보니까.
이건 쉴드는 아니지만... 설정 구멍이나 내용 구멍은 애초에 1시즌에서부터 숭숭 뚫려 있었음.-_; 첫 에피부터도 캐비가 어떤 수를 써서 살인을 했는지 셜록은 또 어떤 추리로 독약을 알았는지, 심지어 기자들에게 어떻게 단체 문자를 날렸는지 하나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포장은 그럴싸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낚였지. 나 포함.
암튼 내 눈에는 201이나 303이나 뭐 그리 다른가 싶은데 말이다. 남들 다 좋다는 2시즌 때는 내가 탈덕할 뻔하고, 남들 다 싫다는 3시즌으로 폭풍 회전문 돌았으니 이게 다행인가 불행인가 모르겠음. 이놈의 이상한 취향 어쩔... 아 몰라 나 혼자라도 피자 뜯어먹을 테다.ㅠㅠ 이 피자는 식어도 마시씀 쩝쩝.
# 셜록의 선택
301에서 메리에게 수상한 점(셜록의 추리 liar나 암호를 알아챈 것 등)이 나타나자 팬들이 추측했던 가장 유력한 결말은, 메리 모스턴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매그너슨이 그걸 협박할 것이며, 셜록까지 엮어 넣어서 셜록이 원인이 되어 존과 메리가 헤어지거나 어쩌면 메리가 죽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셜록과 존의 우정이 깨질 거라고. 이 모든 것을 위해 301과 302에서 둘 사이를 ~존나 애틋하게~ 보여 준다는 거였음.
그래서 난 302와 303을 보는 내내 엄청난 두려움에 떨면서 봤다고. 302 끝에 쓸쓸해 하는 셜록을 보면서는 대체 저런 애한테서 뭘 더 뺏을 게 있다고 피도 눈물도 없는 비비씨발놈들ㅠㅠ 했는데 뚜껑을 열고 나니... 드라마퀸은 셜록도 아니고 존도 아니고 작가들도 아닌 우리 팬걸들이었어요... 자까들은 훨씬 단순한 놈들이었던 거시었다. 생각해 보니 애들처럼 시시덕 노는 셜록과 존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그런 고도의 앵슽물을 만들 리가...ㅋ
303을 다 봤을 때, 난 모팻이 그런 식의 앵스트로 끝내 주지 않아서, 셜록에게서 존을 빼앗아 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팻새기에게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음. 빼앗지 않았다 뿐이냐 시발 셜록은 302에서 했던 자기 맹세 그대로 세 사람을 지키기까지 했다. 사경을 헤매고 자기 손을 더럽히기까지 하면서. 내새끼가 사람이 되었구나 모팻 내 사랑의 맄킹을 받아라 핥핥짝
셜록이 선을 넘었다, 도노반의 말대로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이해는 되지만... 난 셜록이 지난 2년을 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한 것이 아니라 그저 모리아티와의 대결에서 완전히 승리하기 위해서, 자기가 하고 싶으니까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가 존에게 2년간 무슨 짓을 했던 건지 뒤늦게 깨달은 상태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봤다. 그런 존의 심정도 모르고 돌아왔을 때도 장난이나 쳤으니 얼마나 미안했을 거야. 어떻게 보면 3시즌의 주제는 셜록의 사과일 지도 모르겠다.
203에서 셜록이 했던 선택의 동기에 존(과 친구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님. 저격수들 때문에 가장 어렵고 위험 부담이 큰 방법을 택한 거니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어쩌면 셜록이 끝까지 존에게도 답을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자기가 존을 위해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면 존이 더 힘들어 할 것 같아서였을 지도. 처음엔 그냥 얘기하려고 했는데 존이 자꾸 이유를 물어서 대답 못 했던 거고, 근데 나중엔 존이 물어보는데도 얘기 안 하고 그냥 넘기고 말잖아. 셜록 너이녀석 흡...
헐 그럼 존은 물론이고 레경감님이나 헏슨 부인도 자기들 목숨이 위험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잖아? 헐...? 아니 아닌가 앤더슨은 저격수 있었다는 거 알던데 뭐지... 모르겠다 일단 통과.;
# 메리 왓슨
난 오히려 302까지는 메리의 자리에 사라를 그려 보면서 아쉬워했는데, 303을 보고 묘하게 설득당했다. 이 사람, 이 메리가 아니면 안 되겠구나. 특히 그 복장을 하고 뒤돌아보던 순간. 왠지는 모르겠지만.
셜록과 존 사이의 변함없는 우정과 모험에 여자를 끼워 넣으려면 선택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원작처럼 있는 지 없는 지 작가조차도 헷갈리던(..) 존재감 없는 메리를 만들 것이냐, 아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이냐. 이 두 가지 중에 셜록 작가들은 후자를 선택했던 것뿐이다. 단지 그 방법이 좀... 과격해서...ㅋㅋ 어두운 과거가 있을 거라고 다들 예상은 했지만 그게 범죄 조직에 잘못 걸려서 쫓기는 가련한 신세 같은 게 아니라 전직 킬.러.였을 줄이얔ㅋㅋㅋ 존나 드림물도 이 정도로 화끈하면 그냥 닥치고 즐길 수밖에 없는 거시다.
다만 이렇게 되면 내가 바라던 소소한 버디물 + 비끕 정서를 기대하기는 이제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봐야겠지. 심지어 모리아티까지 컴백하면ㅋㅋㅋㅋ 아니지 어쩌면 저런 메리이기 때문에 존과 셜록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기는 한 발 물러서서 셜록의 모험에 참여하라고 존의 등도 퐉퐉 떠밀어 주고(302처럼ㅋㅋ) 존도 존 대로 마음 뙇 놓고 셜록과 싸돌아다닐 수 있을 지도. 가정의 평화는 메리가 지킨다.ㅋ 왓슨 주니어를 건드리면 메리님한테 아주 주옥 되는 거예요.
솔직히 내가 보기엔 작가들은 아무 생각 없이 우왕 메리한테 과거가 있는데 알고 보니 킬러라면 얼마나 머찔까! 했을 것 같지만ㅋㅋㅋ 아이린 애들러 직업도 문자 그대로 셜록 홈즈에게 한 방 먹이면 재밌을 거 같아서 그렇게 설정했다몈ㅋㅋ 덕분에 우리 존은 싸패 컬렉터라는 소리까지 듣곸ㅋㅋㅋ 참으로 맞는 말이네여 왓슨 씨.(정색)
이제 메리의 과거는 그냥 묻어 두고, 존도 묻자고 했으니까, 허드슨 부인 정도의 비중으로 가끔 나왔으면 좋겠다. 221b에는 허드슨 부인이 있고 왓슨 가에는 메리가 있고. 이 두 사람이 집을 뜨는 순간 영국이 몰락하는 거예요. 이놈의 작가들이 4시즌에서 또 무슨 짓을 할 지는 신만이 알겠지만...ㅋ 아무튼 난 메리의 등장으로 셜록과 존의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라 더 굳건해 졌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결론은 : 난 지금 기분이 되게 좋다! 1시즌 막 봤을 때 같음. 다시 음성 추출해서 무한 돌려 듣고 복습하고 설정에 팬들만큼은 신경 안 쓴다는 거 뻔히 알면서(..) 구멍 났다고 까고(..) 그래야겠다. 야잌 소새끼들아 일용할 양식을 다시 주셔서 감사합니다. 4시즌 나올 때까지 열심히 복습할게여. m(_ _)m